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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 ‘전략적 유연성’ 논쟁의 실체

“주한미군 해외참전 양해해달라”… 수용하면 중국과의 긴장고조 불가피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주한 미국 ‘전략적 유연성’ 논쟁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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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과 중국이 국지전에 돌입한다면 한반도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미국은 대만을 사수하기 위해 개입할 것이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주한미군·주일미군이 가장 먼저 투입대상으로 검토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반응은? 최악의 경우 인민해방군이 선양군구에 배치해둔 장거리 미사일이 오산 미 7공군기지를 향해 날아올 수도 있다.
주한 미국 ‘전략적 유연성’ 논쟁의 실체
물론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거꾸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 또한 아니다. 한국과 유사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이미 이러한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11월 일본 방위청 산하 방위력검토회의는 새로 개정하는 ‘방위계획 대강’에 반영하기 위해 중국이 일본을 침략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한 바 있다. 그중 제1 시나리오가 ‘대만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일본이 주일미군을 지원할 수 없도록 국지적으로 공격’하는 설정이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이 이러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2월11일 일본의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해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양국민의 열망을 저버린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를 한국상황에 적용해보면, 주한미군이 대만해협 분쟁에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떠한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중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혹은 ‘지역적 역할’이라는 말은 모두 이러한 상황과 관계가 깊다. 쉽게 말해 이제까지 한반도 방어 즉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는 것이 주목적이던 주한미군이 ‘동북아 지역 내의’ 전략적 목표를 위해 움직일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해진다’는 의미다. 다른 지역에 일이 터지면 주한미군이 즉시 투입되었다가 상황이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이른바 ‘in and out’) 제반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바로 ‘전략적 유연성의 증대’라고 보면 된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주한미군의 역할변화’나 ‘한미동맹의 성격변화’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주한미군·한미동맹의 역할과 성격이 ‘한반도 안정’에서 ‘동북아 지역안정’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이러한 방안을 한국이 양해할 경우, 앞서 설명한 극단적인 상황이 왔을 때 한국은 주한미군의 참전에 따른 위험부담을 고스란히 나눠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겉보기에는 추상적인 용어에 불과한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말 속엔 이처럼 긴박하고도 심각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 재배치의 의미

미국이 경기 북부에 있는 2사단과 용산의 사령부 등 흩어져 있던 주한미군 기지를 오산과 평택 지역에 통합하려 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2003년 4월부터 18개월 동안 한미 양국은 미래 한미동맹정책구상(FOTA) 회의를 열고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이러한 기지 재배치에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유사시 한반도 이외지역에 주한미군을 투입하기 쉽도록 공군기지와 항구를 낀 오산·평택 지역으로 병력을 모으는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몸이 무거운 기존의 2사단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스트라이커 부대로 대체하는 등 체질을 바꾸고, 그간 미군이 맡고 있던 대북억제임무를 상당부분 한국군이 맡도록 하는 조치도 이러한 목적과 관련이 깊다.

미국이 이렇듯 주한미군의 성격을 바꾸려는 상황에서 한국은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중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이른바 ‘지역적 역할’을 그대로 수용해야 할까. 그 경우 한국이 감수하게 될 위험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칫하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이런 중대한 문제는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해야 할까. 공개적인 토론이나 국민적 합의과정 없이 정부 관계자들이 ‘조용히’ 결정해도 상관없는 것일까.

노회찬의 ‘폭로 3부작’

11월 중순 이래 국방부를 곤혹스럽게 했던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폭로 3부작’과 일련의 사건은 대략 이러한 상황인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1월1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있었던 노 의원의 첫 폭로는 “미 2사단의 재배치는 북한에 대한 선제정밀타격능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달 30일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이 추진해온 ‘주한미군의 지역안정 역할’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선제군사개입’을 위한 전략”이라는 주장과 함께 2003년 7월 열린 FOTA 3차회의의 한국측 준비자료를 공개했다. 주한미군의 한반도 이외지역 투입 시나리오를 저·중·고강도로 분류한 이 문서는, ‘중국과 대만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면 주한미군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 12월3일에는 “정부가 이미 주한미군의 지역역할에 합의하고도 국민에게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노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는 정부 협상팀이 작성한 FOTA 4차회의(2003년 9월 개최) 준비자료. 문서에는 ‘주한미군의 지역안정에 대한 기여증대를 지지환영. 다만 현 단계에서 그러한 변화방향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공론화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으므로, 당분간 정보 비공개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렇듯 중요한 사안을 “국민들 몰래 정부가 은밀히 합의해줬다”는 게 노 의원측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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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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