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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김성호 국정원’

청와대 신임 흔들, 내부알력 꿈틀, 조직장악력 휘청…“원장은 청문회 갈 일 절대 안해”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내우외환 ‘김성호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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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여의도 떠도는 ‘차기 국정원장 하마평’의 내막
  • ● 국정원 내부게시판의 ‘공안’ 논쟁, “역사 퇴보” vs “본연 임무”
  • ● 김주성 기조실장의 조직개편 ‘칼바람’…9월 팀제 도입의 끝은
  • ● 원장의 ‘공직자 조직관리론’ 對 기조실장의 ‘기업가 조직혁신론’
  • ● 1급 승진인사 두고 벌어진 2차장과 기조실장의 싸움
  • ● 내곡동 청사 지하 사우나탕에서 뜨거운 물이 사라진 까닭
  • ● “원장 비서실 판공비 내역까지 손대다니…”
  • ● ‘왕형(王兄)의 사람’이라는 그림자, ‘TK 대 PK’ 갈등 재현하나
  • ● ‘절대로 외부에 인사청탁 하지 말라’ 지시에 담긴 뜻
  • ● “원장과 기조실장 중 한 사람은 연말 인사에서…”
내우외환 ‘김성호 국정원’
정보당국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신변의 이상 징후를 미국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은 8월29일 무렵이었다. 일군의 프랑스 뇌신경외과 전문가들이 8월 중순 평양을 방문했다는 첩보였다. 몇 가지 추가사항이 확인된 9월4일,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은 안보부처 장관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청와대 회의를 소집했다. 참석자들에게 안건도 사전 배포하지 않은 최고등급 보안 회의였다.

회의 직후만 해도 일부 안보부처 핵심의 분위기는 밋밋했다. ‘단정할 수 없는 정보를 갖고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것. 여름을 넘기면서 여의도와 청와대 주변을 떠돌던 ‘김성호 위기설(說)’과 관련지어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9월6일 ‘조선일보’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보도하면서 상황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고, 9월9일 북한 정권창건 60주년 기념행사장에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공연한 호들갑이었는지 아니면 정확한 사전예측이었는지, ‘국정원의 실력’을 판가름할 기회였다. 마침내 9월9일, 김 위원장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저녁 국정원 관계자들의 표정에 ‘묘한 안도감’이 흘렀다는 게 청와대 인사들의 전언이다.

“휴민트는 없다”

이튿날인 9월1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김성호 원장은 조심스럽기 짝이 없던 미국 측 브리핑과는 달리 그간 수집한 정보사항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털어놓았다. 그 이틀 뒤, ‘정부 고위관계자’발(發)로 문제의 ‘양치질 발언’이 흘러나왔다. 김정일 위원장을 옆에서 지켜본 ‘휴민트(HUMINT·인간정보)’의 존재를 암시한 듯한 정보노출 수위가 언론의 질타를 받았고, 김 원장의 보고사항을 ‘생중계’하다시피 했던 국회 정보위원들조차 이를 꾸중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러나 당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간접 첩보를 분석한 결과이지 휴민트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청와대 이하 관련부처 당국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9월9일 하루 종일 촬영된 위성사진 판독 결과 행사개최 시간이 당초 오전이었다가 오후로 연기된 정황이 확인됐고, 행사 참석을 위해 평양에 머무르고 있던 외국인들에게서도 소집시간이 아침 일찍에서 오후로 연기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게 전부였다는 것. 다시 말해 이는 김 위원장이 행사장에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 분명치 않아서 오후까지 행사를 미뤄가며 지켜본 흔적이고, 그렇다면 반신불수 등 아예 못 움직이는 상태는 아니라는 식으로 판단한 것뿐이라는 얘기다.

전·현직을 막론하고 최근 수년 사이 안보·정보당국 핵심에서 일한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우리 정보당국이 김 위원장의 동향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휴민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노무현 정부의 한 안보 핵심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8개월 사이에 새로 만들지 않은 한 그런 통로가 없는 건 확실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 통로가 있었다면 핵실험도 예측하지 못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김 원장의 ‘정보 과잉노출’에 대해 안보부처와 청와대 일각, 여의도 국회 주변의 평가는 냉정하다. “금강산 피격사건, 독도 문제, 여간첩 사건 등으로 수세에 몰린 김성호 원장이 점수를 만회해보려 한 것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여름을 거치며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 여권 인사들은 국정원의 역할 부재에 대한 공개비판을 쏟아냈고, 특히 북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공격은 “새 정부가 출범하고 원장이 바뀌었는데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김 원장의 조직장악 능력 자체를 문제 삼는 방향으로 튀기 시작했다.

물론 국정원 측의 공식적인 설명은 이와 거리가 있다. 정보위 보고에 대해 김 원장은 “워낙 엄중한 상황이라서 의원들도 보안을 유지해줄 것이라 판단했다”고 청와대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무적 판단 실패라면 할 말이 없지만, 의도적인 ‘오버’는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폐지됐던 국정원장의 대통령 직접보고(이른바 ‘독대’)가 주 1~2회 정도 이뤄지는 등 김 원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에 이상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흘러 다니는 ‘차기 하마평’

그러나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말이나 여권 핵심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법률가 출신인 김 원장이 ‘법과 비법(非法)의 경계를 오가는’ 정보기관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특히 지난 봄과 여름을 달군 촛불집회 정국에서 국정원이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놀랄 만큼 공통적이다. 오래전부터 이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머물렀던 한 인사는 “퇴임 후 청문회에 나갈 일은 하지 않으려는 자세”라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촛불을 누구 돈으로 샀으며 누가 배후에 있는지 보고해야 할 것 아니냐’는 이 대통령의 회의석상 발언이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자명하다는 것이다. 이후 국정원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상황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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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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