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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기 ‘토사구팽’ 공신학

범려, 한신 100명 나와도 ‘공적(公的) 숙청’은 계속돼야

  •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정권교체기 ‘토사구팽’ 공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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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추전국시대 월나라 재상 범려, 한나라 태조 유방의 장수 한신, 명나라 주원장의 책사 호유용의 공통점은? 대업을 이룬 뒤 주군으로부터 ‘토사구팽’을 당한 인물들이다. 당대의 민심은 이들의 숙청을 안타까워했지만 후대의 역사는 국정 안정을 위한 ‘필요악’이라고 평가한다. 정권교체기 인사 시즌을 맞아 갖가지 논란이 무성한 이즈음, 권력자가 지녀야 할 공적 인사의 원칙을 새겨본다.
정권교체기 ‘토사구팽’ 공신학

한나라를 세운 유방(가운데)과 일등공신 한신(왼쪽), 장량.

지금과 같은 정권교체기에는 자칭 타칭 ‘공신(king maker)’이 많이 등장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새로운 권력자가 자신의 공로를 제대로 인정해주기를 바란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시점에 대선 캠프에 뛰어들어 온갖 힘든 일을 마다않고 해낸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할 터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성공의 대가로 주어져야 할 권력의 자리 수가 절대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권력자에겐 권력자 나름의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공신들은 ‘주군(主君)의 생각이 무엇이냐’에 목을 매지만, 권력자는 그들의 자리보다는 그들이 실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생각한다. 그들에 대한 권력자의 생각은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자 방법일 뿐 보은 차원의 배려가 아니다. 이는 때론 권력자의 ‘생각 크기’를 말해주는 잣대가 되기도 하는데, 이 지점에서 주군과 공신 간의 가치 충돌이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공신 죽이는 과욕과 과신

자칭 공신 가운데에는 자신에 대한 대우가 섭섭하다며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자가 있을 것이고, 심한 경우에는 ‘나는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했다’고 생각하는 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토사구팽은 ‘필요악’이라 생각하며 최고 권력자에겐 오히려 권장돼야 할 덕목이라고 믿는다.

토사구팽이란 말은 대부분의 경우 부정적으로 사용된다. 써먹을 대로 써먹다가 더는 쓸모가 없다고 판단되자 바로 제거해버리는 것이니 의리 없는 처사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춘추전국시대 월(越)나라 재상 범려(范?)가 처음 입에 올렸다는 토사구팽이란 말은 한신(韓信)에 이르러 널리 인구에 회자될 만큼 유명해졌다. 한신은 한나라 유방(劉邦)의 수하 장수로 막강했던 초나라 항우(項羽)군을 결정적인 순간에 대파해 유방으로 하여금 한(漢) 왕조를 세우게 한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몸 바쳐 섬긴 주군, 즉 유방에 의해 제거되는 비운을 맞는다.

유방의 수하에는 한신 외에도 장량(張良)과 소하(蕭何) 같은 공신이 있었다. 한신은 자신의 공로만 믿고 큰소리를 내다 희생의 제물이 됐지만 장량은 주군이 보위에 오르자 재빨리 그의 시야에서 멀리 사라진 까닭에 말년을 조용히 보낼 수 있었다.

공신은 두 가지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 첫째는 자신의 힘을 절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위기 상황에선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물불 가리지 않다가도 딱히 힘쓸 일이 없어지면 심심해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큰일을 벌여 화를 자초한다. 둘째 과오는 자기 과신이다. 과거의 성공만 믿고서 내 생각은 늘 옳고 다른 사람의 생각은 모두 틀렸다고 생각하는 태도다. 심한 경우엔 내가 하는 일은 모두 성공한다고 믿고 일을 벌이곤 한다. 그러다 실패하면 자신을 냉정히 뒤돌아보면서 그 까닭을 살펴보는 게 아니라 남의 탓으로 돌리다 결국 화를 자초한다. 이런 태도는 보통의 인간에게서도 자주 목격된다. 하지만 일반인의 잘못은 그 영향이 국지적으로 끝나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높은 자리에 있는 자의 잘못은 그 타격의 진폭이 깊고도 넓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기존의 틀을 파괴하면서 인기몰이에 성공했고, 그 결과 무난히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었다. 성공은 그럴 만한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늘 반복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그런 파격 효과를 너무 믿은 나머지 재임 중 틈만 나면 이를 이용했다. 그 맛이 너무 달콤했던 모양이다.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겠지만 그 결과는 지지율 급락과 국론의 분열 등 국정의 혼란상으로 나타났다.

지지율이 계속 떨어졌다면 냉정을 되찾아 차근차근 그 원인을 살펴보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책을 내놓아야 했는데 노 전 대통령은 그러지 못했다. 국정은 오히려 혼란을 거듭했다. 그는 그 책임을 국민에게 돌렸다. 언론이 딴죽을 걸어서 그랬다는 둥 변명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결국 임기 말에 있은 대선에서 여권은 참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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