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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정감사 통해 본 김선일 사건 미스터리

美, 알 자지라 방송 전 김씨 피랍 인지 가능성 높아

  • 글: 이준규 전 ‘김선일 사건 국정조사’ 특위 예비조사요원

국회 국정감사 통해 본 김선일 사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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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일씨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가 일단락됨에 따라 정부의 진상규명 작업은 일단 매듭을 지었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회 국정조사 과정에 참석해 관련기관 보고와 정부문서 등을 확인한 전 특위 예비조사요원이 조사의 손길이 닿지 않은 새로운 사실들, 특히 미군 당국의 사전인지 가능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정리해 ‘신동아’에 보내왔다(편집자).
국회 국정감사 통해 본 김선일 사건 미스터리
지난 8월3일, 김선일씨의 석방을 위해 무장단체와 협상했다는 이라크 변호사 E씨의 청문회 증언을 마지막으로 김선일씨 피랍 살해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가 끝났다. 그 과정에 조사요원으로 참여했던 필자는 김선일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밝혀내는 데 국정조사가 역부족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국정조사가 가지는 본래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고, 제기된 갖가지 의혹이 거대한 ‘음모론’으로 연결되는 까닭이기도 했을 것이다.

언론에서 ‘10대 의혹’이라고 정리했던 이 의문점들을 설명하기 위해 온갖 시나리오와 상상력이 동원되었지만, 결국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해명되지 못한 채 억측만이 난무하게 됐다. 그러나 핵심은 결국 ‘사전인지 여부’라는 여섯 글자로 요약된다. 그러한 의구심의 대상은 한국 정부와 미군 당국이다.

한국 정부는 과연 6월21일 이전에 김씨의 피랍사실을 알고 있었나.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이하 이라크대사관)이나 외교통상부, 국가정보원, 국방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관계기관 어느 곳에도 이와 관련한 정보가 사전에 보고된 적이 없었는가. 또 가나무역의 사업 상대인 AAFES(Army&Air Force Exchange Service)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던 김씨 실종소식에 대해 미군 당국은 어느 수준까지 인지하고 있었을까. 이라크 현지 미군 당국, 중부사령부, 펜타곤, CIA 등의 기관들은 이 사실을 전혀 보고받지 못했나.

이러한 의혹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그 같은 정보가 정상적인 보고채널을 통해 상부에 보고되었다면 김씨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김씨가 피랍·피살된 때가 한국의 이라크 추가파병 재확인 시기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이 부분에 조사의 초점을 맞춘 것은 당연했다.

국회 국정조사의 최종결론은 “사전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국정조사 과정에서 있었던 관계기관의 보고와 증인들의 진술내용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다양한 ‘심증’이 감지된다.

지금부터 국정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봄으로써 ‘확인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의심의 여지가 있는’ 개연성을 따라가보자.

‘최종일 보고서’와 ‘무관 보고서’

이라크 현지 미군 당국이 6월21일 알 자지라 방송이 있기 전에 김선일씨의 실종·피랍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은 21일 당일 김천호 사장의 최초 발언에서 촉발됐다. 이날 김 사장은 알 자지라 방송이 나간 직후 바그다드에 있던 연합뉴스 안수훈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김선일씨는) 4~5일 전 실종되었고…미군측으로부터 실종사실을 통보받았으며…모술에서 미군 정보부대 관계자 및 KBR 회사측 간부들과 석방대책을 협의중”이라고 밝혔던 것이다.

국내에는 김선일씨가 일하던 가나무역의 원청업체가 AAFES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AAFES는 가나무역의 ‘바이어(buyer)’라 할 수 있으며 가나무역에 군납업무 하청을 준 원청업체는 KBR이다. KBR은 미국의 부통령인 딕 체니가 한때 CEO를 역임했던 핼리버튼사의 자회사이고 이라크에서 미군에 대한 납품업무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김 사장의 최초발언대로 이라크 현지 미국기업의 직원이 김선일씨와 함께 피랍되었다면 미 당국이 이를 몰랐을 리 없고, 따라서 김선일씨의 피랍사실에 대해 미 당국이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후 김천호 사장은 이 같은 발언내용을 부정했고, 6월22일 이라크대사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는 미군과 관련된 내용뿐 아니라 피랍일자도 5월31일로 번복했다. 외교부 등 정부의 공식입장도 이 진술서에 기반해 ▲김선일씨의 피랍일자는 5월31일이고 ▲김천호 사장이 모술에 간 것은 미군측과 석방대책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매장이동 등의 사업문제 때문이었으며 ▲함께 실종된 일행은 KBR 직원이 아닌 동행한 운전사이고 ▲김 사장은 미군측이나 이라크대사관에 관련사실을 알리지 않고 현지인 변호사를 통해 독자적으로 협상을 진행해왔다는 내용으로 정리되었다.

특히 김 사장의 진술이 번복되는 등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최초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 내용 중 미군이나 KBR 관련 부분은 실수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국정조사 과정에서 다시 한번 쟁점으로 떠오르게 된다. 김천호 사장이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내용과 거의 유사한 내용을 담은 한국정부의 보고문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문서는 이라크 현지 다국적군에 파견되어 있는 최종일 준장이 6월21일 23시(한국시간) 국방부에 보낸 ‘임 대사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 면담결과 확인사항’이라는 보고서(이하 ‘최종일 보고서’)와 이라크대사관의 전춘택 국방무관이 작성한 6월21일자(한국시간) ‘이라크현지보고서’(이하 ‘무관 보고서’)다. 최종일 준장은 당시 이라크 현지 다국적군에 파견되어 있는 한국군 선임장교였으며 추가파병된 자이툰부대의 작전부사단장이기도 하다. 이 두 문서에는 김선일씨 피랍과 관련, 이라크 현지 미군의 사전인지문제와 KBR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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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준규 전 ‘김선일 사건 국정조사’ 특위 예비조사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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