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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출신 정치학자의 ‘국정원을 위한 변명’

종합·첨단 국가정보기관, 아직 할 일이 많다

  • 안찬일 건국대 초빙교수·정치학 anchanil@yahoo.co.kr

탈북자 출신 정치학자의 ‘국정원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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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9년 월남해 ‘탈북자 출신 박사 1호’, ‘탈북자 출신 외국대학 교수 1호’로 불린 바 있는 건국대 안찬일 초빙교수가, 최근 국가정보원의 도청 문제를 계기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의견을 보내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해체론이나 분리론 등이 국가정보기구의 역량이나 국가이익 증진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탈북자 출신 정치학자의 ‘국정원을 위한 변명’
세상에서가장 오래된 직업으로 흔히 성매매를 꼽는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인들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전 그들의 지도자 여호수아는 그 땅에 대한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하기 위해 2명의 첩보원을 파견했다. 여호수아의 밀명을 받고 여리고에 도착한 두 첩보원은 당시 매춘부이던 라합의 집으로 갔다고 한다. 이 기록에 근거해 성매매업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고, 스파이가 두 번째로 오래된 직업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무당 또한 이와 더불어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들 말한다. 무당은 훗날 정치가와 법률가가 됐지만, 스파이와 창녀는 아직도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의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듯 오랜 전통을 가진 첩보활동의 역사에는 손꼽힐 만한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트로이 왕국의 멸망을 불러온 목마사건이나, 1941년 독일이 소련을 침공할 것이라는 정보를 믿지 않은 스탈린의 오류, 1982년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를 침공하기 전 경고할 것이라고 믿었던 영국인들의 오판을 들 수 있다.

반대로 가장 성공적인 첩보원으로는 흔히 러시아의 리하르트 조르게를 꼽는다. 1941년 도쿄에서 “일본이 여름 군복을 만들고 있다”는 단 한 줄의 첩보를 모스크바에 타전함으로써 일본군의 공격방향이 남방지역임을 확신케 한 그는, 러시아군이 극동지역의 병력을 서부전선으로 이동시켜 독일군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크게 공헌했다.

세계의 모든 첩보원에게 통용되는 공통적인 세 가지 격언이 있다. ‘절대 붙잡히지 말라, 붙잡히더라도 우리는 결코 너희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위의 계명 외에 더 이상의 계명은 필요치 않다.’ 격언이 말해주듯 첩보활동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야 하며, 활동내용이 공개됐다면 벌써 정보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최근 국정원의 과거 도청사건으로 한국의 국가정보기관이 도마에 올랐다. 권위주의 시대가 남긴 불미스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통해 국정원이 환골탈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검찰과 일부 언론이 보인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경청할 만하다. 검찰은 사상 초유의 국정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국가정보기관의 사무실과 컴퓨터를 뒤졌고, 일부를 밖으로 들고 나갔다. 원래 ‘훔치고 감추는 일’을 업으로 하는 정보기관에 들어가 얼마나 ‘소득’을 올렸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국가정보활동의 중량을 폄하했다는 비난을 완전히 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혹자는 이를 권위주의 청산의 한 과정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국정원은 권위주의 시대로부터 가장 먼저 탈피했다는 자긍심을 지닌 집단이다. 국정원의 수장인 원장은 불필요하게 대통령과 독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솔선수범해 지킨 바 있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 지나쳐 말을 다치게 하는 우를 경계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은 아닐 것이다.

첩보전쟁의 최전선을 누벼온 영국도 한때 도청사건으로 온나라가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MI5(Military Intelligence section 5)는 1972년 노동당의 피터 만델슨과 해리엇 하먼 장관 등 정치인과 민간인들을 사찰하고 도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에 휩싸였고, 1998년에는 잭 스트로 내무장관이 MI5가 자신을 포함해 44만명의 사찰 파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정보기관에 대해 압수수색이나 공개 사법심판, 기구해체 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취해진 적은 없다.

오히려 정보기관의 피해자였던 영국 노동당 정부는 2001년 이후 4년간 국가정보기관의 예산을 24억파운드 이상 증액했으며 MI6(Military Intelligence section 6)의 규모도 두 배로 늘렸다. 분명 잘못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기관에 대한 사법심판은 국가이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영국인들의 확고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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