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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논단

의문사위의 비전향장기수 민주화운동 인정의 문제점

악법철폐 기여했다고 ‘민주화 월계관’ 씌워줄 수는 없다

  • 글: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헌법학 jkim386@yonsei.ac.kr

의문사위의 비전향장기수 민주화운동 인정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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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신독재시절 국가권력이 행한 고문으로 사망한 5명의 비전향장기수. 그들의 죽음은 사상전향제도 폐지와 보안감호제도 개선 등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에 기여한 면이 있다. 반체제인사인 그들이 죽임을 당했던 유신독재시절, 우리 사회의 민주화운동은 반체제운동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이 민주화운동을 한 것으로 봐야 할까.
의문사위의 비전향장기수 민주화운동 인정의 문제점

비전향장기수에 대한 민주화운동 인정으로 논란에 휩싸인 서울 종로구 수송동 이마빌딩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실.

국가기관이 비전향장기수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발단은 제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의문사위)가 6월24일과 30일 양일간 사상전향을 거부하다 고문으로 숨진 비전향자 세 사람에 대해 민주화운동 관련 의문사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데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선 찬반논쟁이 뜨겁고 일부 단체는 항의시위를 벌이며 심지어 위원들에 대한 테러위협까지 운운하고 있다.

논란의 와중에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이하 민주화보상위)가 7월6일 제1기 의문사위에서 2002년 10월 요청한 또 다른 비전향자 2인에 대한 보상심의에서 ‘비전향자의 악법개폐운동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논란은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되고 있다. 오랜 권위주의와 독재체제의 아픔을 딛고 힘겹게 쟁취한 민주주의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설치된 두 국가기관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보이면서 나타난 우리 사회의 이념적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우리 사회는 중요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합리적 논의보다는 감정적 대립으로 치달았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이전보다 더욱 심각해지는 듯하다.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을 뛰어넘어 대북관계에 대한 이념적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간 교류가 증진하고 있으나 북핵문제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실의 전말을 분명히 하고 법과 상식에 따라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의문사위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의문의 죽임을 당한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함으로써 국민화합과 민주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2000년 10월17일 제정된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이하 의문사규명법)에 의거해 출범한 대통령소속 국가기관이다. 당초 의문사위는 2년간 한시적으로 설치된 기관이었으나 1기 위원회의 존속기한이 만료된 후인 2002년 12월5일, 의문사규명법이 개정돼 미진한 조사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끔 허용함으로써 제2기 위원회가 출범했다.

의문사위 활동의 전제가 되는 의문사란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의문의 죽음으로서 그 사인이 밝혀지지 아니하고 위법한 공권력의 직·간접적인 행사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죽음(의문사법 제2조 제1호)’이다. 즉 의문사란 첫째 민주화운동과 관련이 있어야 하며, 둘째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 셋째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에 인하여 사망한 경우이다.

이번 사태는 바로 이 조항이 문제가 됐다. 의문사규명법상 민주화운동이란 삼선개헌으로 박정희 장기 독재의 길을 연 1969년 8월7일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 신장한 활동(의문사규명법 제2조 제2호에서 준용하는 민주화보상법 제2조 제1호)’을 의미한다.

제2기 의문사위는 문제의 결정을 내린 6월30일자로 법에 의한 기본적 진상규명활동을 마감했고 ‘제2기 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보고서’를 마무리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임무만 남겨둔 상태다.

반면 민주화보상위는 1999년 12월28일 의결된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된 자와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명예회복 및 보상을 행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민주주의의 발전과 국민화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2000년 8월 설치된 국무총리소속 국가기관이다.

의문사위가 진상규명을 목적으로 하는 조사기관 또는 ‘진실위원회(truth commission)’의 성격을 가지는 기관이라면, 민주화보상위는 관계자의 진정이나 의문사위의 요청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심의하고 결정 하는 기관이다. 의문사위가 민주화운동 관련 의문사로 인정하더라도 명예회복과 보상으로 구제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로, 사안에 따라 의문사위에서 인정된 민주화관련 의문사라 할지라도 민주화보상위에서 명예회복과 보상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와 같은 차이를 들어 일부에선 의문사위의 이번 결정이 민주화운동의 인정과는 별개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의문사는 모든 공권력에 의한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문사위가 이번에 비전향장기수의 죽음을 의문사라고 인정한 것은 명예회복이나 보상의 인정 여부와는 관계 없이 민주화운동에 대한 국가기관의 유권적 결정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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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헌법학 jkim38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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