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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선고받은 獄中 정대철의 격정 토로

“정치 신의라곤 쥐뿔도 없는 이 정권, 넌더리난다”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5년 선고받은 獄中 정대철의 격정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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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이런 판결이… 하늘에 다른 뜻이 있는 건가”
  • ●김원기 의장, 신당입당조건으로 당 대표, 비례대표 1번, 사건해결 세 가지 약속
  • ●대통령 특사 때문에 대법원 상고 포기하지 않을 것
  • ●인권위에 ‘인권탄압’, 헌재에 ‘평등권 침해’로 제소 결심
  • ●한화갑·정몽준·고건 대안세력 결집위해 정대철측에 ‘노크’
5년 선고받은 獄中 정대철의 격정 토로
10월14일 오전 10시, 정대철 전 의원의 변론을 맡았던 이흥수 변호사는 착잡한 심경으로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판결 직전 정 전 의원에게 했던 말이 떠올라 그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이 변호사는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정 전 의원의 질문에 “뇌물혐의에 대해 무죄가 될 확률은 3분의2이고, 유죄가 될 확률은 3분의1이다. 무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검찰조사와 1심 재판에서 정 전 의원에게 건넨 4억원이 뇌물이라고 진술했던 굿모닝시티 전 대표 윤창열씨가 2심 재판과정에서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이었다”고 기존의 진술을 뒤엎는 ‘양심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윤씨는 “검찰조사와 1심 재판에서 뇌물이라고 주장했던 것은 검찰의 강압수사 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10월11일 오후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정 전 의원에게 뇌물죄를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윤씨의 ‘양심선언’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이날 판사가 낭독한 판결문 내용 중 일부다.

“윤창열은 여러 차례 검사의 조사를 받으면서 구체적이고 상세한 진술을 했고, 조서내용과 윤창열의 학력, 경력, 지능 정도를 볼 때 강압수사나 검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허위로 진술한 것으로 볼 수 없다. … 윤창열이 사업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채까지 얻어 돈을 전달한 것을 보면 명시적으로 청탁한 것은 없다고 하더라도 건축허가와 다소 관련된 묵시적인 청탁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주문과 같이 선고한다. 주문.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한다. 금 4억2000만원을 추징한다.”

재판부의 판결문을 듣는 순간, 이 변호사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정 전 의원은 선고가 끝난 뒤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이 변호사에게 조용히 손짓을 했다. 구치소로 바로 와달라는 신호였다. 이 변호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을 뿐이었다.

변호사 가방속 한 장의 사진

이 변호사는 굳은 표정으로 법원 건물을 나서자마자 긴 한숨과 함께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었다. 그러고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오늘 판결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이 거듭되자 겨우 무거운 입을 열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나. 재판부는 윤창열의 2심 진술에 신뢰성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어떻게 1심 진술만 인정할 수 있단 말인가. 윤창열의 진술에 문제가 있다면 1, 2심 진술 모두 부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을 좀 정리해봐야겠다.”

이 변호사는 정 전 의원의 심경이 어떨지 뻔히 알면서도 판결이 내려진 뒤 이틀 동안이나 그를 찾지 않았다. 얼굴을 볼 면목도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정 전 의원을 접견하기로 마음먹은 날이 3일째 되던 이날 아침이다. 이 변호사의 가방에는 한 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이 변호사가 오래 전 정 전 의원의 모친인 이태영 박사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구치소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40분쯤이었다.

이 변호사는 정 전 의원에 대한 변호인 접견신청서를 내고 접견대기실에 앉아 기다렸다. 잠시 후 정 전 의원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 변호사님, 저 왔습니다.”

“어…, 왔어.”

함께 접견실로 들어가 앉자마자 정 전 의원이 웃었다. 허탈함이 짙게 배어 있는 웃음이었다. 이 변호사가 먼저 말을 꺼냈다.

“미안하네.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왔네. 자네가 손 떼라면 당장 그만두겠네.”

그러자 정 전 의원이 이를 말렸다.

“아닙니다. 윤창열이 두 번이나 양심선언을 했는데…. 이건 사람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에요. 하느님의 뜻이 아니면 이럴 수가 없어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하늘의 뜻이 있는 것 같습디다. 여기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야 어쩌겠습니까.”

정 전 의원의 말에는 깊은 자조가 묻어났다. 판결 3일 전 “나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은 사람들은 다 나갔는데 왜 나는 못 나가나. 이번에도 잘못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불만을 터트리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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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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