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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김정일 유일체제 구축에 희생된 북한 경제

  •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 yhkoh@dongguk.edu

김일성-김정일 유일체제 구축에 희생된 북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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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쪽에서 박정희에게 영구집권의 길을 열어준 유신체제가 들어선 직후 북쪽에서는 김일성을 절대군주로 떠받드는 주석제가 자리잡았다. 중국과 소련의 후계체제 진통을 목격한 김일성은 1970년대 초부터 후계체제 정립을 서둘러 1980년대 초 김정일을 명실상부한 후계자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경제보다 정치와 사상을 중시한 결과 김정일 후계체제가 굳건해질수록 북한의 경제는 퇴보했다.
김일성-김정일 유일체제 구축에 희생된 북한 경제

1984년 4월25일 인민군 창건 52주년 행사에 참석한 김일성·김정일 부자.

1970년대 국제정세는 미국과 소련의 핵 군사력 균형에 따른 평화공존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화해, 일본과 중국의 국교 수립, 미국과 소련의 데탕트 등 세계적인 화해 분위기 속에 남북한도 그 흐름에 적절히 대응할 필요성을 느꼈다. 겉으로는 남북관계도 대화를 시도하는 등 ‘대화 있는 대결시대’였다.

대화를 시도하는 이면에서 남과 북은 내부 권력을 강화하면서 대결을 준비했다. 남은 1972년 10월 유신체제를 출범시켰고, 북은 그해 12월 주석제 헌법을 채택해 유일체제를 법적으로 제도화했다. 남북 모두 지도자를 초월적 능력을 가진 영도자로 격상하는 ‘권력의 인격화’ 현상이 나타났다. 국제정세의 데탕트가 동맹국가 사이의 안보공약 약화로 인식되면서 남과 북의 지도자는 ‘위기정부(crisis government)’ 개념을 도입해 권력을 강화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신체제와 유일체제가 구축됨으로써 남북관계는 ‘적대적 의존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서로 상대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상대의 위협으로부터 체제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권력을 강화하는 적대적 의존관계가 형성되면서 남과 북의 체제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혁명적 수령론의 법적 제도화

1956년 ‘8월 종파사건’에서 연안파, 소련파가 몰락하고 1967년 유일사상체계가 확립된 것을 계기로 북한의 모든 권력은 김일성 중심의 빨치산 수중에 들어갔다. 1970년대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유일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반대파가 모두 숙청됐고, 경제적으로는 전후(戰後) 복구사업과 사회주의 개조를 마무리하고 ‘자력갱생 원칙에 입각한 자립적 민족경제’의 기초를 다졌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한은 주석제 헌법을 채택했다. 1972년 12월에 채택한 북한 사회주의 헌법의 중요한 특징은 ‘혁명적 수령론’을 헌법적으로 제도화한 주석제의 규정이다. 1972년 헌법에 따르면, 공화국 주석직은 국가의 수반이며 국가주권을 대표하는 직책으로 국가 활동에 대한 주석의 유일적 영도를 보장하기 위해 주석이 중앙인민위원회를 직접 지도하며 필요에 따라 정무원회의를 소집하고 지도하며 북한의 전반적 무력의 최고사령관,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국가의 일체 무력을 지휘 통솔하는 직위다.

1972년 헌법의 국가권력 구조는 주석-중앙인민위원회-정무원으로 이어지는 3단계 중앙행정체계를 이루고 행정부에 권한이 집중돼 있었다. 따라서 최고 주권기관으로서 최고인민회의가 형식상이나마 보유하던 권한이 대폭 축소됐다. 더욱이 사법기관인 중앙재판소와 중앙검찰소도 중앙인민위원회의 지도를 받게 됐다.

1972년 헌법 채택으로 북한의 당정관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는 미국 하와이대 서대숙 교수다. 서 교수는 주석과 중앙인민위원회가 신설돼 “권력의 중심이 당에서 정부로 이전되고, 당의 운영과 정부의 기능이 분명하게 나누어졌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당의 정책결정 기능이 대부분 중앙인민위원회로 넘어갔고 김일성이 직접 행정부서를 관장하게 됐다. 따라서 당의 역할과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화됐지만 김일성은 당의 운영을 아들 김정일에게 맡겼다. 이것은 정권승계를 위한 장기적인 조치로 김일성 자신이 과거 당기구를 통해서 권력을 장악한 것처럼, 김정일이 당을 효과적으로 장악케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서대숙, ‘북한의 당·정 관계변화’, 제1회 한국정치세계학술대회 논문집 ‘민족공동체와 국가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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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 yhkoh@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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