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호

캐스팅 보트 거머쥔 국민중심당 대표 심대평

“충청 전폭 지지 얻으면 대선 단독 출마”

  • 조인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ij1999@donga.com

    입력2007-06-08 0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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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汎여권 연대? 책임회피용 분열극 동참 안 한다
    • 이번에도 캐스팅 보트? ‘기회주의’로 보는 게 현실
    • ‘제3의 독자노선 개척’이 지금 충청 민심
    • 보선 전 ‘당대당 통합’ 한나라당 제의 거부
    • 중도 실현하는 데는 충청도 지역당이 가장 적합
    • 다자 구도 대선이면 ‘포스트 JP’ 가능성 높아
    캐스팅 보트 거머쥔 국민중심당 대표 심대평
    대전 서구 용문동의 심대평(沈大平·66) 국민중심당 대표의 연락 사무실, 선거 승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축하 화환 몇 개가 한켠에 곱게 자리잡고 있었다.

    ‘천리길을 왔으니 만리길이 눈에 보이네.’

    화환에 적힌 의미심장한 문구가 시선을 잡아끈다. 그러고 보니 상투적인 축하 글귀는 아니다. 보낸 사람 이름도 그저 ‘대전 모임 일동’이다. 심 대표는 “격의 없이 어울리는 친목 모임에서 보낸 것”이라고 했다.

    그는 4월25일 대전 서을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6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해 30%를 얻는 데 그친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에 압승을 거뒀다. 당 지지도에서는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밀렸고, 선거 며칠 전까지의 여론조사에서도 10% 남짓 앞서 나간 것에 비하면 훨씬 고무적인 결과다.

    당장 ‘DJP연합 복원’ ‘대통합의 캐스팅 보트’에 이어 ‘충청도 대망론’ 같은 수사(修辭)들이 여의도 정가를 휘감았다. 선거 며칠 뒤 고향(충남 공주)과 대학(서울대 경제학과) 후배로 충청권 유력 후보 중 한 사람이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충청지역에서 갖는 심 대표의 존재가치는 좀더 높아진 느낌이다.



    대전·충남·충북의 유권자는 350만여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로서 갖는 파괴력은 이미 ‘검증에 검증을 거친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7년 선거에서 ‘DJP 연합’으로 김대중 당시 민주당 후보는 충청에서 108만6252표(42.8%)를 얻어 67만7933표(27.3%)에 그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눌렀는데, 당시 대선에선 우연찮게도 두 후보의 전국 득표수 차이(39만557표)가 충청권 표 차이(40만8319표)와 거의 같아 이 지역 표심의 힘이 한껏 부각된 바 있다.

    2002년 선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발표하며 이회창 후보를 충청지역에서만 25만6286표 차로 앞섰다. 이 또한 당시 두 후보 간 총 득표 격차(57만980표)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1992년 선거에선 3당 통합으로 김종필씨를 끌어안은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가 충청권에서 40%에 달하는 득표율을 보이며 김대중 후보를 압도했다. 1987년 선거에선 노태우 후보가 충청에서 75만7713표를 얻어 김영삼, 김대중 두 후보를 합친 73만4282표보다 앞섰고, 이것이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됐음은 물론이다.

    심대평 대표는 보궐선거 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독자 세력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여전히 캐스팅 보트로 역할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아예 ‘제3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심 대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전 서을은 충청 정치 1번지”

    ▼ 보궐선거 ‘압승’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습니까.

    “대전 서을 지역구가 어찌 보면 충청도 민심을 가장 잘 대변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의 강남이나 수도권 신도시처럼 고급 아파트촌이 많은 곳이기도 하고, 또 충남 충북 대전 등 도 안팎에서 이전해온 분도 많습니다. 충청도의 여론을 선도하는 ‘충청 정치 1번지’라고 할까요. 당 지지율의 열세를 극복하고 표 차이를 벌린 것은 결국 현 집권세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대안이 되기엔 뭔가 부족하다, 충청인의 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일꾼이 필요하다는 민심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봐요.

    충청인은 원래 중용, 중도의 가치를 중시해왔습니다. ‘중도’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데, 오는 대선에서 제대로 된 중도 정치를 구현하는 데 충청도를 진앙으로 만들라는 주문도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 ‘중도’가 국민중심당의 이념입니까.

    “좌파냐 우파냐, 보수냐 진보냐를 묻는 것 같은데 우선 20세기의 낡은 잣대로 분류하려 든다면 국중당이 설 땅은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국중당의 비전은 ‘분권과 창조적 실용주의’입니다. 실용주의는 중도를 뜻합니다.

    사실 지금껏 우리나라에선 국민 다수가 지향하는 ‘시대정신’을 좇는 정치와 행정을 한 것이지, 서구에서 말하는 보수, 진보 구도를 따랐다고 하기는 힘듭니다. 1960, 70년대는 자유민주주의 희생해서 경제건설 이루자는 데 국민의 총의가 모아진 시기이고,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때는 그 연장선이었으며,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때는 민주화가 화두 아니었습니까. 노무현 대통령 때는 깨끗한 정부, 창의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열망한 국민이 표를 준 것이고요. 그런데 지금은 ‘깨끗하고 무능한 정부’ 혹은 ‘깨끗한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무능한 정부’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해 있습니다. 국민은 이념이야 어쨌든 국가 경쟁력을 높여 종합적인 삶의 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이것이 중도실용주의로 귀결되는 겁니다.”

    ▼ ‘중도개혁세력 통합’을 외치는 범(汎)여권의 구호와 비슷합니다.

    “중도가 필요하다는 것과 중도를 외치는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입니다. 그쪽에서는 국민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why’, 즉 왜 모이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잖아요. 그저 ‘how to’만 이야기하면서 우선 모이라는 겁니다. 왜 모여야 하냐고 물으면 ‘반드시 모여야만 하기 때문’이라고만 해요. 새로운 국가 경영의 틀을 만들기 위해 헤쳐모이자고 하면 얘기가 좀 달라질 수 있겠죠.”

    ▼ 범여권과의 연대는 없다는 뜻입니까.

    “선거라는 게 과거 실적에 대한 평가를 정당을 통해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른바 범여권이라는 게 뭡니까.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제반 세력이 국민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공(功)과 과(過)를 따질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분열한 것 아닙니까. 제대로 심판받고, 제대로 비전을 제시하는 정상적 정당이 아니라 오로지 ‘반사이익 정당’임을 표방하는 것인데 그래서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겠어요? 책임회피를 위한 그들의 편 가르기에 우리가 들러리를 설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우리의 길을 간다”

    ▼ 이번 대선에 국중당의 독자 후보가 나옵니까.

    “현재로선 당 차원에서 힘 있는 외부 후보 영입도 고려하고 있고, 또 제 역할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입니다. 한 가지는 확실하게 정해놓은 게 있어요. ‘깨끗하고 유능한 정부’를 원하는 민심을 수용하자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인도 정치인이지만 다양한 민간 전문가 그룹과의 연대나 협조가 필수적이에요. 노무현 대통령도 집권하며 내건 개혁의 큰 방향에는 국민이 동의했지만, 결국 무능하고 오만하고 독선적인 386 보좌세력에 휘둘리는 바람에 내실을 기하지 못하고 일을 그르치지 않았습니까.”

    ▼ 그래도 그동안의 정치현실을 되돌아보면 독자 노선보다는 연대가 낫지 않을까요.

    “이번 대선은 상황이 좀 다를 거라고 봅니다. 요즘 들어 그런 느낌이 더 강해지고 있지만, 한국에서 캐스팅 보트를 보는 시각은 한마디로 ‘기회주의’입니다. 캐스팅 보트가 옳은 선택을 통해서 덩치 큰 정당들을 옳은 방향으로 끌고 간다기보다는 그저 정당 내부의 이해관계를 좇아 줄을 선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죠. 이번만큼은 충청도민이 그런 역할을 별로 내켜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국중당 소속 정진석 의원이 보궐선거 전 한나라당에 후보를 내지 말아달라고 제의했다던데요.

    “한나라당과 접촉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연대나 통합공천에 대한 제의는 한나라당 쪽에서 먼저 왔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당대당 통합을 하자는 제안까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제안은 고맙지만 충청인의 민심이 그런 게 아닌 것 같아 반대했습니다.”

    국중당 처지에서 독자 노선을 공고히 하려면 우선 ‘집토끼’부터 잡고 그 다음은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5석이던 의원 수는 3석으로 줄었다. 원내 의석만 보면 ‘정당’이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 당의 공동대표이던 신국환 의원이 4월27일 중도통합개혁신당으로 말을 갈아탔고, 5월11일에는 이인제 의원마저 탈당했다. 민주당 중심의 중도개혁세력 통합에 동참하라는 것이 4·25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인데, 심 대표가 이를 외면하고 독자 노선을 걸으려 해 함께하기 어렵다는 게 탈당 이유의 하나였다.

    ‘노마크 찬스’

    캐스팅 보트 거머쥔 국민중심당 대표 심대평

    심대평 국중당 대표가 대전 용문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참모들과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 이인제 의원의 탈당은 그 상징성이 커 보입니다.

    “그분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행보를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같은 공감대와 비전을 가졌는지 검증하지 않고 정치공학적 요소만 의식해 통합에 나서자는 것은 아까도 말씀드렸듯 반대입니다. 민주당이 우리와 정강정책이 비슷한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물론 저도 더 이상 ‘뺄셈의 정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탈당이 너무 잦은 우리 정치 현실이 안타깝지만 이런 어려운 국면을 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돌파하지 못하면 심대평의 정치실험은 그저 실험으로 끝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심 대표는 두 의원의 탈당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지만 인터뷰 후 기자와 티타임을 가지면서 혼잣말로 그들을 나무라기도 했다. “몇 번씩 탈당하고 그러더니만…. 타이밍이 나쁠 때 꼭 그런 일을….”

    범여권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사수파의 간극이 워낙 크기 때문에 ‘대통합’은 일단 접어놓은 채, 1단계로 ‘중간통합’을 구상하는 이가 많다. 최근 김한길 의원이 대표를 맡은 중도통합개혁신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잦은 회합은 그래서 더욱 유의미하다. 여기에 이인제 의원을 중심으로 국민중심당 내 일부 세력을 규합하면 자연스레 ‘서부 벨트’ 규합에 필요한 최소한의 모양새가 갖춰질 것이라는 게 ‘1단계 중간통합파’의 생각이다.

    범여권이 끝내 통합되지 않으면 1987년 이후 20년 만에 ‘다자 구도 대선’이 재현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각각 출마하고 친노그룹(이해찬 한명숙 김혁규 김두관 유시민), 비노(非盧) 통합세력(손학규 정동영 김근태 문국현)에서도 한 명씩 후보를 낸다면 심대평 대표측도 한번 맞서볼 토양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 정운찬 전 총장이 빠진 데다 대선 직후 있을 총선에서의 세 불리기까지 염두에 둔다면 ‘포스트 JP’로 확실히 공인받을 수 있는 ‘노마크 찬스’를 심 대표가 굳이 피할 까닭이 없으리라는 분석이다.

    “충청 지지 확대가 우선”

    ▼ ‘도로 자민련’ ‘지역정당 구태’란 지적도 끊이지 않습니다.

    “캐스팅 보트 역할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지만, 총체적인 정책결정과 정치현안 협의에서는 국중당의 조정자적 역할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국중당을 지역정당으로 보는 게 바로 기성 정당들의 구태적 시각이에요. 영·호남의 극한적 대립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중재자가 필요한 거고, 충청이 그 중심이 되어 풀어 나가겠다는 겁니다. 싸우는 지역주의는 괜찮고 싸우는 걸 말리고 조정하는 지역주의는 무조건 한묶음으로 매도하다니….”

    ▼ 본인의 대권 출마 가능성도 열어놓은 겁니까.

    “배제하지 않습니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어요. 충청도에서 먼저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80% 이상의 지지를 얻는 것, 다시 말씀드려 충청세력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 가능하다면 도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면 분명한 철학과 비전을 일관되게 제시해야 합니다. 이 지역 가서는 이 소리, 저 지역 가서는 저 소리 하는 게 오늘날 정치지도자의 현실입니다. 저 역시 그 틀에서 크게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저만의 브랜드로 국민을 설득해 나갈 준비가 돼 있는가 자문해보면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

    ▼ 어떤 비전이 필요하다고 봅니까.

    “국제화시대에 걸맞은 한국의 생존전략이죠.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운하 건설 계획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운하를 건설하는 목적이 고용창출 또는 물류비용 절감과 관광산업확충인 것으로 압니다. 개발시대 논리지요. 토목공사로 고용을 창출한다는 것 또한 일시적인 현상일 겁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선 고부가가치 과학기술 개발을 위해 얼마나 더 투자할 것이냐,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제도를 만들 것이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는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이번 대선을 앞둔 개헌은 사실상 물 건너갔지만 차기 정권에서 내각제 개헌을 당의 장기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발의가 무산된 것을 두고 시기가 문제였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저는 시기가 아니라 개헌안(案)의 내용이 더 큰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국가통치 체제가 무엇인지 폭넓게 연구해서 함께 상정해야 하는데 ‘원 포인트’ 운운하니 국민이 대통령의 판단을 가볍게 여겼다고 봐요.

    대통령중심제는 곧 책임제이고, 권한과 책임을 함께 진다는 것의 최대 장점은 곧 일의 능률입니다. 정부가 일사불란한 국민통합의 구심점을 만드는 데 큰 기능을 할 수 있는 제도이고, 과거에도 그런 면이 강했죠. 그러나 현 정권은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지는 두 프로세스를 모두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요. 예전엔 저도 대통령중심제가 한국 실정에 맞다고 생각했지만, 지난 4년간 사실상의 ‘대통령 무책임제’를 경험하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둘다 안 맞으니까…”

    정통 관료 출신으로 지난해까지 충남도지사를 3번 연임한 심대평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 때 대통령비서실에서 5년여 근무한 바 있고 노태우·김영삼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각각 2년, 1년여를 근무한 바 있는 명실상부한 ‘구(舊)여권’ 인사다. 전체적인 색채를 따지자면 지금의 범여권보다는 한나라당에 더 가까워 보인다. 좀더 세부적으로 보면 심 대표의 ‘코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쪽으로 기운다. JP와의 우호관계도 그렇고, 구연(舊緣)을 봐도 그렇다.

    박 전 대표가 지난 보궐선거 기간 마지막날까지 한나라당 후보 지원 유세를 한 것을 두고 심 대표측은 ‘한나라당의 심대평 죽이기’라며 분기탱천했지만, 사실상 승부가 기운 시점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박 전 대표가 판을 키워 심 대표의 몸값을 올려준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심 대표는 ‘충청도 스타일’의 눌변으로 즉답을 피해갔다.

    ▼ 범여권에 생각이 없다면 박근혜·이명박씨 중에서는 어느 쪽과 코드가 맞습니까.

    “글쎄…둘다 잘 안 맞으니까 당을 새로 만든 것 아닙니까, 허허.”

    ▼ 박 전 대표와 인연이 더 있는 편 아닌가요.

    “청와대 근무할 때 잘 알고 지낸 정도지요. 서로 지향하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정도라고 할까요.”

    ▼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 행정도시에 대한 초기 스탠스가 회의적이었다는 점, 대운하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점 등을 줄곧 지적하셨는데, 이 전 시장과의 연대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까.

    “그분이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행정수도를 막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압니다. 그렇지만 과거에 무슨 이야기를 한 것 때문에 미래를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도 합리적이지 못한 사고방식이죠. 생각이 바뀌면 변화와 혁신을 위해 함께 노력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우리 정치의 취약점 중 하나가 과거에 매달려 미래로 전진을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과거에만 매달리니까 선거판에 ‘네거티브 한 방’ 전략 같은 게 난무하는 거죠.”

    ‘沈바람’ 불어올까?

    ▼ ‘분권’을 자주 강조하시는데, 지역에선 소구력이 있는 소재이지만 전국정당에서 흡입력을 발휘할 이슈는 되기 어려울 듯한데요.

    “관료생활을 40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중앙정치와 행정이 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를 관장하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지역 균형발전을 이뤄내기가 쉽지 않죠. 기관을 수도권으로 지방으로 ‘분산’할 순 있어도 실질적인 ‘권력’을 양도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저는 아직도 행정도시에 국회와 청와대가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라도 재정 자립과 함께 자치행정권이 꼭 필요해요. 교육분야도 예외가 아닌데, 예컨대 고교평준화 폐지도 지방의 분권화를 촉진하는 기능을 할 수 있어요. 지방에서 명문고가 부활하면 적어도 어린 인재들의 서울 집중현상은 완화될 소지가 큽니다. 이렇게 분권을 통해 지방의 경쟁력을 키우고, 그것들을 합쳐 나라 발전의 원동력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연구할 계획입니다.”

    심 대표의 한 측근은 연대라는 ‘현실’을 전혀 고민하지 않을 순 없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독자 세력화라는 ‘이상’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은 심 대표가 짧은 시간 안에 충청에서 ‘포스트 JP’의 지위를 계승할 수 있을 것인지가 대선에서 그와 국중당의 향배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 같다. 이인제 의원까지 탈당한 지금이 심 대표 자신의 말처럼 ‘정치실험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2006년 창당 이후 생각했던 만큼은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 국중당이 과연 이번 대선에서는 ‘심(沈)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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