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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마일리지 정치자금

  • 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반갑다! 마일리지 정치자금

반갑다! 마일리지 정치자금

4월19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박기수 사무총장(왼쪽)과 신한카드 홍성균 사장이 ‘신용카드 마일리지 정치자금 기부 협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 중앙선관위 제공)

정치자금 기부 시스템에 ‘지각변동’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가 금지된 데 이어, 세계 최초로 마일리지 정치자금 기부 제도가 도입된 것.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유지담)는 4월19일 신한카드사(대표이사·홍성균)와 ‘마일리지 정치자금 협약’을 맺었다.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고객은 기업체가 마케팅 전략으로 적립·운용하는 비현금 마일리지를 현금화해 자신이 선택한 후원회에 정치자금으로 기부할 수 있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고객이 후원회에서 기부금에 대한 영수증을 받아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 상품 이용 실적에 따라 보너스 점수처럼 쌓이는 마일리지의 알뜰 활용법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국민은 세액공제 혜택, 정치권은 ‘투명 후원금’ 확보

마일리지를 정치자금으로 기부하길 원하는 사람은 기업 홈페이지에 구축된 정치자금 기부 시스템을 통해 후원하고 싶은 정치인이나 정당, 선관위에 기부의사를 밝히면 된다. 이렇게 하면 기업은 고객의 의사에 따라 마일리지에 해당하는 금액을 후원회 등에 보낸다.

선관위가 마일리지 정치자금 제도를 도입한 계기는 달라진 정치 환경에 있다.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가 전면 금지되고, 개인의 기부 한도가 대폭 축소되면서 정치권은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 제도는 법인이나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다시 허용하자는 일부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제동을 거는 성격도 짙다.

국민의 정치자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소액다수의 정치자금 기부’에 대한 대국민 홍보에 나섰는데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며 “마일리지 기부제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 건전한 정치자금 기부제도를 고민하던 중 탄생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마일리지 총액을 현금으로 환산하면 4조5000억원에 이른다. 그중 1%만 기부되어도 450억원 정도가 된다는 계산이다. 이는 지난해 정치권 전체로 흘러들어간 자금이 490억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엄청난 규모다.

그러나 마일리지 정치자금 제도가 얼마나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많은 기업이 마일리지 정치자금 제도 참여에 소극적이기 때문. 선관위는 지난 3월31일 8개 카드사에 ‘정치자금 기부 참여 안내문’을 보냈으나 신한카드 외에는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뒤늦게 몇몇 카드사가 긍정적인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에서는 가만히 놔두면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올 휴면 마일리지를 구태여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

이 제도의 활성화를 섣불리 기대하기 어려운 더 큰 요인은, 기업이 정치자금 제도에 선도적 역할을 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사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많은 기업인이 정치자금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개정된 정치자금법이 비교적 투명하게 정착됨으로써 기업인들의 부담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인이 불법 정치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한 법적 상태에 놓여 있어서 여기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마일리지 정치자금 제도가 무난히 정착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자금이 유입되고 사용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부구조를 확립하는 게 관건인데, 마일리지 기부제가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전경련 이승철 상무도 “마일리지 정치자금 기부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잡는다면, 업체들도 부담 없이 이 제도에 동참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선관위는 “마일리지 정치자금 제도가 확산되면 국민은 마일리지를 현금화할 수 있고, 기업은 자사 이미지를 제고하며, 정치인은 투명하고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1석 3조’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동아 2005년 6월 호

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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