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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후폭풍, 2007년 대선구도 뒤집나

동아일보 정치 전문기자의 ‘도청·연정 정국’ 감상법

  • 김동철 동아일보 정치전문기자eastphil@donga.com

‘X파일’ 후폭풍, 2007년 대선구도 뒤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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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국정원장은 이와 관련해 7월9일 국정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훈시에서 ▲과거 고백을 통해 스스로 도덕적 정당성을 회복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었으며 ▲국회 정보위 등에서 국민을 향해 거짓말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을 종식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국정원의 고해성사에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7월말경 국정원으로부터 “미림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도청행위가 국민의 정부에도 이어진 사실이 밝혀진 것 같다.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도청이 있었던 것 같다고 관련자들이 진술했다”는 설명과 함께 그 사실을 발표했을 때 일어날 파장에 대해서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노 대통령은 “파장이 염려되기는 하지만 모든 진실이 공개돼야 한다. 차제에 도청에 대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규명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청와대측이 이후 계속되는 민주당의 음모론 공세에 “국정원의 발표 내용은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DJ)가 도청을 지시했다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왜 그렇게 흥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진실 공개’와 국정원의 도청행위에 대한 자기반성 차원에서 국정원 발표가 이뤄졌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노 대통령도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실이 노출된 것은 내가 파헤친 것이 아니고 그냥 터져나왔다. 그냥 터져나온 사건이지 우리 정부가 파헤친 것이 아니다. 도청의 일부가 나왔으니까 도청 전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그 전모에 대해 정부가 성의를 다해 진실을 밝혀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 여기다 대놓고 자꾸 정치적으로 음모가 있다, 이런 식으로 선동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노 대통령과 국정원의 설명 자체에는 ‘정치적 음모’가 숨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평가다.

X파일과 연정, 별개 사안일까



그런데도 정치권에서 도청 정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사시(斜視)인 것은 왜 일까. 그것은 취임 이후 위기상황마다 ‘정치적 도박’을 즐겨온 노 대통령이 향후 정치구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도청 정국을 자신의 정치적 구상을 실현하는 데 철저히 활용할 것이라는 의구심 때문으로 보인다.

그 의구심은 크게 두 가닥으로 정리된다. 하나는 구(舊)세력과 구(舊)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를 극대화해 정치판 새로 짜기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 대통령 자신으로서는 심혈을 기울여 제안했으나 야당이 바로 거부함으로써 딜레마에 빠진 연정(聯政) 구상을 되살리는 승부수로 도청 정국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먼저 새 판 짜기와 관련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세력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연일 음모론을 거론하며 도청 수사를 여권의 ‘DJ 죽이기’로 몰고 가는 것은 만일 새 판 짜기가 이뤄진다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세력이 자신들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즉 도청 수사에서 YS·DJ 정부의 치부(恥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구시대, 구정치에 대한 혐오가 심화될 경우 1차적 피해 당사자는 민주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호남 민심을 역으로 자극해 이번 위기를 판세 역전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고, 현 시점에서 이런 시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2003년 대북송금 특검 이후처럼 현 여권에 대한 호남지역의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 “DJ 흠결 내기로 끝나게 돼 있는 도청 정국은 DJ의 적자(嫡子)인 민주당에 오히려 힘이 실리고, 현 여권은 예상을 넘는 타격을 받는 국면을 조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도청 정국은 결과적으로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을 불러일으켜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과거 정치와의 단절을 재촉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대목이 야권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여권으로서는 도청수사에서 과거 정치의 더러운 측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경우 지역주의에 안주해온 구정치세력을 2선으로 후퇴시키면서 상대적으로 지역주의에서 자유로운 새 정치인들로 새 판을 짠다는 시나리오를 구상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이는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양김 시대의 확실한 종언을 통해 지역주의를 허물고, 도청이라는 구시대의 어두운 유산을 청산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여권이 정치판을 새로 짜 정권 재창출을 이룩한다는 ‘그랜드 디자인’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분석과 맥락을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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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동아일보 정치전문기자eastph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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