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호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부동산 투기 의혹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5-03-23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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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부동산 투기 의혹

    1982년 5월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부인과 장남이 주민등록상 주소를 옮긴 용인시 오산리 189번지.<br>현지에 가보니 집을 지은 적이 없는 야산 중턱이었다(사진 왼쪽). 이들은 이같이 위장전입을 한 지 한 달 후 인근의 임야와 농지 (오른쪽 사진 도로 오른편 땅)를 취득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최영도 위원장(崔永道·67)은 석 달 전인 지난해 12월22일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변호사 출신인 최 위원장은 참여연대 공동대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련) 공동대표, 인권재단 이사를 역임하는 등 시민운동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장관급인 국가인권위원장 임명 당시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최 신임 위원장은 인권 및 시민사회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 철폐 등 인권 현안을 잘 처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임명 배경을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주로 국가기관에 의해 발생한 인권 침해 문제를 바로잡는 기관이다. 최 위원장은 지금껏 국가기관 및 시민운동계의 ‘양심’과 ‘도덕성’을 대표해왔다.

    그러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물러난 데 이어 최영도 위원장도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부인은 물론 10대 아들까지 불법 위장전입해 경기도 용인에 땅을 취득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본인도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농지 취득을 위해 한 달간 주소지를 옮겨놓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서울 강남, 경기 용인, 제주 등 전국의 개발요지 19곳에서 땅, 상가, 아파트를 사들였다.

    최영도 위원장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 내역에 따르면 최 위원장의 부인 신청자(申晴子·66)씨는 1982년 6월29일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오산리 소재 논(36-1번지) 807㎡와 밭(36-2, 158번지) 2240㎡를 취득했다. 최 위원장의 장남도 같은 날 오산리 소재 임야(34-1, 143, 157, 157-3, 157-4번지) 3만1362㎡의 지분 절반(1만5681㎡)을 취득했다. 장남은 이 땅을 취득할 당시 16세였다.

    최 위원장 일가가 용인의 농지(논, 밭)와 임야를 매입한 1982년 당시 농지개혁법은 농사를 주업(主業)으로 하는 농가만 농지를 소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농민이 아닌 경우엔 거주지를 감안해 자경 목적이 확인돼야 농지 매입이 허가됐다(농지개혁법 시행규칙 51조 등). 다시 말해 매입하려는 농지 인근에 실제로 거주하는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농지를 취득할 수 있었다.



    옮긴 주소지는 야산 중턱

    신청자씨는 1978년부터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신씨는 1982년 5월22일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용인시 오산리 189번지로 주민등록상 주소를 옮겼다. 신씨는 용인 오산리로 주소를 옮긴 지 한 달(1982년 6월29일) 만에 경기도 용인시 오산리 일대 농지를 취득한 것이다. 이어 신씨는 농지를 취득한 지 열흘 뒤인 7월9일 주민등록상 주소를 종전의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로 다시 옮겼다.

    농지 인근으로 주민등록상 주소만 옮겨놓았다가 농지를 산 뒤 원래 주소로 다시 전입한 것으로, ‘전형적인 위장전입 수법’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만한 대목이다.

    그렇다면 신씨는 용인시 모현면 오산리 189번지에 실제로 거주했을까. 이는 신씨의 위장전입 여부를 규명하는 사안이다. 면사무소에 따르면 오산리 189번지는 ‘임야’로 돼 있다. 현지에 찾아가봤다. 이 땅은 죽전택지개발지구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거리에 떨어진 43번 국도변 야산 중턱에 있다. 나무와 잡초만 무성했다. 한 주민은 “오산리 189번지엔 집은 물론 무허가 건축물조차 들어선 적이 없다. 길도 없는 산속인데 그곳이 어떻게 주소지가 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로써 신씨는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민등록 주소를 오산리 189번지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곳을 주소지로 등록하는 행위’가 위장전입이므로 신씨의 위장전입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다. 실거주지를 고의로 속여서 주민등록 주소지를 변경할 경우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실거주지를 속인 이유가 농지 취득이었으므로, 농지개혁법의 입법 취지에도 어긋나는 행위인 것이다.

    장남의 임야 매입 시기, 수법도 신씨와 정확히 일치했다. 장남도 1982년 5월22일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용인시 오산리 189번지로 주민등록 주소를 옮긴 뒤 6월29일 오산리 일대 임야를 구입했으며 7월9일 다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로 주소를 옮겼다. 신씨와 주소를 옮겼다 되옮긴 시기, 용인의 주소지가 동일하다. 장남의 행위도 ‘주민등록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위장전입 행위다.

    오산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최 위원장의 부인과 장남이 1982년 취득한 용인 오산리 땅은 용인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값이 크게 올랐다고 한다.

    신씨와 장남이 취득한 땅은 필지만 여러 개로 나뉘어 있을 뿐 사실상 한 덩어리다. 장남이 소유한 땅은 지목만 임야일 뿐 국도와 거의 수평을 이루는 평지다.

    최영도 위원장은 공직자 재산신고 때 부인과 장남 명의로 되어 있는 이 땅을 모두 합쳐 6억2040만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변에 각종 산업시설, 건축물이 들어서고 있으며 이 땅 쪽으로 용인개발이 확산되고 있으므로 땅의 활용가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농지의 경우엔 평당 50만원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소가 추정하는 시세는 최 위원장의 신고액보다 2배 정도 높았다.

    “성산동 농지 사려 주소 옮겼다”

    최 위원장의 해명을 들어봤다. 최 위원장은 “아내와 장남이 주소지를 옮긴 오산리 189번지는 임야를 관리해주는 현지 관리인과 관련된 번지”라고 말했다.

    “부인과 장남의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 편법을 썼다”고 시인했다. “위장전입을 통한 토지 매입으로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투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투기 목적은 없었다”고 답했다. 최 위원장은 “가족 묘지를 마련해두려는 차원에서 이내와 장남 명의로 사둔 것이다. 그러나 국도가 확장되고 산이 평평해지면서 묘지로 활용하려는 계획은 없었던 것이 됐다”고 말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부인의 위장전입을 통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 위원장의 경우 부인은 물론, 10대 아들까지 위장전입에 동원됐다.

    최 위원장 본인도 위장전입을 통해 농지를 매입하려 했다. 최 위원장은 1986년 3월 이후 2005년 3월 현재까지 20년 동안 줄곧 서울 서초구 반포동 H빌라에서만 거주해왔다. 그런데 최 위원장은 이 기간 중 단 한 차례, 주민등록상 주소를 서울 마포구 성산동으로 잠시 옮겼다 다시 원래 주소로 옮긴 적이 있다. 즉, 최 위원장은 1989년 5월5일 서초구 반포동 H빌라에서 마포구 성산2동 200번지 부근으로 주소를 옮겼으며, 한 달여 뒤인 1989년 6월17일 다시 반포동 빌라로 주소를 이전한 것이다.

    이때 부인 신씨와 차남도 최 위원장과 같은 날 성산동 같은 주소지로 옮겼다가 같은 날 반포동 원래 주소지로 돌아왔다. 성산동 해당 주소지의 세대주는 차남으로 돼 있었다. 1989년 당시 차남은 20대 초반이었다.

    반면 반포동 H빌라에 함께 거주하던 장남(당시 23세)은 가족이 주소지를 옮겼다 되돌아오는데 동참하지 않고 반포동 빌라에 그대로 주민등록을 두고 있었다.



    주민등록상의 주소 변경만 놓고 보면 최 위원장과 부인, 장남, 차남은 반포동 빌라에 함께 거주하다가 최 위원장과 부인, 차남이 장남만 반포동 빌라에 남겨둔 채 성산동으로 이사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반포동 빌라로 이사 온 것이 된다. 이는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나이 어린 차남이 세대주가 되고 변호사인 부모가 그 밑으로 들어간 것도 일상적인 일은 아니다. 성산동사무소에 따르면 최 위원장 부부와 차남이 주소지를 옮긴 1989년 당시의 성산2동 200번지는 난지도 쓰레기 처리장에 인접한 서울의 변두리 지역으로,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주택지였다.

    위의 이유를 열거하며 기자가 “성산동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한 달 만에 빼내간 이유가 석연치 않다”며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하자 최 위원장은 “성산동의 부동산을 하나 사려 했는데 지목이 농지였다. 차남에게 증여해서 차남 명의로 등기하기 위해 나와 아내, 차남의 주민등록 주소지를 성산동으로 일시적으로 옮긴 것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뜻대로 이 농지를 매입하지 못해 이내 반포동으로 주소를 되옮겼다. 불발탄이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에 따르면 최 위원장이 성산동으로 주민등록 주소지를 옮긴 것은 농지매입 자격 취득이 실제 목적이었다. 한 달 사이에 반포동-성산동-반포동으로 주소지를 옮긴 사실을 보면 농지 취득에는 실패했지만 성산동으로의 주민등록 주소이전은 성산동에 거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농지취득용 위장전입에 해당한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부인 신씨와 장남이 용인의 농지와 임야를 취득할 때 이미 사용했던 ‘한 달 간격으로 주민등록상 주소지 옮겼다 농지를 취득한 뒤 다시 빼기’ 방식과 흡사하다.

    최영도 위원장은 본인, 부인, 장남의 재산이 총 63억630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차남 등의 재산내역은 고지를 거부했다.

    최 위원장이 신고한 재산 중 부동산 소유 현황만 간추리면, 본인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대지 441㎡(신고액 9억8400만원),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대지 129㎡(2억5300만원),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 임야 3216㎡(2억4800만원),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신갈리 임야 4065㎡(1억5400만원), 제주도 제주시 아라1동 임야 2449㎡(7400만원), 제주도 제주시 아라1동 임야 153㎡(400만원), 제주도 제주시 아라1동 과수원 7650㎡(2억2900만원), 제주도 제주시 아라1동 밭 717㎡(2600만원) 등 서울, 경기, 제주에 걸쳐 8곳에 땅을 갖고 있으며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빌라 1채(7억5600만원),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서초빌딩 상가(12억9300만원)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강원도의 콘도 2채(2억6000만원)도 최 위원장 소유다.

    부인 신씨는 앞서 언급한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오산리의 논 807㎡(4800만원),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오산리 밭 2240㎡(1억4100만원) 외에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대지 25㎡(4900만원)를 소유하고 있다. 장남은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오산리 임야 1만5681㎡(4억3000만원) 외에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대지 25㎡(4900만원),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개포4차 우성아파트 1채(4억7200만원), 제주도 제주시 아라1동 밭 717㎡(2600만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위원장이 신고한 재산 중 부동산은 서울·경기·제주 등 전국에 걸쳐 땅 14개소, 아파트·빌라 2채, 상가 1채, 콘도 2채 등 모두 19개소, 54억96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 위원장이 보유한 19개 부동산은 상속받은 것이 아니라, 그가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취득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가 1970년대부터 2002년까지 꾸준히 취득해온 이 부동산들은 서울시 강남구·서초구·강동구, 경기도 용인시, 제주도 제주시 등 큰 폭의 지가 상승을 기록하고 있거나 개발 기대감이 높은 지역군에 집중돼 있다.

    최 위원장과 장남이 보유한 제주도 제주시 아라1동 소재 밭, 과수원, 임야 5곳도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아라1동사무소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소유한 땅에 대해 “집을 짓거나 대지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라1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주인은 최 위원장의 땅에 대해 “도로변에 붙어 있고 주변에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이 계획되고 있어 투자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땅에서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유원지 용도 부지 30만평에 향후 제주 중문단지보다 규모가 더 큰, 골프장 스키장 콘도 호텔 등이 복합된 최고급 휴양레저단지(산천단 단지)가 들어설 계획으로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 목적 없었다”

    “위장전입 방식을 동원한데다 매입한 부동산이 개발요지에 집중돼 있고, 일반 상식에 비추어 사들인 부동산이 지나치게 많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다”는 질문에 대해 최영도 위원장은 “부동산 투기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경기도 용인시 신갈리와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 땅은 변호사 시절 승소한 대가로 돈 대신 받은 것이고, 서초동의 빌딩은 다른 변호사들과 돈을 모아 함께 신축해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이므로 투기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강남구 역삼동과 서초구 방배동 땅을 취득한 이유에 대해선 “매입 당시 인플레이션이 심했다. 현금을 갖고 있으면 화폐가치가 계속 하락하기 때문에 재산 보전 차원에서 서울 강남 지역의 땅을 사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 땅을 산 것에 대해선 “제주도의 경치 좋은 곳에 내려가 살기 위해 서울의 변호사들과 공동으로 사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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