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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 노트북을 열다

국회 개혁하려면 도서관장부터 전문가 앉혀라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국회 개혁하려면 도서관장부터 전문가 앉혀라

국회 개혁하려면 도서관장부터 전문가 앉혀라

국회도서관

‘국회사무처’ 소속 전문위원을 지내다 열린우리당에 공천을 신청한 한 정치인이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청와대를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라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 적어도 청와대는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지 않냐. 감사원 감사의 손길이 제대로 못미치는 대한민국 유일 무풍지대가 바로 국회사무처다. 일단 들어오면 진급도 잘 되고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는 공무원의 지상낙원이지.”

국회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의 참정권을 국회의원이 대리한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을 보좌하기 위해 있는 조직이다. 그런데 현실은 역순이다. 국회의 ‘터줏대감’격인 사무처 공무원이 국회의 진정한 주인으로 보일 때가 많다. 현재의 사무처는 행정 지원조직이 고유의 기능인 입법보좌 조직보다 더 비대하다. 또 의원회관의 개인 보좌진 이외에 국회사무처 인력을 의정활동에 활용한다는 의원은 별로 없다. 오죽했으면 정치권 일각에서 ‘철밥그릇’의 온상인 입법고시를 폐지하고 미국식 경쟁체제를 도입해 ‘외부 전문가 개방형 임용제’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을까.

‘국회 개혁’이 17대 총선의 화두였는데, 사실 그것이 제대로 성사되려면 국회의원 물갈이뿐 아니라 건국 이래 한 번도 손댄 적 없는 ‘국회 시스템 개혁’이 필수적이다. 개혁을 위해선 개혁을 밀어붙일 사람이 있어야 하는 법. 2003년 5월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과 1당인 한나라당 이규택 원내총무, 2당인 새천년민주당 정균환 총무가 머리를 맞댄 적이 있었다.

“장관급인 사무총장, 차관급인 도서관장을 원내 1, 2당이 각각 제 몫으로 나눠먹는 인사관행을 타파하자. 그래서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를 영입해 국회 개혁을 맡겨보자. 그것이 국회 개혁의 첫걸음이다.” 이들이 합의한 취지는 이랬다.

‘개혁’의 기치를 내건 17대 국회가 개원했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부인이 유권자들에게 돈 봉투를 돌리는 바람에 열린우리당 총선 후보에서 미끄러진 남궁 석 전 의원을 사무총장 자리에 앉혔다.

한나라당에선 “의원 배지 못 단 제 식구 배려 차원이다. 지난해 5월의 합의를 파기하고 사무총장과 도서관장을 1, 2 당이 나눠 갖던 관례를 답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나라당은 당 행정실장을 역임한 당직자를 도서관장으로 김 의장에게 추천했다. 그런데 김 의장이 이 인사의 임명을 거부하면서 일이 꼬이고 있다. 김 의장은 “국회도서관장은 도서관 업무에 정통한 문헌정보학 전문가가 맡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 측근은 “남궁 석 사무총장은 삼성SDS 사장을 지낸 IT전문가로, 국회 개혁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거부’ 통보를 받은 한나라당은 내부적으로 들끓고 있다. 이규택 의원은 기자에게 “제 몫은 다 챙기고 상대편에겐 ‘나눠 먹기 관례는 안 된다’고 하니 이런 잣대가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시각에선 일생을 당을 위해 헌신한 당직자를 당 지도부가 배려해주는 것이 ‘인간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은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으로선 억울하겠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회도서관장에는 반드시 외부 전문가가 발탁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자기 희생을 통해 2003년 5월의 합의정신을 먼저 실천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국회도서관장 인사에서부터 국회 개혁의 물꼬를 터보자는 것이다.

한복희 한국문헌정보학회장(충남대 교수·문헌정보학)은 기자에게 “한국은 도서관 인프라, 의정활동 지원 인프라가 뒤처져 있다. 이번엔 한국 대표 도서관인 국회도서관에서 ‘지식혁명’ ‘의정혁명’을 불러일으킬 전문인사가 관장이 되도록 정치권이 협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당 당직자의 실망은 꼭 기억해뒀다 다른 방식으로 보상할 수도 있다. 대승적 차원에서 한나라당이 도서관을 혁신할 국내 최고 전문가를 찾아 김원기 의장에게 다시 추천하는 방법도 있다. 감정싸움보다는 한나라당과 김 의장이 공익을 앞세운 상생의 정치, 국회 개혁의 단초를 찾아야 할 때다.

신동아 2004년 10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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