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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르포

‘인간 애니콜’들의 각개전투장, 국회 의원회관 24시

“‘작품’과 맞바꾼 젊음, 여기서 생존하면 어디 가도 살아남는다”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인간 애니콜’들의 각개전투장, 국회 의원회관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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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私的 방식과 비공식 일처리로 움직이는 보좌진
  • 의원회관은 ‘세운상가’, 보좌진은 ‘24시간 애니콜’
  • 피감기관에 배워 피감기관을 요리하라
  • 노하우보다 노웨어(Know where)가 중요하다
  • 국회 들어온 순간부터 국회 떠날 궁리
‘인간 애니콜’들의 각개전투장, 국회  의원회관  24시
국회 의원회관에는 수년 전, 지금은 국회에서 ‘퇴출’된 한 의원이 의원실에서 내내 바둑만 두다 보좌관이 건네준 질의서를 들고 국정감사장에 가서는 “책상을 쾅쾅 치며…”라고 읽어 웃음거리가 됐다는 일화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책상을 쾅쾅 치며’라고 동작까지 설명해둔 보좌진의 질의서를 아무 생각 없이 읽어버린 것이다.

국회의원을 주연배우라고 치면, 보좌진은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이고, 매니저다. 의원이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이며 법안 마련, 소속된 상임위와 정당 활동, 지역구 관리, 민원 처리까지 모두 보좌진 몫이며 의원 개인의 이미지 관리며 정치적 입지까지 고민해야 한다. 다시 말해 배우의 기량을 한껏 살리고 작품성도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각본을 쓰고, 연예 관계자들과 두루 친분을 쌓아 배우를 스타덤에 올려놓을 기반을 다져야 하는 것과 같다.

의원회관, 제도와 통념 벗어난 곳

16대 국회부터 ‘정책 강화’ 목적으로 4급 보좌관이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 그래서 한 의원실에 배정된 보좌진 정원은 6명.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1명, 6급·7급·9급 비서가 각 1명씩이다. 의원실에 따라 인턴을 2명까지 채용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의원을 포함해 7~9명이 한 팀을 이룬다. 4급 보좌관은 대개 정책과 정무로 나뉘지만 칼로 무 자르듯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의원실에 따라 정책보좌관이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에 내려가 있기도 하고, 4급 보좌관 둘 다 정무를 맡고, 5급 비서관이 정책을 담당하기도 한다. 6·7·9급 비서 3명은 대개 전화연락에서부터 일정관리, 문서작성, 차량운행 및 의원 수행 등을 분담한다.

오전 6시30분. 603호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실 불이 켜진다. 올해로 보좌관 생활 14년차에 접어든 서인석 보좌관은 매일 아침 이 시간에 출근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 2003년 ‘국정감사 실무 매뉴얼’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는 그는 요즘 자신이 경험한 보좌관 생활을 글로 정리하는 중이다. 국회의원을 보좌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근무시간을 보좌관 자신을 위해 쓰기 어려운 만큼, 서 보좌관은 남보다 일찍 사무실에 나와 다른 직원이 출근하기 전까지 자기 시간을 갖는다. 그는 국회 의원회관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다.

“의원회관은 한마디로 시스템보다 나름의 독특한 논리나 사고에 의해 움직인다. 보좌진 생활이 그만큼 ‘사적(私的) 방식’이나 ‘비공식적인 일처리’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보좌진은 임명에서 면직에 이르기까지 기존 가치관이나 통념과 다른 것이 많다.”

형식적으로 4급과 5급은 국회의장이, 6·7·9급은 국회사무총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의원이 국회 사무처에 ‘임명 신청서’를 제출하면 해당자는 그날로 ‘취업 확정’이고, ‘면직 신청서’를 제출하면 당장 ‘밥줄’이 끊긴다. 보좌진의 생사 여탈권을 의원이 쥐고 있는 셈이다.

국회 홈페이지엔 각 의원실에서 올린 보좌진 채용 공고가 떠 있다. 과거에 비해 보좌진 ‘공채’ 비율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추천’ 등의 형식을 띤, 인맥을 통한 국회 입문 비중이 높다. 인사권을 악용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등록한 의원도 없지 않지만 상당수 의원이 학생운동권 선후배, 민주화운동 동지, 선거 공신 등 정치적 지향점이 같은 사람을 보좌진으로 채용한다. 이럴 경우 의원과의 관계도 오래 지속되는 편이다.

‘배지’ 잃을까 좌불안석

오전 8시30분, 열린우리당 A의원실에 B보좌관이 분주하게 들어섰다. 수행비서로부터 의원이 곧 도착한다는 전화를 받은 터다. 지역구 행사에 갔다가 오후에나 잠깐 의원회관에 들르겠다더니 급작스레 일정이 바뀌었단다. B보좌관은 평소 오전 7시에 출근해 브리핑을 준비하거나 상임위 질의서를 작성하는데, 이날은 브리핑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지난밤 대학 동문 보좌관들과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좀 늦게 집을 나선 게 화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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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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