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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시론

‘도덕적 문화국가’ 전통 이어 세계평화 선도하자

광복 60년, 세계사 속의 한반도를 생각한다

  • 정옥자 서울대 교수·국사학 ojjung@snu.ac.kr

‘도덕적 문화국가’ 전통 이어 세계평화 선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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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한국은 광복 60주년을 맞는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다. 그렇게 열망하던 독립을 얻었으나
  • 그 동안 우리가 이뤄낸 건 무엇인가. 국론분열로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지금, ‘대한민국호(號)’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침략과 약탈로 얼룩진 야만의 20세기를 청산하는 처방은 다름아닌 과거의 전통에서 찾아야 한다.
‘도덕적 문화국가’ 전통 이어 세계평화 선도하자

2005년으로 8·15 광복(사진) 60주년을 맞았다. 국론분열로 혼란스러운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2005년 우리나라는 광복 60주년을 맞았다.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난 지 환갑이 된 이 시점에 그렇게 열망하던 독립을 얻었으나 우리가 이뤄낸 것은 무엇인지 새삼 돌아본다. 이 혼란의 와중에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기본방향부터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서 우리의 현실을 타개할 방향과 방법을 정리하여 청사진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19세기 말부터 1세기 동안 진행된 우리 사회의 근대화는 ‘서구화’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그것도 일제 강점에 의한 타율적인 서구화로 시작됐다는 것이 우리가 겪은 근대화의 특수성이다. 이 서구화가 우리 사회에 과연 얼마만한 순기능과 역기능을 초래했는지는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기존 전통문화라는 거름종이에 걸러내어 우수하다고 인정될 경우에 한해 주체적으로 외래문화를 수용했다. 전환기마다 개방과 자기보존에 대해 고민하면서 우수한 외래문화를 받아들여 고유문화의 한계성을 탈피했다.

그러나 19세기 말의 상황은 전 시대의 문화보강작업과는 전혀 맥락이 닿지 않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지각변동이었다. 유교문화권에서 자급자족하는 안정적인 농경사회를 이룬 조선사회는 사(士) 농(農) 공(工) 상(商)의 직업위계질서를 형성하고 있었다. 따라서 물적 기초를 최고의 가치로 삼은 상·공·농·사의 직업분화로 구성된 서구자본주의는 충격이었다.

더구나 전통적으로 약탈과 침략을 일삼아 ‘야만(野蠻)’으로 간주되던 일본이 서구화를 통해 ‘선진국’이 되고, 그 여세를 몰아 조선으로 진출하면서 강요한 근대화는 일본화와 맞물리는 중층구조로 전개됐고, 결국 일제의 강점으로 귀결됐다.

“신발과 모자가 거꾸로 놓였다”

당시의 제국주의가 군사·정치적 제국주의라면 현재 진행되는 세계화는 경제·문화적인 것이라는 차이가 있으나 거대구도로 통합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세계화는 대국의 논리다. 정치적이든 문화적이든 하나의 통합단위로 만들어가는 제국주의적 거대구조에서 주도국인 대국의 언어는 공용어가 되고 대국의 문물이 보편적 기준이 될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결국 약소국의 처지에서 보면 세계화는 현실적응을 위한 선택이자 예속화를 의미한다.

1894년 갑오개혁으로 학교제도가 변경되자 당시 어느 지식인은 기술학과 외국어학이 성균관의 상위에 놓임으로써 신발과 모자가 거꾸로 놓였다고 갈파했다. 기술이 근대의 총아인 과학문명의 자식이고 외국어는 외국문화 수입의 도구일진대 기술과 어학은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시무(時務)였을 것이다. 그래서 인문정신과 인간교육을 우선하던 전통 교육기관 성균관은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로 치부되어 하위기관으로 전락했다.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그 결과는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 잘 보여주고 있다. 민족 자부심을 상실하고 정체성이 해체된 상태에서 물신을 숭배하면서 비인간화한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쟁에 몰리면서 겨우 생존문제를 해결하여 가난과 열등감에서 벗어났다고 착각할 즈음, 우리 사회를 강타한 IMF 체제는 우리의 허장성세(虛張聲勢)를 생생하게 증언해주었다.

우리의 관심사는 21세기에도 이러한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 제국주의 시대에 열강이 짜놓은 틀에서 남의 뒤를 숨 가쁘게 따라가며 결국은 혼란으로 귀결된 20세기의 오류를 극복해야 한다.

그 극복의 방향은 전통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눈먼 과학기술문명에 등불이 될 인문적 가치가 우리 전통문화에 있기 때문이다. 침략과 약탈로 얼룩진 야만의 20세기를 청산할 처방을 평화공존의 문화가치를 추구하던 전통에서 이끌어낼 수 있을 듯하다.

예치(禮治)가 주는 교훈

군사대국인 청나라보다 선진이라 생각하고 당시의 세계인 동아시아의 문화중심국임을 자부하던 조선 후기 역사에서 21세기를 살아갈 지혜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남을 침략하거나 약탈한 전과가 없는 전력도 이러한 방향성을 제고하는 선도자 역할에 정당성을 부여해줄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겠다는 수동적 자세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진적 자세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그 실마리를,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양란을 겪은 후 조선사회가 문화국가로 자기정체성을 세워가는 과정에서 찾아보자. 당시 조선사회는 왜란으로 와해된 하부구조를 복구하고 호란으로 상처받은 자부심을 회복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떠안고 있었다. 아울러 약탈과 침략을 일삼아 오랑캐로 여기던 북방족의 청나라가 군사대국이 되어 중원(中原)의 주인이 된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조선사회는 평화적인 국제질서를 무너뜨린 청나라를 쳐서 복수설욕(復讐雪辱)하자는 북벌대의(北伐大義)를 외치며 국민단합을 꾀하고 국방을 강화하는 한편, 예를 세워 사회기강을 바로잡으려는 예치(禮治)를 내치의 목표로 설정하고 문화국가를 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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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자 서울대 교수·국사학 ojju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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