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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환의 문화오디세이 ⑤

한국의 세대투쟁과 세대감각

그들은 왜 아비를 부정했나

  • 글: 천정환 명지대 인문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서울대 강사 heutekom@hanmir.com

한국의 세대투쟁과 세대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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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적 격변기에 젊은 세대는 공공연한 세대 투쟁으로 권력을 갖고자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뜬 젊은이들은 신세대의 기수를 자처하고 나서 선배와 아버지 세대를 심하게 물어뜯고 그들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유명해졌다. ‘기성세대 물러가라’는 구호가 거리에 등장한 것도 지금의 60~70대가 혈기방장한 청년이었던 1960년 4·19 때였다.
한국의 세대투쟁과 세대감각

4·19시위대가 경무대로 가던 중 잠시 대열을 정비하고 있다. 3·15부정선거는 4·19를 촉발하고 결국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렸다.

총선 기간 중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내뱉은 ‘노인 폄훼 발언’은 뇌관을 건드렸다. 이 발언이 없었다면 열린우리당은 탄핵정국에 힘입어 몇 석을 더 얻었을 것이다. 또 이 발언은 그가 정치권에 남아 있는 한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힐 수도 있다. 정 의장은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린 것이다. 왜 그런가?

첫째, 60~70대는 ‘탄핵정국’ 이전부터 노무현 정권에 대한 의구심이 깊었다. 그들(중 많은 이)에게는 노무현 정권 출범 자체가 소외와 패배를 의미했다. 돌이켜보면 2002년 12월 대통령선거의 대결구도의 핵심은 세대였다. 속된 말로 ‘빤스 벗고 나서서’ 싸우는 제로섬 게임인 한국의 대통령선거에서, 2002년 대선처럼 세대가 전면적으로 대립한 경우는 드물었다(서울대 송호근 교수의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삼성경제연구소, 2003)는 이 과정을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이회창의 패배가 확정된 뒤 노무현 승리의 주역인 20~30대는 환호작약한 반면, 기성세대는 며칠 동안 TV를 꺼놓았을 정도로 큰 상실감에 빠졌다고 한다. 그들은 공포심과 함께 소외를 느꼈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일부 수구세력의 심리 또한 이와 비슷했다. ‘도저히 질 수 없는’ 게임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런 심리적 기제를 보수층이 광범하게 공유했기 때문에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자충수 ‘탄핵’이 가능했다. 탄핵이 어이없는 무리수였음은 너무도 빨리 증명됐는데, 그 후폭풍으로 기성세대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불신·불만을 일순 다 잊어버렸다. 그래서 총선에서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는 순간, 정동영 의장의 발언이 터져나왔다. 노년층과 보수층의 노무현 정권에 대한 미움과 세대적 소외감이 다시 깨어난 것이다.

이러한 정치상황을 되짚지 않더라도 그 말은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왜냐? 지나치게 솔직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보편적 감정을 그야말로 ‘콕’ 찍어서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솔직함은 절대로 악덕이다. 정치인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60~70대는 그저 고루하고 반동적이며 잔소리나 해대는 무능한 ‘뒷방 영감’이니 ‘조용히 찌그러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것이 과연 열린우리당 지지자만의 생각이겠는가. 그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젊은이가 품었던 생각이다. 현재의 60~70대들도 젊어서는 한번쯤 해보았을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 젊은 세대로서의 패기와 비판의식이 결여됐거나 조로증 환자일 것이다.

그런데 반대 입장에서 보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 그것이다. ‘늙기도 설워라커든’ 인륜을 모르는 철없는 것들이 저런 식의 발언을 하는 법이다. 그것은 인권유린이다.

젊은것들은 ‘좀 뒤에서 가만히 있으쇼’란 그 말을 마음속에 두고 있다가 노인네의 잔소리와 간섭이 자심해지고 뭔가 결정적인 상황이다 싶을 때, 결정적으로 쏘아붙인다. 그러니까 이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쓰이는 비이성적인 수단인 것이다. 그러니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정동영이라는 정치인은 그렇게 자질이 부족하거나 자제심이 없나? 아니면 가학적 성품의 소유자이거나 진짜 이번 기회에 노인네들과 한판 붙어보고 싶었던 것인가.

그 말을 받아서 “그래, 네놈들 두고 보자!”고 외치며 정 의장의 멱살을 잡고 다른 당을 찍어버린 60~70대들의 심리는 또 무엇인가. TV를 보니 이 발언이 있은 뒤 일부 60~70대들은 “이번에 어느 당에 투표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자학적 내지는 가학적인 언사로 답했다.

“이번엔 투표권도 없는데, 뭘.”

“투표하면 안 잡혀가나 몰라.”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서도 뭔가 거리끼는 것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동영 의장의 발언에 그저 마음껏 분노하여 지지 정당을 바꿨다면, 그것은 일상생활에서 자식이나 다른 젊은이들로부터 겪은 노인으로서의 소외감을 전가한 것이거나, 자기도 젊은 시절에 품어봤던 그런 불경한 생각에 대한 죄책감을 정 의장에게 전가한 것에 다름 아니다. 결국 정동영 의장과 똑같은 수준인 것이다.

다음 두 글은 어떤 세대의 특징을 지적한 글이다. 어떤 세대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민주적 기분과 의식 및 서구적 공리주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개인, 연애, 타산과 자유로운 감정 표시가 이 세대의 것이다. 부패와 권모술수의 사회를 물려준 구세대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 의(義)의 세대이다.

…격정과 충동성에 실리에 밝은 타산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에 비해 사고력이 약하다. 일그러진 냉전의식에서 자유로우며 원초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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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천정환 명지대 인문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서울대 강사 heutekom@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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