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추적 Ⅱ

가나출판사의 ‘장수천’ 인수說 내막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가나출판사의 ‘장수천’ 인수說 내막

1/4
  • 베스트셀러 만화책을 발행한 가나출판사가 수백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이 출판사 회장의 형은 2002년 대통령선거 기간에 노무현 대통령이 한때 실소유주이던 생수회사 장수천을 인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나출판사의 비자금 의혹과 장수천 인수는 어떤 관계일까.
  • ●1100만부 베스트셀러 작가, “집들이에서 ‘가나’ 김남전 회장이 ‘노 대통령 소유의 장수천 사줬다’고 말해”
  • ●가나 前 편집장, “생수회사는 김 회장 형 명의로 돼 있으나 실제 주인은 김 회장”
  • ●장수천 낙찰받아 김 회장 형에게 매각한 신남철, 구청장 공천받아
  • ●검찰, “가나출판사 100억원대 비자금 용처 규명 필요”
  • ●가나 김 회장, “장수천은 내 형이 인수. 나와는 무관”
가나출판사의 ‘장수천’ 인수說 내막
2000년 11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만화책이 세상에 나왔다. 어린이들 사이에 엄청난 인기를 끌며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현재 18권까지 나와 모두 합치면 약 1100만권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책을 펴낸 가나출판사는 큰돈을 벌었다. 출판업계에선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7월 이 책의 저자인 여성 만화작가 홍은영씨(40)가 가나출판사 김남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실제보다 책이 적게 팔렸다고 자신을 속여 인세 수십억원을 떼먹었다는 것이다. 조사에 나선 서울중앙지검 정진섭 검사는 홍씨의 주장을 대체로 인정해 김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사기혐의로 기소했다.

그런데 공판과정에 ‘비자금 조성’에 관한 진술이 나왔다. 9월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출판사의 이모 전 재정담당 과장은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매출의 20~30%를 비자금으로 조성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과장은 기자에게도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서점에 공급한 뒤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비자금 액수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그의 진술에 따르면 가나출판사가 도매상 등에 넘긴 가격이 권당 5100원이므로 ‘그리스 로마 신화’가 1100만부 팔렸다고 가정하면 100억원 안팎의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김남전 회장은 기자에게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없다. 세금 문제도 해결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비자금의 ‘용처’가 의혹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10월20일 공판에 출석한 일부 인사가 기자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정진섭 검사는 이 자리에서 “이 사건의 핵심은 비자금의 용처인데, 수사를 미진하게 해서 재판부에 공을 넘긴 것 같아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장수천 낙찰자, 구청장 공천

이런 가운데 김남전 회장의 형 김남경씨(48·모 직업전문학교 이사장)가 2002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한때 실소유주이던 생수회사 장수천을 인수한 사실이 밝혀졌다. 장수천 인수시점인 2002년은 ‘그리스 로마 신화’가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을 때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김남경씨는 경북 성주 출신으로 민국당 성주지구당위원장을 역임했고, 2004년 4월 17대 총선에도 모 정당에 공천을 신청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던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올 초 대검찰청 조사에서 “장수천은 노무현 대통령이 실제 소유주”라고 말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이 소유하던 충북 옥천군 청성면 장수리 소재 생수회사 장수천은 경영악화로 부도가 나면서 경매로 넘어갔고, 2001년 5월 신남철씨(39)에게 2억2700만원에 낙찰됐다. 구체적으로 신씨가 낙찰받은 것은 생수 생산설비 등을 뺀 장수천의 공장 건물(연면적 960평), 사무실 건물(연면적 100평), 땅(3000평)이었다.

신씨는 3개월 후 장수천 부동산으로 ‘워터코리아’라는 생수회사를 새로 설립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장수천을 대리 운영하던 선봉술씨, 김각로씨가 여전히 워터코리아에서 이사, 본부장으로 근무했다. 장수천을 낙찰받을 당시 신남철씨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소속당인 새천년민주당의 대전 동구지구당 부위원장이었다. 또한 장수천을 운영하던 2002년 6월 신씨(당시 37세)는 새천년민주당 대전 동구청장 후보로 공천을 받기도 했다. 장수천을 판 뒤엔 열린우리당으로 옮겨 현재 열린우리당 중앙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씨는 대입검정고시를 거쳐 한남대를 졸업한 뒤 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을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다.

2003년 5월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신씨를 내세워 부도로 넘어간 장수천을 헐값에 낙찰받은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 워터코리아의 실소유주는 노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신씨는 뚜렷한 재력이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당 김문수 의원도 “장수천 후신인 워터코리아의 신남철 대표, 선봉술 이사 등이 노 대통령의 대리인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장수천을 실소유할 때도 측근인 홍경태(청와대 행정관)씨, 선봉술씨를 장수천 대표이사로 등재해 놓는 등 원격관리 해왔는데 워터코리아도 비슷한 방식이 아니냐”는 게 한나라당측의 주장이었다. 신남철씨가 기자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마이너스 4500만원 정도다.

2002년 10월 김남경씨는 융자금 8억원을 대신 떠안는 조건으로 장수천의 후신인 워터코리아를 11억여원에 인수했다. 2억2700만원에 낙찰된 장수천이 1년여 뒤 11억원에 팔린 셈이다.
1/4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가나출판사의 ‘장수천’ 인수說 내막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