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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5대 정유사 1600억원대 유류소송 표류 내막

손해배상액 ‘감정(鑑定) 싸움’, 학계 논쟁으로 비화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국방부·5대 정유사 1600억원대 유류소송 표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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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방부와 5대 정유사의 1600억원대 민사소송이 감정인 기피신청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감정인 기피신청이란 말 그대로 ‘감정인을 믿지 못하겠으니 바꿔달라’는 요청이다. 이 소송의 피고인 SK를 비롯한 5개 정유사는 지난 1월말부터 3월 중순까지 세 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감정인 기피신청을 냈다. 그에 따라 4년을 끌어온 이 소송에 대한 판결은 더 늦춰질 전망이다.
  • 게다가 감정 결과를 두고 국내 경제학파간 대립이 촉발돼 법정다툼이 학계 논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5대 정유사 1600억원대 유류소송 표류 내막
국방부가 5개 정유사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은 2001년 2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군용유류(油類) 입찰에서 담합을 통해 바가지를 씌웠다며 약 1600억원을 배상하라는 요구였다. 국방부가 손해배상청구의 근거로 삼은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결정 내용. 국방부가 소송을 내기 한 달 전인 2001년 1월 공정위는 5개 정유사의 담합행위를 인정해 12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감정인 기피신청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데 감정인의 감정결과가 결정적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청구한 1600억원은 국가가 원고가 돼 제기한 역대 민사소송 손해배상액 중 최고액이다.

재판부의 의뢰로 감정을 맡은 서울대 교수팀이 산출한 손해배상액은 이보다 500억원가량 적은 1100억원대. 지난해 8월 감정인단이 적정 손해배상액으로 1140억원을 제시하자 피고인 정유사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재판부가 피고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감정인단은 보완감정에 들어갔다. 올 1월 중순 재감정 결과가 나왔는데, 원 감정액보다 20억원 적은 1120억원이었다. 그러자 피고는 1월말 감정인 기피신청을 냈다. 이어 3월에 들어와선 ‘감정인 기피신청 이유 보완’(3월11일), ‘감정인 기피신청 이유 추가’(3월14일) 두 문서를 잇달아 제출하며 감정결과에 불복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상호 합의하에 감정인을 신청해놓고 감정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정유사들의 법정대리인인 거대 로펌들이, 감정을 맡은 서울대 교수들에게 인신공격을 하고 비본질적인 문제를 쟁점으로 삼아 시간을 끄는 등 횡포를 일삼고 있다”고 정유사측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반면 5개 정유사는 “감정인이 중복계산 등으로 손해배상액을 부풀렸고,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감정 결과를 언론에 흘리는가 하면 외국 학술세미나에서 이를 연구사례로 발표하는 등 공정성과 자질 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에 기피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려한 변호인단

국방부와 소송 중인 5개 정유사는 국내 정유시장의 5대 메이저인 SK, GS칼텍스(전 LG칼텍스), S-오일, 현대정유, 인천정유로 국내 최대 규모의 로펌이 변호인단으로 포진하고 있다. SK는 세종, GS칼텍스와 S-오일은 김&장, 현대정유와 인천정유는 태평양이 맡고 있다.

5대 메이저 가운데 선두그룹은 SK와 GS칼텍스. 둘 다 시장점유율이 30%를 웃돌고 있는데, SK가 약간 앞선 상태다. 그 뒤를 S-오일과 현대정유가 따르고 있다. 각각 2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데, S-오일이 우세하다.

군용유류 입찰담합사건에 대한 소송은 크게 세 갈래로 진행돼왔다. 첫째는 담합 관련자에 대한 군검찰 기소 및 공정위의 검찰 고발에 따른 형사소송, 둘째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처분에 대한 정유사들의 행정소송, 그리고 셋째가 바로 국방부가 정유사들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이다. 이 세 소송 중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은 거의 종결됐지만 민사소송은 아직 1심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302억 vs 1120억

2001년 2월 국방부는 정유사들이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담합해 판매한 군납 유류가격과 경쟁시장가격의 차액을 기준으로 1584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했다. 여기서 적용된 경쟁시장가격이란 MOPS (Means of Platt’s Singapore·싱가포르 플래츠사가 발간하는 국제유류가격 기준) 가격에 관세, 운송료, 이윤 등의 부대비용을 계산해 산출한 가격이다.

첫 변론기일이 잡힌 것은 소(訴) 제기시점으로부터 1년8개월이 지난 2002년 10월. 재판진행이 이처럼 늦어진 데는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가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본 후 소송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정한 데도 원인이 있었다. 2003년 5월 정유사들은 재판부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손해배상액 추산 보고서를 제출했다. 피고의 용역을 받은 KDI는 이 보고서에서 적정 손해배상액을 302억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국방부 조달본부 법무실은 손해배상 분야 전문변호사와 저명 대학교수, 경제학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KDI가 제시한 계량경제학적 손해액 산정모델의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조달본부 내 공인회계사들과 협력해 재판부에 KDI의 계산방식에 대한 반박자료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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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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