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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신임 대법관, 부동산 위법 거래 의혹

‘등기서류에 허위로 주소 기재해 농지 취득’ 시인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양승태 신임 대법관, 부동산 위법 거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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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태 신임 대법관은 본인 명의로 농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주소 허위 기재를 통한 위장전입 방식을 동원했음을 시인했다.
양승태 신임 대법관,  부동산 위법 거래 의혹

1989년 8월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인 양승태 대법관은 등기를 하면서 ‘안성군 일죽면 송천리’로 주소를 허위로 기재해 일죽면 농지를 취득했다(위). 아래는 양 대법관이 취득한 일죽면 농지.

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의 재산신고 대상 고위직 135명 중 80%가 2004년 1년 동안 재산을 늘렸다. 이들 고위 법관의 재산증식 수단 중 40%는 부동산 상속 또는 부동산 매도 차익이었다. 사법부의 최고수장 격인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중에도 아파트를 팔아 억대의 시세차익을 남겼거나 수도권의 논밭을 사서 되파는 방식으로 재산을 증식한 경우가 많이 눈에 띄었다.

지난 2월22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25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임명된 양승태(梁承泰·57) 신임 대법관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 인근 주택 등의 재산 내역을 신고했다. 그러나 ‘현재 보유 재산’만 신고하도록 한 공직자재산공개에선 드러나지 않았지만, 양 대법관은 1989~93년 부동산 거래과정에서 위법 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본인은 “내 명의로 이뤄진 거래지만 실제론 사별한 아내가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1989년 8월1일 양 대법관은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송천리 533번지 밭 982㎡를 취득했다. 4년 후인 1993년 10월12일 양 대법관은 이 밭을 J씨에게 팔았다. 3년 뒤인 1996년 6월19일 J씨는 명의신탁해지 방식으로 이 땅의 소유권을 K씨에게 이전했다.

안성시 일죽면 송천리 533번지의 소유권 변천 기록을 담은 ‘폐쇄 등기부 등본’은 1989년 8월1일자로 이 땅이 ‘양승태’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됐다고 밝히면서, 소유자의 인적사항을 ‘양승태 4801OO-OOOOOOO 안성시 일죽면 송천리 OO번지’로 기록하고 있다. ‘안성시 일죽면 송천리 OO번지’는 ‘양승태’의 주소다. 등기부등본엔 해당 부동산 소유자의 주민등록상 주소이면서 동시에 실거주지인 주소를 기록해야 한다.

주소 허위 기재해 등기

등기부 등본의 ‘양승태’는 양승태 대법관과 동일인물로 확인됐는데, 문제는 등기부 등본에 기록된 ‘양승태’의 주소가 주민등록상 주소와 다르다는 사실이다. 1989년 8월1일 당시 양 대법관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아파트’였다(당시는 양 대법관이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로 근무할 때였으므로 그의 실제 거주지는 제주도였다).

이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송천리 농지를 취득한 이후인 1993년 10월12일 양 대법관측은 ‘등기명의인 표시정정’을 하면서 자신의 주소를 ‘송천리 OO번지’에서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아파트’로 변경했다. 정정 사유는 ‘신청착오’로 돼 있다. 양 대법관측은 송천리 533번지 밭을 취득해 등기를 하면서 ‘착오’로 자신의 주소를 ‘송천리 OO번지’로 오기했다는 것이다.

거액이 오가는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자신의 소유권을 명시해두는 등기부 등본에다 ‘착오’로 엉뚱한 주소지를 적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양 대법관측은 ‘등기명의인 표시정정’을 통해 자신의 주소를 원래대로 바꾼 1993년 10월12일 당일 송천리 533번지 땅을 J씨에게 매각했다. 이날 양 대법관으로부터 땅을 산 J씨의 주소 또한 ‘송천리 OO번지’로 돼 있었다. 양 대법관측이 1989년 땅을 취득할 때 등기부 등본에 실수로 잘못 적었다는 주소가 4년 뒤 그 땅을 산 사람의 주소와 일치하는 것이다.

송천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 땅의 거래과정을 지켜봤다”면서 미스터리를 해소해줬다.

그는 “J씨는 부동산중개업자다. 송천리 OO번지는 J씨의 주소지였다. 양승태씨는 서울에 주소지를 둔 외지인이어서 농지인 송천리 533번지를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양씨측은 J씨의 주소를 자신의 주소인 것처럼 해 송천리 533번지를 자신의 명의로 등기했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자인 J씨로선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외지인에게 그 정도 편의는 봐준다는 것이다.

이 주민은 “등기부 등본상엔 J씨가 1993년에 이 땅을 산 것으로 돼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1996년 J씨는 명의신탁해지 형식으로 소유권을 강모씨(주소·송천리 OOO번지)에게 넘겼고, 강씨는 다음해인 1997년 양승태씨처럼 ‘등기명의인 표시변경’ 방식으로 자신의 주소를 송천리 OOO번지에서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으로 바꿨다.

이 주민은 “서울 사람(서울 강남구에 사는 양승태 대법관)이 송천리 533번지 밭을 사서 다른 서울 사람(서울 서초구에 사는 강모씨)에게 그 밭을 판 것이 사안의 본질인데, 주소를 현지인인 것처럼 허위 기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승태 대법관은 인터뷰에서 부동산업자의 도움으로 실제 주소가 아닌 허위 주소를 등기소에 제출해 송천리 533번지를 취득한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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