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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천정배·김덕룡의 원내정당화 실험 5개월

되풀이되는 ‘不姙회동’ 의원들은 중구난방

  • 글: 이승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dr@donga.com

천정배·김덕룡의 원내정당화 실험 5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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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갈등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상임위 배분문제에서 비롯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국보법 개폐문제, 행정수도 이전문제, 과거사 청산문제 등 사사건건 혈전을 치르는 양상이다.
  • 그 선봉에 선 여야 원내대표는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 원내정당화의 시작이 그리 순탄치 않다.
천정배·김덕룡의 원내정당화 실험 5개월

과거사특위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왼쪽)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8월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장 새단장 기념식에 참석해 서로 다른 곳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17대 국회 들어 달라진 게 몇 가지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치의 중심을 중앙당에서 국회로 옮긴 ‘원내정당화’다.

예전 같으면 중앙당사에서 열리던 각종 회의가 요즘은 국회 내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10월 국정감사가 시작된 뒤에는 각당 당사에 아예 인적이 끊겼을 정도다.

각당의 원내대표는 원내정당화의 리더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각각 국회의원 150명(김원기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로 1명 줄어들었다)과 121명의 원내 활동을 진두지휘하며 새로운 정치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양당 원내대표가 갑작스러운 파워 시프트(power shift)에 걸맞은 대응력을 보여준다는 말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17대 국회 개원 전 “더 이상의 협상 파트너는 없다”며 원만한 여야 관계를 유지할 것 같던 양당 원내대표는 5개월째에 접어 든 지금까지 최소한의 핫라인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히려 여야간 극한 대립의 대척점에 서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이들은 각당 내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양당 원내대표간에, 또 각당 내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들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원내정당의 씨앗을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까.

5월20일. 천정배 원내대표는 당시 신기남 의장과 함께 서울 영등포동 열린우리당 당사 3층 회의실에서 한나라당 김덕룡 신임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았다. 두 사람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 축하인사를 건넸다.

천 대표는 “김 대표같이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분을 만난 것은 내 복이다. 당선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래서 축하 난을 제일 먼저 보냈다”며 김 대표를 한껏 추켜세웠다.

이에 김 대표는 “‘송무백열(松茂柏悅·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무가 기뻐하더라)’이라는 말이 있는데, 여당이 젊고 개혁적이어서 내 마음이 기쁘다”면서 “천 대표와 함께 상생의 정치를, 개인적으로는 의정 활동의 마지막 봉사를 할 수 있게 돼 무척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김 대표는 또 “정치를 하려면 인간적으로 가까워져야 한다. 내가 언제 소주 한잔 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분위기는 무척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두 사람은 6월 한 달 내내 지루하게 계속된 17대 국회 개원협상 과정에 서로 지울 수 없는 의구심과 회의감을 키워갔다.

상임위원회 배분 문제, 특히 정동영-박근혜 양당 대표회담 결과물 중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임위 전환을 적시한 대목을 놓고 벌어진 해석 차이로 인해 두 사람은 더욱 멀어졌다.

이후 천 대표는 틈만 나면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 다르다”며 김 대표를 비판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두 사람

정치 대선배인 김 대표의 감정은 더 좋지 않았다. 한 측근의 전언이다.

“개원 협상이 고착 상태에 빠져 17대 국회 초반부터 여론이 좋지 않으면 야당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DR(김 대표의 영문이니셜)에게 천 대표를 한번 만나보라고 권했더니 곧장 ‘내가 그 XX를 왜 만나!’하며 화를 버럭 냈다.”

국가보안법 개폐논란, 언론관련법안 제정논란 등으로 여야간 접점을 도저히 찾을 수 없던 9월에도 두 사람의 만남은 별 소득 없이 끝났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언론관련법안 제정을 위해 야권에 국회내 언론발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을 놓고 양당 대표가 수차례 만났으나 그때마다 양당 대변인은 ‘결렬됐다’는 브리핑을 되풀이했다.

만나도 뾰족한 결론 하나 내놓지 못하는 ‘불임(不姙)회동’이 계속되자 취재기자들마저 나중에는 “별 게 있겠냐”며 이들의 회동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소득 없는 회동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했는지 두 사람은 비공식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들의 관계는 여야 모두 민생 우선을 선언한 10월 국정감사 기간에 더욱 악화되는 듯했다. 결국 민중사관 역사교과서, 국가기밀 유출 등으로 초반부터 파행 양상을 보이던 국감을 정상화하기 위해 이들 양당 대표가 만났으나 “민생국감에 주력한다”는 원칙에만 합의하고 다시 돌아섰다.

서로를 최고의 협상 파트너로 기대하던 이들의 사이가 왜 이리 벌어졌을까. 정치권 내 많은 사람이 그 배경으로 당파적 입장차이보다는 두 사람의 스타일을 더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대인관계를 보면 접점을 찾기가 힘들다. 공통점도 고향이 호남(김 대표는 전북, 천 대표는 전남)이라는 것과 서울대 동창이라는 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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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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