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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웨스트윙’ 통해 본 노무현 정부의 코드 정치

정적(政敵) 끌어들이는 포용력 대신 ‘야당에 떠넘기기’ 기술만 배워

  • 고재열 시사저널 정치팀 기자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 통해 본 노무현 정부의 코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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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즐겨 시청한 ‘웨스트윙’. 미국의 번영, 세계의 평화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찬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진을 보며 청와대에서는 무엇을 느꼈을까. 대통령이 선거정국에 ‘개입’하는 내용, 실수투성이 보좌진을 감싸는 내용을 적극 참고했을 법하다. 배려심 가득한 정치문화는 애써 도외시한 듯해 유감이긴 하지만.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 통해 본  노무현  정부의 코드 정치
정치부 기자로서 나의 꿈은 대통령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구체적인 로드맵도 정했다. 먼저 국회의원을 만들고, 당 대표를 만들고, 서울시장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대통령을 만드는 것이다. 국민의 뜨거운 성원과 함께.

안타까운 점은 현실에서는 내가 대통령으로 만들어줄 만한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장감도 없고, 당 대표감도 없고, 심지어 국회의원감도 없다. 그래서 꿈을 살짝 바꿨다. 정치 드라마에서 대통령을 만드는 것으로. 서울시장과 당 대표와 국회의원 역시 드라마 속에서 만들 예정이다.

정치 드라마로 대통령을 만드는 꿈을 가진 내게 백악관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웨스트윙’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딱딱한 정치와 소소한 인간사를 솜씨 좋게 버무리고 국내 현안과 국제 정세를 숨 가쁘게 얽어내는 솜씨가 가히 천의무봉이기 때문.

웨스트윙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본, 아주 유명한 인물이 한국에 한 사람 더 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다. 탄핵 판결이 나기 하루 전인 2004년 3월11일, 노 대통령은 ‘웨스트윙’을 예로 들며 대통령의 정치개입은 세계적인 상식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와 달랐다. 노 대통령은 탄핵 당했다.

취임 초기에도 노 대통령은 웨스트윙을 자주 언급했다. 취임 1주년을 평가한 기획기사 ‘바뀐 청와대 신풍속도’(국민일보 2003년 2월25일자)를 통해 자신의 탈(脫)권위적인 모습을 묘사한 국민일보 남도영 기자에게 노 대통령은 기사를 읽은 소감을 e메일로 보낸 적이 있다. 이때도 노 대통령은 “요즘은 웨스트윙을 보면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역동적인 리더십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통령이 시작한 따라 하기

노무현 대통령은 단순히 드라마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드라마에서 본 것을 실천에 옮겼다. 대통령 집무 공간을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이 모여 일하는 백악관의 웨스트윙처럼 꾸민 것이다. 신관에 있던 비서실장실, 국정상황실, 국가안보보좌관실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 2층으로 옮겼고 대통령과 비서진의 청와대 내 이동통로도 일원화했다.

노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개입에 대한 논거로 삼으면서, 그리고 ‘광팬’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웨스트윙은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웨스트윙의 팬은 노 대통령뿐만이 아니었다. 청와대 참모들도 DVD를 돌려보았고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도 이 드라마 팬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 대통령의 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친노(親盧) 성향의 인터넷 웹진 ‘서프라이즈’는 2004년 5월22일 웨스트윙 시사회와 함께 좌담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선 웨스트윙 시즌1 가운데 에피소드 2편이 상영됐고, 유시민 의원과 영화배우 문성근, 서프라이즈 서영석 대표 등이 ‘웨스트윙을 통해 본 한미 정치 상황과 노무현 대통령 복귀 후 정세’를 주제로 좌담을 펼쳤다.

노 대통령을 감동시킨 웨스트윙은 어떤 드라마일까? 1999년 처음 전파를 탄 이래 줄곧 NBC의 간판 드라마였으며, 미국에서 총 7편의 시리즈가 방영됐다. 2000년부터 4년 연속 에미상 최우수 TV시리즈상을 수상했으며,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드라마로 꼽힌다. 한국계 다이애나 손이 작가로 참여한 적도 있다.

웨스트윙은 미국식 민주주의의 교본으로 쓰인다. 실제로 한 대학 정치외교학과에서 이 드라마가 교재로 채택된 적도 있다. 한 시간 동안 드라마를 보고 한 시간 동안 팀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 것이다.

미국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진이 있는 백악관 서관, 웨스트윙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대통령(바틀렛)과 비서실장(리오 멕게리), 비서실 차장(조쉬 라이먼), 공보수석(토비 지글러)과 공보차장(샘 시본), 백악관 대변인(CJ 크렉)이다. 아주 짧고 간단하게 드라마 내용을 설명하자면 바틀렛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백악관의 독수리 5형제가 미국은 물론 전세계 평화를 지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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