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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폐기비용 ‘청구서’, 한국에 날아든다?

‘임시 불능화’ 넘어 ’영구 처분’ 가려면 수십년, 수조원 필요한데…

  • 황주호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 joohowhang@khu.ac.kr

북핵 폐기비용 ‘청구서’, 한국에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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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3일 6자회담의 성공 이래 북한과 미국은 2단계 불능화 조치를 위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불능화 실무팀이 영변을 방문해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하는 한편 그에 대한 미 행정부의 상응조치도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과연 불능화란 무엇이고 이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또 임시조치를 넘어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을 완전히 폐기하는 데는 얼마만큼의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까.
  • 이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한반도의 골칫거리로 남으리라는 게 필자의 결론이다.
북핵 폐기비용 ‘청구서’, 한국에 날아든다?

북한 평안북도 영변 지역의 핵시설.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폐연료봉 저장시설 등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상업위성 ‘아이코노스(IKONOS)’가 지난 4월 촬영한 사진이다.

1990년대 초에 불거진 북한 핵 문제는 1994년 미국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과 협상으로 마무리된 듯했다. 당시 북한은 장기적으로는 경수로 건설을, 단기적으로는 중유 제공 등의 약속을 받아내며 핵 프로그램진행을 동결하기로 했고 최종적으로는 흑연감속원자로와 관련 시설을 해체키로 합의했다. 사용후핵연료는 북한 내에서 재처리하지 않는 방법으로 안전하게 처분키로 했다. 합의에 따르면 원자로와 관련 시설은 10년 내에 해체할 예정이었으나, 불행히도 해체의 기술적 경제적 문제들을 단계적으로 상세히 다루지는 않았다. 당시 미국 협상대표는 북한 정권이 10년 내에 무너질 것으로 판단하고 우선 원자로와 재처리시설만 동결하고 사용후핵연료를 봉인하기만 하면 충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훗날 회고한 바 있다.

원자로 동결 이후 미국의 기술자들이 북한에 머물며 사용후핵연료를 통에 담아 봉인 작업을 했으며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도록 만들었다. 이 작업은 5년 가까이 걸려 2000년에 이르러서야 공식적으로 마감했으며 약 3000만달러의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작업에 참가한 미국 기술자들의 말을 빌리면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건물은 유리창이 깨져 날씨가 추우면 물이 얼었고, 주변에 날아다니던 새들이 들어와 물을 먹고 갈 정도로 형편없이 관리되고 있었다. 수조 바닥은 이끼와 연료봉 찌꺼기로 덮여 있어 막대기로 한번 물을 저으면 물속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한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가 원자로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건물에 유리창을 만들지 않고 수조 속의 물은 항상 정수기를 통과시켜 먼지 터럭 하나 들어가지 않게 관리하는 것에 견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후 상황은 모두들 알고 있는 바와 같다. 2002년 우라늄 농축 의혹을 시작으로 제네바 합의는 깨졌으며, 북한은 원자로를 재가동했고, 사용후핵연료 봉인을 뜯고 재처리한 데다, 2006년에는 끝내 핵실험을 했다. 그러는 동안 2002년부터 수 차의 6자회담이 열린 끝에 북한은 핵 프로그램의 불능화에 합의했고 미국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불능화 작업을 끝내기 위해 북한에 들어가 있다.

‘불능화’와 ‘검증’과 ‘폐기’

북한 핵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본 독자라면 핵 문제 해결을 다양한 단어로 표현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994년 미국과 북한의 합의에서는 원자로와 관련 시설을 “궁극적으로 해체(eventually dismantle)키로” 했다. 부시 행정부 초기에는 “완벽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해체(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CVID)”를 주장했지만, 최근에는 “불능화(disablement)”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렇듯 여러 가지 용어가 나오는 것은, 기본적으로 문제는 하나인데 해결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인이 각 단어의 뜻을 이해하고 차이를 정확히 알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최근 사용되는 ‘불능화’라는 말은 결국 핵시설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어 추가로 핵물질을 생산할 수 없도록 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재처리를 통해 이미 확보한 플루토늄의 양을 신고한 양과 비교하는 것을 ‘검증’이라고 하고, 이미 만들어진 핵탄두가 있다면 플루토늄과 함께 ‘폐기’의 대상이 된다. 현재 추진되는 단계별 불능화는 한 단계씩 확인하며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상호 신뢰를 점차적으로 굳힌다는 장점이 있으나, 성질 급한 사람들이 보기엔 플루토늄과 핵탄두 폐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라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먼 길이다.

특히 플루토늄의 양을 검증하는 것은 신고하는 측과 검증하는 측 상호간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한 끝없는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50~60㎏의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그 판단의 불확실도를 10%로만 잡아도 5~6㎏의 오차가 생기는데 이는 한 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특히 1990년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에 신고한 수준으로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의 운전이력을 신고한다면 검증 논란은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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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호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 joohowhang@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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