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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발목 잡은 정수장학회 탄생의 비밀

부산일보· 문화방송 ‘기부 승낙서’ 인감 위조했다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박근혜 발목 잡은 정수장학회 탄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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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가 입수한 중정 부산지부장 박용기씨의 회고록을 보면 김지태씨 사건의 배후에 박 의장이 있었다는 사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2000년 3월 발간된 ‘진주지(晋州誌)’에서 박씨는 1962년 1월2~3일경 박정희 의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김지태씨에 대한 조사를 지시받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김씨를 구속했던 장본인이다. 그 내용 중 일부다.

[박 장군은 군수기지사령관 시절 김지태씨에 대해 부산일보 및 문화방송을 미끼로 부정축재 및 탈세한 자로 인식하고 있었던 데다, 혁명사업에 비협조적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철저하게 조사할 것 지시.구속수사중 김용순 장군은 현재 최고회의 의장의 심정은 김지태씨 재산 중 부산일보, 문화방송 등을 국가에 헌납하는 조건으로 절충 합의하라며 본인이 직접 하라는 요지였음. 후일 최고회의 법률고문인 신직수(후일 법무장관, 중정부장 역임)씨가 교도소를 직접 방문해 재산헌납에 날인 받았다 함.]

김지태씨의 재산 기부행위는 이 같은 박씨의 회고록과 앞선 고 변호사의 진술로 알 수 있듯 분명 본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게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김씨의 재산이 5·16장학회로 넘어가는 과정에 군부주체세력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던 사실도 확인된다.

김지태 인감도장은 하나였다



‘신동아’가 입수한 부산일보와 한국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 주식의 ‘기부승낙서’ 문건에는 누군가 조직적으로 관여, 조작한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다.

부산일보와 한국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의 주식은 사장 김지태씨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닌, 윤우동 윤수동 김대윤 정종철 김종한 등 회사 주요 임원들의 명의로 분산돼 있었다. 비록 ‘명의신탁’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3사의 재산이 5·16장학회로 귀속되기 위해서는 김씨 뿐 아니라 임원들이 직접 작성한 ‘기부승낙서’가 있어야 한다.

‘기부승낙서’는 5·16장학회가 정당하게 기부를 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서류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 문서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됐고, 일부 내용에서 가첨(加添)된 흔적이 발견됐다면 기부원인 무효에 해당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실소유주인 김지태씨의 ‘기부승낙서’는 모두 3부다. 그런데 부산일보 주식에 대한 ‘기부승낙서’에 찍힌 도장이 한국문화방송 문서에 찍힌 도장과 다르고, 부산문화방송 문서의 것과도 다르다. 미리 작성된 문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김씨 유가족들의 주장을 감안할 때 필체가 다를 수는 있지만 도장이 다르다는 것은 누군가 인감을 위조해 허위로 서류를 작성했다는 이야기다.

‘혹시 회사별로 별도의 인감을 사용했던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졌지만 김씨의 장남 영구씨는 “아버지의 인감도장은 하나고, 1962년 6월20일 군법무관실로 가져갔던 것도 바로 그 도장이었다”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헌데 문서 작성일자를 보면 한자로 6(六)월20(二十)일로 돼 있던 것이 ‘二’ 위에 ‘一’이 가첨돼 30(三十)일로 조작된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유가 뭘까. 누가 이 문서를 위조, 조작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현재로서는 그 이유를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추론해보자면 20일은 김지태씨와 임원들이 구속된 상태인 만큼 차후 누군가 문제제기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석방된 이후인 30일에 작성된 것처럼 만들었을 개연성이 높다.

다른 임원들의 문서도 모두 마찬가지다. 김씨 처남인 윤우동씨의 부산일보, 부산문화방송, 서울문화방송 3개사 주식 ‘기부 승낙서’에 찍힌 도장이 모두 다르다. 윤씨의 문서는 심지어 주소까지 틀리다. 부산문화방송과 서울문화방송 기부 승낙서상 주소는 ‘동래구 거제동 840’인데 반해 부산일보 주식 기부 승낙서에는 ‘동래구 온천동 315’로 적혀 있다. 누군가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

당시 3사의 임원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김종한(당시 부산일보 부사장)씨는 이와 관련 “기부승낙서라는 문서를 본 적도 없고, 그 문서에 도장을 찍은 일도 없다. 물론 인감증명서를 내주지도 않았다”면서 “재산을 강탈해갔는데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아마도 누군가 도장을 새겨서 찍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김성은 국방장관 명의로 1963년 10월21일 한국생사주식회사 이사장인 김지태씨에게 ‘감사의 공문’을 보냈다.

“1962년 4월11일자 구 부일장학회 이사진 결의에 의거 정부에 기부하신 부산시 동래구 우동 1127번지의 10 외 246필지 지적 9만9451평을 5·16장학회 이사장 이관구씨로부터 우선 양도 받아 등기 이전중에 있습니다. 위 재산은 군사상 지극히 긴요한 영구시설 부지로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이 막대한 사재를 기부하여주신 귀하께 심심한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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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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