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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의 정파갈등

연합파·좌파…평당원 중심의 ‘민주노동당파’까지 등장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민주노동당의 정파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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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동당의 정파갈등이 정점에 올랐다. 당내 양대 정파인 ‘연합’파와 ‘좌파’ 에 이어 최근엔 평당원 중심의 정파 결성움직임까지 생겨났다. 기성정당의 계파와 차별화한 정파 개념을 강조해온 민주노동당. 정파는 계파로 전락하지 않고 당 발전을 견인해낼 수 있을까.
민주노동당의 정파갈등

민주노동당엔 다양한 정파들이 활동중이지만 평당원들에 대해서는 폐쇄성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국회에 입성한 민주노동당 의원단.

“굳이 따지자면 나는 당파(黨派)입니다. 내 소속은 민주노동당이죠.”지난 6월12일 ‘신동아’와 인터뷰 당시 김혜경(59)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신임 대표는 “김 대표 스스로는 특정 정파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그의 말은 특정 정파에 치우침이 없어야 할 당 대표로서의 당위(當爲)를 품고 있었다. 다른 한편 뒤집어보면 당내 정파갈등이 지나치게 과열돼 있음을 방증하는 답변이기도 했다.

민노당의 정파갈등은 과연 김혜경 대표의 표현대로 ‘성장통(成長痛)’에 불과한 것일까.

현재 민노당엔 여러 개의 정파가 활동중이다. 전국연합을 중심으로 반미자주화와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표방한 민족해방(NL) 계열의 ‘연합’파, ‘진정추(진보정당추진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노동자 중심 정당을 지향하는 민중민주(PD) 계열의 ‘좌파’,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민주노총에 뿌리를 두고 ‘좌파’와 연대하는 ‘중앙파’, 역시 민주노총에 기반을 두고 상황에 따라 ‘좌파’ 혹은 ‘연합’파와 연대를 모색하는 ‘국민파’ 등이다. 학생운동가 출신들의 결합체인 ‘화요모임’, 급진적 사회주의그룹인 ‘평등연대’, 학생운동가 출신의 트로츠키그룹인 ‘다함께’ 등 당내 의견그룹이나 일정한 경향성을 갖는 모임까지 세분하면 10여개로 늘어나기도 한다.

정파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건 지난 6월2∼5일 실시된 3기 당 지도부 선거. 당 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최고위원을 선출한 이 선거에서 당 대표에 김혜경, 사무총장에 김창현(42) 전 울산 동구청장이 당선됐다. 정책위의장은 과반수 득표자를 내지 못해 6월12~16일 결선투표를 실시, 주대환(50) 마산 갑 지구당위원장이 이용대(49)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김 대표는 정파와 무관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김 총장은 ‘연합’파, 주 의장은 ‘좌파’로 분류된다.

당 지도부 선거 가운데 정파심리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최고위원 경선. 민노당 최고위원은 총 13명인데, 당연직 최고위원인 당 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의원단 대표를 뺀 나머지 9명이 여성(4명)·일반(3명)·농민(1명)·노동(1명) 등 각 부문별 최고위원이다.

최고위원회는 당의 최고집행기관. 일상적 활동에 있어 의원단까지 지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때문에 각 정파들은 자파(自派) 후보들을 당선시키려 치열한 득표경쟁을 벌였다. 선거결과 여성부문에 박인숙 김미희 유선희 이정미, 일반부문에 최규엽 이영희 김종철, 농민부문에 하연호, 노동부문에 이용식씨가 각각 최고위원으로 뽑혔다.

경선과정에서 정파갈등은 극에 달했다. 보도된 바 없지만, 선거기간 중 일부 농촌지역에선 특정 정파 후보에 기표가 된 견본용 유사투표용지마저 나돌았다. 후보 수도 많은 데다 어느 후보가 어떤 정파 소속인지 속속들이 알 길이 없는 평당원들로선 투표기준을 제대로 설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틈을 타 일종의 ‘모범답안’이 생겨난 것.

민노당의 ‘정책사령탑’인 정책위의장 선출을 둘러싸고도 심한 갈등양상을 보였다. 민노당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민노당 사이트 당원게시판은 격조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과정에서 ‘연합’파 소속인 이용대 후보의 지지자가 당원게시판을 통해 ‘주대환 후보는 CIA(미 중앙정보국)의 간첩’이라 비난하고, ‘좌파’ 소속인 주 후보의 지지자는 이 후보를 향해 ‘조선노동당으로 가라’고 비난하는 등 극단적인 인신공격까지 난무했다”고 귀띔했다.

3기 당 지도부 선거결과를 두고 일부 언론은 ‘연합’파가 사무총장을 비롯해 최고위원 8명을 당선시켜 당직을 ‘싹쓸이’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노당 의원 및 최고위원들을 정파별로 정교하게 분류해보면 기존 언론보도와는 2명 가량 차이가 있다(표 참조).

또한 일부 언론은 지난 6월말 김종철 최고위원(당 중앙연수원장)이 당 대변인직을 사퇴한 것을 두고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연합’파가 ‘좌파’ 소속인 김 위원마저 대변인직에서 사퇴시켰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됐다는 게 민노당측의 해명. 논란의 당사자인 김종철 최고위원은 “대변인직 사퇴는 정파문제와 관련이 없다. 중앙연수원장이 된 뒤 대변인을 겸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힘들어 스스로 사퇴한 것”이라 답했다.



유사투표용지 나돈 최고위원 경선

민노당은 과거에도 당직선거 때마다 정파갈등을 벌여왔다. 이로 인해 일부 선거가 연기되는 등 당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했다. 17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선출과정에서도 정파심리가 일정하게 작용했다. 그럼에도 이번 3기 당 지도부 선거에서 특히 정파갈등이 두드러진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당내 지도체제의 변화다. 권영길(63) 의원이 당 대표로 있던 1·2기 지도부는 당 대표와 사무총장 중심의 단일지도체제였다. 게다가 17대 총선 이후 ‘당직·공직(의원직) 분리’ 방침에 따라 당직을 사퇴한 권 전 대표는 정파 문제에 있어 불편부당한 인물로 평가됐다. 하지만 3기 당 지도부의 경우 최고위원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로 바뀌어 다수의 최고위원을 확보하면 정파의 당내 입지를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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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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