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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 특집|4·15 여의도 대지진, 그후

눈물, 단식, 삼보일배…감성의 리더십에 요동친 票心

여론조사 전문가가 분석한 17대 파노라마

  • 글: 노규형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 kyuno@dreamwiz.com

눈물, 단식, 삼보일배…감성의 리더십에 요동친 票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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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대 총선은 마지막까지 예측 불허였다. 정치신인들이 인지도보다 높은 지지도에 황홀해 하는가 하면, 현역 정치인들은 수십 년 공들인 지역구를 하루아침에 잃었다. 그러나 감성을 자극하는 이벤트에 묻혀 정작 선거의 주역이 돼야 할 후보와 정책이 사라졌다.
대통령 책임제하에서 국회의원선거는 통상 집권여당에 대한 중간평가가 된다. 즉 대통령과 여당이 정치와 경제를 잘 이끌었으면 여당에 상(賞)으로 표를 주고, 잘못 이끌었으면 벌(罰)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여 야당에 힘을 실어준다. 그래서 역대 총선에서 여당은 안정을, 야당은 변화를 외치며 선거에 임했다.

선거에서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각 정당에 대한 지지도이며 ‘정당 정체성’이라고 불리는 개념이다. 정당 정체성은 유권자가 특정정당과 정체성을 같이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기 때문에 정치적 사건에도 비교적 변화가 적어서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태도다. 또한 유권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을 통해 정치적 사건을 평가하고 정책과 인물을 평가한다. 때문에 정당 정체성은 정치적 판단이나 투표의사 결정의 준거틀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정당과 정당지도자는 해당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판단이나 선택의 준거틀을 제시하여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 왔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다수 발생하여 이제까지의 선거와는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변수에 대해서 그 의미와 효과를 검토해 본다.

[변수①] 대통령 탄핵

눈물, 단식, 삼보일배…감성의 리더십에 요동친  票心

3월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애통해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

선거를 한 달여 앞둔 3월12일에 일어난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총선의 의미를 전혀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탄핵은 전통적으로 한국인이 지니고 있는 심층심리인 ‘약자 동정심리’와 ‘강자 저항심리’를 자극했다.

TV에서 여러 차례 방영된 탄핵안 가결 당시의 국회단상 광경은 착한 약자와 악한 강자를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탄핵안 표결을 주도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악한 강자였고, 그것을 막아내지 못하고 다수에 의해 끌려나온 열린우리당과 탄핵을 당한 대통령은 박해받는 착한 약자였다.

이후 탄핵안을 가결한 국회심판이 선거의 주된 어젠더가 됐다. 탄핵을 주도한 야당 지도부는 엄청난 탄핵 후폭풍으로 무력화됐고, 결국 한나라당은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박근혜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3월24일).

민주당은 조순형 대표체제가 무력화되면서 추미애 의원이 선대본부장으로 취임했다. 탄핵 여파는 25%에 그치던 열린우리당 지지도를 불과 일주일 사이에 50%로 치솟게 했다.

탄핵 이전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지지한다는 국민은 35%를 넘지 못했고, 반대로 60%에 달하는 국민이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것을 상기할 때, 야당지도부는 탄핵 후폭풍이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탄핵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의견의 강도 면에서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약한 반대이지만, 탄핵반대는 매우 강한 반대일 수 있다는 점을 읽었다면 다수 국민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

탄핵 이후 열린우리당은 총선의 어젠더를 ‘민의를 배반한 탄핵심판’으로 설정, 탄핵에 가담한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을 공격했다. 실제로 3월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탄핵이 투표에 영향에 줄 것이라는 응답이 57%에 달하였고 탄핵으로 지지 정당을 바꾸었다는 사람이 21%에 달한 것을 보면 탄핵은 기존 정당지지도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3월26일 여론조사업체 R&R가 실시한 전국여론조사 결과는 탄핵에 대한 우리 국민의 생각을 잘 설명해준다. 응답자의 36%는 ‘국회는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지만 16대 국회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했고, 30%의 응답자는 아예 국회는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다고 했다. 25%의 응답자만이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응답자의 64%는 선거법위반이 탄핵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탄핵 후폭풍은 거셀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R&R이 실시한 ‘은유추출심층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 다수는 대통령을 선장·지도자·카리스마 등과 같이 미래로 가는 여행의 지도자로 인식하는 반면, 국회의원은 머슴·개미·진돗개처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동반자로 인식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국민이 선출한 공직자이긴 마찬가지나 국민이 보기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그 역할이나 지위에서 완연히 차이가 있다. 따라서 동반자 격에 지나지 않는 국회의원이 지도자 격에 해당하는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은, 아무리 헌법에 명시된 국회의 권한이라 할지라도 납득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또 노무현 대통령과 16대 국회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에 차이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에게 서민적이며 기존 질서를 개혁하려 한다는 순교자적 이미지가 강한 반면, 16대 국회는 ‘저들만의 특권’을 누리는 폐쇄적 집단으로서 귀족적이고 수구적인 이미지가 널리 퍼졌다. 국회의원들이 비리혐의로 연일 구속되자 검찰의 소환을 피하기 위해 방탄국회를 열고, 비리혐의로 구속된 동료의원을 위해 석방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16대 국회의 도덕성은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여론조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16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한 자릿수에 그쳤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므로 탄핵은 부도덕하고 수구적인 국회가 서민적이고 개혁적인 대통령을 몰아낸 것으로 인식됐다. 탄핵을 주도한 야당지도부는 이 점을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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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노규형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 kyun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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