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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규 미스터리’ 베일 벗을 수 있나

‘도피배후’ 수사, 미국측 협조에 달렸다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최성규 미스터리’ 베일 벗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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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규선 게이트’의 핵심인물 최성규 전 총경에 대한 검찰수사가 지지부진하다. 뇌물수수, 청부수사 등 그의 개인비리는 밝혀졌다. 그러나 그가 신출귀몰할 정도로 희대의 해외도피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경위와 도피배후를 둘러싼 의혹, 최규선씨에 대한 밀항권유설의 실체 등은 여전히 ‘안갯속’을 헤맨다. ‘최성규 미스터리’는 제대로 밝혀질 것인가.
‘최성규 미스터리’ 베일 벗을 수 있나

최규선씨에게 청와대의 밀항권유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최성규 전 총경(왼쪽).

‘돌아온 도망자’ 최성규(崔成奎·54) 전 총경(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 4월7일 마침내 구속기소됐다. 최규선씨의 부탁으로 각종 청부수사를 하고 이권에 개입해 도움을 준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다.

3월18일 국내로 강제송환된 직후부터 최 전 총경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채동욱 부장검사)에 따르면 그의 공소사실 요지는 ▲2001년 1월 최규선씨로부터 한국타이거풀스가 체육복표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주관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을 내사하는 것처럼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뒤 부하직원들을 공단에 보내 수사할 듯 위세를 가하고 ▲같은달 최씨가 지목한 C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한 뒤 최씨의 지인인 S건설 손모 사장과의 합의를 종용한 것이다.

또한 ▲2001년 2월 최씨에게서 당시 특수수사과가 수사중이던 서울 강남 C병원 의약품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이 병원 의사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받고 불구속 방침을 알려주는 등의 대가로 2001년 3~4월 최씨로부터 2회에 걸쳐 현금 1억원과 C병원 벤처기업 주식 4만주(2000만원 상당)를 받은 혐의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기소 범죄사실 외에도 최 전 총경의 또 다른 범죄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그것 역시 개인비리에 해당할 뿐이다. 기소 범죄사실만으로도 최 전 총경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중한 법정형을 피할 수 없는 형편이다.

최 전 총경 개인비리 추가확인

주지하듯, ‘최규선 게이트’는 최규선 미래도시환경 대표,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 송재빈 전 한국타이거풀스 대표 등이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각종 이권에 개입해 뇌물을 주고받은 권력형 비리사건이다. 그러나 DJ정권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이 사건의 핵심 의혹은 어디까지나 최규선씨에 대한 청와대 밀항권유설의 실체, 최 전 총경의 해외도피 배후 여부다. 따라서 검찰수사의 본령은 정작 이제부터인 셈이다.

2002년 4월19일 서울지법의 영장실질심사 당시 최규선씨는 자신이 구속되기 전 청와대측이 자신에게 밀항을 권유했다는 ‘폭탄 진술’을 했다. 최씨가 청와대의 ‘밀명’을 전한 ‘메신저’로 지목한 사람이 바로 최 전 총경. 그러나 최 전 총경은 ‘최규선 게이트’가 파문을 일으킨 직후인 2002년 4월14일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을 경유해 4월19일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10개월 만인 2003년 2월24일 LA 현지에서 검거됐다.

그는 앞서 언급한 의혹들의 실체를 속속들이 아는 유일한 증인으로 세간의 관심대상으로 떠올랐지만, 도피로 인해 모든 의혹은 지난 2년 동안 ‘미스터리’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밀항권유설과 관련한 최규선씨 진술의 진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란 점에서 허위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밀항권유설’ 실체, 정황증거 부족

검찰은 4월7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밀항권유설 및 최 전 총경의 해외도피 배후 의혹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임을 밝혔다. 하지만 그간 검찰의 더딘 행보를 보면 과연 ‘최성규 미스터리’를 철저히 밝혀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전혀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우선 검찰이 최 전 총경 강제송환 이후 밀항권유설과 관련해 소환한 참고인들의 입에서 새로운 정황증거가 될 만한 진술이 나오지 않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 전 총경은 도피하기 이틀 전인 2002년 4월12일 최규선씨, 최씨의 이종사촌형 이모씨,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송재빈 전 한국타이거풀스 대표 등과 함께 서울 강남의 O호텔에서 검찰 소환에 대비한 대책회의를 가진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20일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4월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규선씨와는 예전부터 가깝게 지냈지만, 최 전 총경의 도피과정이나 그후 행적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4월12일의 만남 때도 나는 먼저 자리를 떠서 ‘밀항’ 이야기는 듣지 못했고, 그 뒤 그 자리에서 밀항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도 역시 모른다. 다만 나는 그날의 만남 이후 최규선씨의 전언으로만 ‘밀항’을 권유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머리 좀 식히려 외국에 나갔다 총선 이후에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규선 게이트’ 당시 최 전 총경에게 최규선씨의 밀항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이만영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역시 “최 전 총경은 2002년 4월11일 당시 사정비서관이던 N씨에게 보고를 하러 왔다 그가 자리에 없어 내 방에 들러 3분 정도 있었는데 N비서관이 옆방에 있다고 해서 즉시 보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아직 검찰의 소환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는 2002년 4월 당시 최규선씨가 밀항권유설의 진원지로 자신을 지목하자 검찰에서 관련사실을 완강히 부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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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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