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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 왜 ‘소걸음’인가

칼자루 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북핵 문제에 ‘올인’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국방개혁, 왜 ‘소걸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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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정권은 병력감축과 획기적인 군 구조개편을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국방개혁 방안은 공개된 바도, 추진된 바도 없다. 참여정부의 군 구조개편은 어떤 방향으로 어느 만큼 진행되고 있는가. 3월4일 공개된 안보정책구상의 속뜻을 통해 국방개혁에 대한 청와대의 고민을 짚어본다.
국방개혁, 왜 ‘소걸음’인가

지난해 12월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 참석한 육·해·공군 참모총장과 군단장급 이상 지휘관들.

지난 2월말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전략기획실은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노무현 정부의 안보정책구상을 담은 ‘평화번영과 국가안보’라는 90쪽짜리 소책자의 마지막 편집작업이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당초 3월1일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와 함께 소개될 예정이었던 이 책자는 “막판에 몇 가지 사정으로 인해 사흘 뒤 NSC 상임위원회에서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내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국방부의 ‘국방백서’의 상위개념에 해당하는 이 문서가 세상에 나오자 모든 언론이 관심을 기울인 것은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규정하는 개념이 없다는 점. 이튿날 주요 일간지들은 일제히 ‘주적 개념이 폐기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싣고 그 의미와 파장을 분석했다. 이에 대해 NSC 관계자들은 “충분히 예상된 논란이지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국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 않은가. 비판적인 기사도 제목만 크게 뽑았지 내용 자체는 톤이 높지 않았다”고 촌평했다.

정작 국방부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던 부분은 따로 있었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 특히 국방개혁 문제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계획을 담은 부분이었다. 당초 여기에는 군 구조개편과 주한미군 문제, 한미동맹의 재조정과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과 시간표까지 담은 자세한 내용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군 구조개편 부분은 당사자인 국방부 관계자들 입장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3월4일 공개된 문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대부분 삭제된 채 원론적인 부분만이 남아 있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행간을 읽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볼 대목이 있을 것”이라며 “일단 전체적인 기조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NSC는 이 문서를 작성하면서 관계부처의 초안검토 의견을 받았고 이를 참고한 수정안을 작성해 다시 한번 국방부 정책실 관계자들과 협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초안검토 작업에 관여한 국방부 관계자들은 “청와대에 전한 의견은 크게 두 가지였다”고 전한다. 관련 내용이 ‘흔들림 없는 안보태세’라는 기조와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것과 ‘긴밀한 한미관계’와 관련해 외부의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한 관계자는 “의견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북핵문제 등 안보상황이 불확실한 현 상태에서 구체적인 일정이나 시간표를 명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견해가 많았다. 최종결정은 NSC가 내리는 것이지만 국방부의 의견이 충분히 전달되어 수정판에서는 민감한 내용이 대부분 빠졌기 때문에 이후에는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들이 안보정책구상의 내용에 관심을 집중했던 한 이유는 작성주체가 국방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는 NSC 전략기획실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번 문서작성 작업을 책임진 서주석 전략기획실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NSC에서 구성한 ‘국방개혁 TF’를 이끌고 있는 인물. 안보정책구상에 반영된 내용은 그대로 국방개혁과 군 구조개편의 양보할 수 없는 핵심원칙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민감성’은 관계부처 사이 논란이 됐던 몇 가지 내용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안보정책구상에서 제시된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 ‘자주적 정예군사력의 건설’ ‘군 구조개편과 국방개혁’의 세 가지 과제는 실은 단계별 과제로 설정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즉 1단계로 자주적 정예군사력 건설을 추진하고, 이와 함께 가까운 시일 안에 북핵 문제 해결 등의 실마리가 풀리면 2단계인 군 구조개편과 국방개혁을 추진하며, 이를 통해 주한미군 재배치가 완료되는 2010년 무렵까지 3단계인 한미동맹 개선을 완료한다는 컨셉트다.

이러한 틀을 염두에 두고 청와대 관계자의 충고대로 ‘행간’을 읽어보기로 하자. 우선 눈길이 가는 첫 번째 단어는 ‘정예군사력 건설’의 ‘정예’라는 단어다.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공식화한 이후 ‘정예’라는 용어는 처음 등장한 것. 이는 군의 국방비 증가 요구에 대해 청와대가 ‘적정한 규모’라는 선을 그은 것이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지난해 5월 국방부가 주장했던 3.5% 국방비 증액안이 청와대의 진노를 샀던 일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NSC와 국방부 간에 이견이 있었던 쟁점은 안보정책구상 초안에 담겨있던 ‘기본전력’이라는 표현이었다. NSC가 이를 ‘우리 군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전력’으로 설정한 반면, 국방부에서는 정찰위성, 3000t급 중잠수함,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 ‘이미 소요제기가 돼 있는 무기를 도입한 상태에서의 전력’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인 것. 결국 ‘기본전력’이라는 단어가 ‘현존 주전력’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됨으로써, 일부 군 관계자들은 NSC가 향후 무기도입과 관련해서도 일정한 제한이 있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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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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