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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정치인 정동영’의 통일부 장관 ‘실험’ 8개월

화려한 스타트, 飛上은 북한 손에?

  • 하태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taewon_ha@donga.com

‘정치인 정동영’의 통일부 장관 ‘실험’ 8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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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 통일부 장관 자리는 긴 이름만큼이나 무겁고 중요한 지위다.
  • 노무현 대통령은 정동영 장관에게 그만큼의 힘과 무게를 실어줬다. 하지만 시작부터 가시밭길이었다. 북핵문제는 갈수록 꼬이고, 남북관계는 경색됐다. 장관 취임 8개월째.
  • 북한의 폭탄선언으로 한반도에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데….
‘정치인 정동영’의 통일부 장관 ‘실험’ 8개월

2004년 12월15일 북한 개성공단 입주업체 리빙아트의 첫 시제품 생산 기념식장에 들어서는 정동영 장관과 열린우리당 의원들.

정동영(鄭東泳·52) 장관은 흔히 ‘행운아’로 불린다. 행운아라는 수식어는 순풍에 돛 단 듯 승승장구해온 그의 정치이력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MBC 주말앵커를 끝으로 1996년 정치에 입문해 그해 총선과 2000년 총선에서 연거푸 전국 최다득표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직운도 좋아 대변인 총재특보 최고위원 등을 두루 지냈다.

또한 김대중 정권 창출 이후에는 권노갑 고문으로 대표되는 동교동계와의 ‘투쟁’을 통해 열린우리당 창당의 산파를 자임했고, 이후 선거대책본부장 당의장 등을 역임하며 노무현 정권 재창출을 일궈냄으로써 여권의 당당한 실세로 자리잡았다.

정 장관의 욱일상승(旭日上昇)하는 기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7월1일에는 외교안보부처의 팀장으로 승격된 부총리급 통일부 장관 겸 NSC 상임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성가를 한껏 높였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란 옛말이 틀리지 않았던지, 정 장관의 통일부 장관 재임기간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취임 8일 만인 7월8일 김일성 주석사망 10주기를 맞아 정부가 조문단의 방북을 불허하면서 남북관계에 이상조짐이 나타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월27일에는 468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탈북자가 동남아시아 지역의 한 국가로부터 한국에 입국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당시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공화국(북한)의 체제를 허물어보려는 최대의 적대행위로 규정한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았다.

“두 달만 빨리 장관 됐더라면…”

이 같은 기류는 결국 북한의 4차 6자회담 보이콧으로 이어졌고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말에는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발효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악재들은 지난 2월10일 북한 외무성이 발표한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참가 무기중단 선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는 1994년 1차 북핵위기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결과적으로 정 장관은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남북당국간 대화를 하지 못한 상태로 취임 8개월째를 맞았다. 이쯤 되면 ‘행운아’ 정 장관이 통일부 장관으로서 겪었을 마음고생을 짐작할 만하다.

통일부의 한 간부는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통일부 장관으로서 정동영 장관은 불행하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당시 박재규 장권(현 경남대 총장)의 경우 남북관계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시기여서 업적도 많이 낼 수 있었지만 정 장관은 시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요즈음도 사석에서 “내가 몇 달만이라도 빨리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했으면 남북관계가 이렇게까지 꼬이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아쉬운 심정을 토로하곤 한다.

실제로 정 장관은 공식석상에서 조문파동이나 탈북자 대거입국문제를 염두에 두고 “북측에서 지극히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하며 ‘좀더 슬기롭게 처리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여러 차례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정 장관의 표현대로 남북관계 경색의 결정적 원인이 된 조문파동과 탈북자 대거 입국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한 사항이라고 한다면, 정 장관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은 지난해 9월 발생한 한국의 핵물질실험문제였다.

당시 외신은 한국 정부가 핵을 보유하려 했다는 문제제기를 집중적으로 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지난해 9월13일 IAEA 이사회 보고에서 한국의 핵실험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serious concern)’를 표명했다.

이 문제에 대한 정 장관의 NSC 상임위원장으로서의 대응은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장관은 IAEA 이사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2일 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한국의 핵 투명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9월18일에는 ▲핵무기 개발 보유의지 없음을 재확인 ▲핵 투명성 유지 및 국제협력 강화 ▲핵 비확산 국제규범 준수 ▲핵의 평화적 이용범위 확대 등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4원칙’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IAEA는 한국의 핵물질실험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지 않은 채 가장 강도가 낮은 의장 요약보고(summary) 수준에서 마무리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핵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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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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