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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학 박사 기자가 말하는 ‘북한 리스크論’

‘선·악 패러다임’ 벗어나 한국만의 ‘무위험 대비책’ 찾아야

  • 신석호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북한학 박사 kyle@donga.com

북한학 박사 기자가 말하는 ‘북한 리스크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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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자는 북한을 적이라 말한다. 다른 이들은 북한을 동족이라 말한다. 각기 이념적 틀거리를 등지고 있는 이러한 이분법적 북한관(觀)은 긴 시간 접점 없는 대립 관계였다. 그러나 반세기가 넘는 분단 상황을 거치며 남과 북의 체제가 극단적으로 갈린 현 시점에서, 북한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바로 ‘위험요인으로서의 북한’이다. 북한 땅을 밟는 한국인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개인적 위험부터, 섣부른 무력도발로 한국의 대외 신인도에 위험을 미칠 가능성, 나아가 북한체제의 붕괴가 한반도와 동북아에 미칠 파장에 이르기까지, 북한을 ‘리스크’로 보는 시각은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이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북한학 박사 기자가 말하는 ‘북한 리스크論’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서울 증시가 크게 흔들린 2006년 10월9일,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직원들이 급락한 주가 그래프를 살피고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10년 동안 고집스럽게 추진했던 대북 ‘햇볕정책’(화해협력·평화번영 정책)의 거품이 꺼지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햇볕정책은 김영삼 정부 시절 방향을 잡지 못했던 남북관계를 하늘의 구름 위로 올려놓았다. 그러나 2007년 12월 보수 진영의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10개월여 동안, 남북관계는 잠시의 반등도 없이 하강국면을 내달렸다. 바닥 없는 추락은 세 단계를 거쳤는데, 단계가 진전될 때마다 하락폭이 커졌다.

1단계로 이 대통령의 당선 이후 3월26일까지, 북한은 새 정부에 ‘6·15공동선언과 실천강령으로서의 10·4정상선언’의 이행을 촉구하며 관망했다. 새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자 2단계로 북한은 3월27일 개성공단 내에 있는 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에서 한국 측 당국자 11명을 추방하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이후 서해 미사일 발사실험, 이 대통령에 대한 실명(實名) 비난, 군부의 대남협박 등이 이어졌다.

7월11일 발발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3단계가 시작됐다. 이 사건으로 추락하던 남북관계는 지표면에 충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월26일 북한 외무성이 핵 불능화 중단을 선언하면서 올해 들어 상당한 진전을 보이던 북미관계도 정체 또는 악화될 기류에 휩쓸렸다. 8월27일에는 탈북 위장 여간첩 원정화 사건이 터졌고 군 내부에 침투한 간첩 용의자가 50여 명이라는 사실이 군 수뇌부의 비밀 메모를 통해 밝혀지면서, 추락해 불이 붙은 기체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 됐다.

일련의 사건들은 북한이 한국인에게 얼마나 현실적인 ‘위험(risk)’인지를 깨닫게 해줬다. 햇볕정책을 펼친 10년 동안 정부는 같은 민족으로서 북한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데 치중했다. ‘적’으로서 북한의 부정적인 모습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고, 북한이 주는 위험은 무시되거나 평가절하됐다.

북한학 박사 기자가 말하는 ‘북한 리스크論’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7월16일 오전 서울 계동 현대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당선 이후 10개월 동안 한국인은 북한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야 했다. 첫째, 북한은 여전히 한국인 개개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둘째, 국가 차원에서도 북한은 부단히 한국 내부를 분열시키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고립시키는 한편 경제적으로 한국의 신용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셋째, 이런 과정에서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할 위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금기 영역이던 ‘북한 붕괴론’이 올해 8월을 기점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50대 여성 관광객을 북한 군인이 총으로 사살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은 북한이 한국인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요인이라는 사실을 전체 한국인에게 각인시켰다. 사건은 예견된 일이었다. 대남 비방을 계속하던 북한은 6월22일 남북군사회담 북측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고 한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3통(통행 통신 통관)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에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금강산·개성 위기론’의 시작이었다.

북한은 이틀 뒤인 6월24일부터 오전 시간엔 개성공단 입주기업 등이 남측으로 인력과 물자를 이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등 압박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고 대북정책을 바꾸기 위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등 남북의 접촉면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정보 당국자의 분석이 나온 것이 이 사건 직후인 25일의 일이다.

한 대북 정보 관계자는 사건이 터진 직후 “북한 당국은 1, 2개월 전부터 금강산 등 ‘남북의 접촉면’에서 일하는 당국자들을 상대로 ‘규정대로 엄격하게’ 사무를 처리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이번 사건도 큰 틀에서 ‘접촉면에서의 긴장 유발’이라는 전술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해석했다. 더 적극적인 해석도 나왔다. 보수 성향의 한 정보 관계자는 “북한이 남북관계의 긴장을 유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일으킨 것”이라며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려 했으나 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눈치가 보여 동해를 택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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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북한학 박사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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