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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바디스? 大혼돈의 범여권

“권력 끈 놓치면 곧장 실업자, 이전투구 아닌 사생결단!”

  • 조인직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cij1999@donga.com

쿼바디스? 大혼돈의 범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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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야말로 ‘뒤죽박죽 한 달’이었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기대만큼의 ‘드라마’를 만들지 못했다는 평부터, 마지막에 터진 ‘모바일 투표 흥행’이 범여권의 본선 가능성에 희망을 줬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은 대선 정국에 무엇을 남겼을까.
쿼바디스? 大혼돈의 범여권

정동영 전 의장 캠프 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막기 위해 입구를 지키는 지지자들.

이른바 ‘명의도용’ 사건으로 얼룩진 부정·불법·동원·조직 선거 공방은 그동안 민주평화개혁세력으로 자칭해온 대통합민주신당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혔다. 원하는 모든 국민에게 문호를 개방한다는 취지에서 ‘완전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을 도입했지만 실상 유권자의 자발성은 모바일 투표를 제외하고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급기야 ‘완전국민동원경선’이란 말까지 회자됐다.

이런저런 ‘명부’들이 당사자도 모르게 접수되며 투표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온-오프라인 선거인단이 196만여 명이었고, 여론조사 10% 반영률을 유권자 수로 환산해도 결국 55만명 남짓한 유권자만 실제로 ‘한 표’를 행사한 셈이다. 이는 17대 대선 전체 유권자 3754만7000여 명 중 1.7%에 불과한 수치다. 55만여 명 중 전북을 포함한 호남 유권자가 약 15만명에 이르는 등 지역별 편차도 커서 이래저래 ‘오픈 프라이머리’ 수사(修辭)는 무색하게 돼버렸다.

‘명의도용’ 사건의 후폭풍

여기에 더해 후보자들 간의 갈등 양상이 한나라당 경선 때의 불화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친노(親盧) 신당 창당이나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사장이 이끄는 창조한국당(가칭)으로 정치세력이 합종연횡(合縱連衡)하면서 그야말로 대통령후보만 서로 공유하는 정당·정파간 ‘선거연합체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이번 경선의 최대 화두는 ‘동아일보’ 단독 보도로 불거진 노무현 대통령 명의도용 사건이었다. 앞서 예비경선 때도 ‘동아일보’는 출입기자 명단이 선거인단 명부에 올라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해 이른바 ‘명부떼기’의 진상을 밝혀낸 바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노 대통령의 이름은 서울 종로구 구의원인 정인훈씨가 미리 입수한 옛 열린우리당 당원 명부를 자신의 아들과 아들의 친구 2명에게 시켜 선거인단으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도용됐다.

다른 후보측에서는 정씨가 ‘정동영 경선후보 여성선거대책위원회’ 소속으로 된 명함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외곽 조직인 ‘평화와 경제를 여는 포럼(평경포럼)’의 핵심인사로도 활동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정 전 의장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전 의장측은 “열렬 지지자의 우발적 행동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끼지만, 일개 하부 조직원의 과잉 충성에서 빚어진 일을 어떻게 후보가 감당하느냐”고 반박했다.

급기야 경선 말미에 가서는 경찰이 평경포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대통령 명의도용뿐 아니라 신용정보업체와 연대해 개인신용정보를 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었다. 이에 정 전 의장측에서는 “친노 진영과 권력층이 결탁해 ‘정동영 죽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이택순 경찰청장과 용산고 선후배 사이라 이 청장 임명 당시부터 ‘봐주기 인사’라는 말이 돌았던 만큼, 빠르게 진행된 이번 수사에 이 전 총리측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거라고 주장했다.

실제도 경찰은 대통령 명의도용에 대한 보도(9월17일) 직후인 9월18일 대통합민주신당으로부터 정식 수사의뢰를 받고 12일 만인 9월30일 용의자인 대학생 3명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다음날 주동자인 정인훈씨의 인적사항도 공개했다. 인터넷 주소(IP) 추적 결과 ‘종로구 PC방’이라는 것까지는 금방 나오지만 단순히 CCTV 판독만으로 범죄경력도 없는 용의자 검거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물론 경찰과 이 전 총리측은 펄쩍 뛰었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대학생 중 한 명이 선거인단 등록 아르바이트 도중 유명 인터넷 게임 사이트에 접속해 장시간 게임을 했으며, 이 게임 사이트를 통해 해당 대학생의 신원정보를 빠르게 입수했다고 한다. 또한 최고권력자가 결부된 사건인데다가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조차 “대통령도 수사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다”고 할 정도이니 수사 속도를 내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경찰측 항변이다. 이 전 총리측은 “압수수색 사실을 포함해 수사상황 전반에 대해선 오로지 연합뉴스와 인터넷 등을 통해 파악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영과 이해찬의 ‘금 간 우정’

명의도용 사건은 소강상태를 맞고 있다. 이미 후보자가 확정된 상태라 정치적으로 무마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순히 한 경선 후보자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개혁세력’의 지지기반, 나아가 20여 년간 나름대로 공고하게 굳어져 내려온 대선 구도가 무너질 경우 범여권의 존립근거 자체가 흔들릴 우려도 있기 때문에 다른 후보자들이 섣불리 다시 문제 제기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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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직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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