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양회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의 중단을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은 거절했는데요. 문 대통령의 이런 요청이 적절했다고 보나요?
“러시아에서 북한에 보내는 원유의 양이 늘어나는 상황이니까 한국 대통령으로선 그런 요청을 할 수 있죠. 그건 직설적으로 잘 이야기했다고 봐요.”
“자꾸 ‘임시, 임시’ 하는 게…”
▼문 대통령이 잔여 사드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를 승인해 배치가 이뤄졌죠.“정부가 자꾸 임시, 임시 하는 게 쓸데없는 사족이에요.”
▼그렇게 배치해놓고 문 대통령이 ‘입장문’을 냈어요. 자신의 진보 성향 지지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톤인 것 같아요. 여기서 문 대통령은 ‘임시 배치’를 또 강조하더군요. 철두철미하게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받겠다고 했고요. 이런 문 대통령의 외교 스탠스는 어떤가요?
“외교적 언사와 관련된 사안이라기보다는 안보 상황을 보는 안목과 관련된 사안이죠. 문제가 있는 거죠.”
▼이런 문 대통령의 사드 행보에 대해 야당은 “오락가락한다” “더블 플레이한다”고 비판합니다만.
“더블 플레이까진 아닌데 잘못하고 있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처음 문제를 일으켰어요. 2015년 천안문에 올라가면서, 중국으로 하여금 ‘한국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겠다’고 과도하게 기대하게 만들어준 거죠. 그렇긴 하지만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가 지난 정부에서 끝나게 해야 했어요. 그러면 벌써 끝났고 중국을 설득할 기회도 늘었죠. 자꾸 임시, 임시 하니까 중국도 계속 사드와 관련해 보복조치를 취해요. 한국이 임시 배치라는 꼬리표를 계속 붙여두면서 상황을 종료시키지 않으니까 중국이 보복을 중단할 명분을 찾지 못하는 거죠.”
“미국이 고마워할 턱 있나”
▼임시라는 건 배치 철회 가능성을 암시하는 거죠?“그렇긴 한데 중국도 철회될 거라는 기대는 안 해요. 어찌 됐든 보복을 시작했는데 끝내려면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하잖아요. 사드 배치가 완수되면 한동안 시끄럽겠지만 1~2개월 지나면 중국도 단념해요. 자기들(우리 정부) 생각에는 그렇게 슬슬 끌면 중국을 달랠 수 있고 중국도 이해해줄 것이라 기대한 것 같아요. 국제 관계가 어디 그래요? 이것이든 저것이든 끝을 내야 하는데 그걸 못 해요. 우리가 사드를 포기할 수 있나요?”
▼중국의 보복조치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골병들게 생겼어요.
“그러니까. 정치인들이 참 아무것도 몰라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거예요.”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발사대 여섯 기의 배치를 임시로나마 다 허용했지만, 미국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고마워할 턱이 있나요? 미국은 사드 배치 여부를 한국이 장차 미국 편에 설 것이냐 중국 편에 설 것이냐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삼았어요. 이런 내용이 2015년 보고서에 나와요. 지금 미국은 ‘적어도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이라는 동아줄을 끊어버릴 생각을 하진 않는 모양’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가 아무 문제도 없는 사드 배치를 이렇게 질질 끌고 가니까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섭섭해하는 것 같아요.”
▼사드 배치로 중국의 보복이 급증하고 한미 관계에 균열이 나고…한국의 실익이 없네요?
“외교안보 업무를 처리하는 일처리 요령이랄까 그런 것들이 너무 미숙한 거죠.”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책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 그들(한국)은 그저 하나(대화)만 안다”고 트위터에 썼다. 문 대통령이 “대화와 제재의 병행”을 수시로 강조했고 8·15 경축사에서 “전쟁 불가”를 선언한 것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냉소로 비쳤다. 이에 대해 김희상 전 보좌관은 “하여간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문 대통령에게 좀 섭섭했겠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