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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잠망경

‘자가발전’의 모든 것 읍소, 우회전술, ‘청와대 관계자’ 섭외까지…

쏟아지는 하마평의 배경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자가발전’의 모든 것 읍소, 우회전술, ‘청와대 관계자’ 섭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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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가발전’. 얼핏 산업용어인 듯싶은 이 말은 그러나 여의도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인다. 인사를 앞두고 실제로 진행되는 검토작업과는
  • 상관없이 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유력설을 흘린다는 뜻이다. 최근 언론과 국회, 청와대 주변에서 ‘누가 어느 자리에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홍수를 이루는 것 역시 상당부분이 자가발전 때문이다. 정보가 흐르는 길목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방향을 틀려는 이들의 움직임, 그리고 그러한 ‘방해전파’를 차단하려는 사람들의 행보를 하나하나 따라가봤다.
‘자가발전’의 모든 것 읍소, 우회전술, ‘청와대 관계자’ 섭외까지…
자가발전에는 세 종류가 있다. 자기가 어떤 자리에 가려는 자가발전이 있고, 누군가를 그 자리에 못 가게 하려는 자가발전이 있으며, 자기가 속한 그룹 전체를 띄우려는 자가발전이 있다. 앞의 두 가지는 언제나 있어왔지만 세 번째는 요즘 가장 심한 것 같다.”

1기 이명박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인사의 말이다. 초가을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한 개각설이 지지부진 이어지다가 ‘연초’로 굳어지면서, 여의도 국회와 청와대 주변, 장관 교체가 거론되는 각 부처 사이에서는 안테나가 분주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정보를 얻고 또 이를 조금이라도 유리한 방향으로 비틀기 위한 싸움이다. 정보가 오가는 길목마다,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마다, 단연 화제는 인사개편이고 개각이다.

연일 쏟아지는 하마평 기사의 상당 부분이 현직 국회의원들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분주해진 것은 여의도다. 최근 양상은 한나라당 친이(親李) 그룹과 친박(親朴) 그룹의 행동패턴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모양새다. 2008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친이 그룹의 입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요즘은 오히려 상황이 역전됐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한 한나라당 출입기자의 말이다.

“지금의 친이 의원들은 어떻게 보면 도망 온 셈이다. 정부 출범 당시 청와대와 행정부의 ‘빡센’ 자리에 가서 대통령을 지키는 대신 금배지를 위해 피신 왔다고 할까. 그런 친이 의원들이 개각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자가발전을 하기란 어렵다. 오히려 이른바 ‘탕평론’을 등에 업은 친박 의원들의 움직임이 더 적극적이다. 굳이 말은 안 해도 표정이 달라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당과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들의 시선도 온통 인사문제에 쏠려 있다. 누가 어느 자리에 갈 것이라는 하마평 기사가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 가운데 상당수는 인사권자의 뜻이나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작업의 실체와는 상관없는 이른바 ‘자가발전’이다. 입각에 뜻이 있거나 거명되는 것으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이들이나 그 주변에서 언론이나 관계자들을 통해 ‘유력설’을 흘린 결과다.

겸양과 자기절제를 미덕으로 아는 한국 사회에서 이런 식의 자가발전이 좋은 평을 듣는 경우란 드물다. 그러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세 번 네 번 언론에 이름이 오르고 사람들의 입을 타기 시작하면, 인사를 주도하는 이들도 ‘혹시 내가 모르는 장점이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 지난 정부에서 고위급 인사 추천 업무에 관여했던 이의 회고담이다.

“나도 직접 그 일을 하는 동안에는 ‘자가발전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뿐’이라고 잘라 말하곤 했다. 밤잠 못 자가며 뜻을 모아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데 뜬금없는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면 되레 귀찮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나중에 돌이켜 생각하니 그런 유의 인사보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던 것 같다. 관심 없던 인사의 고향이나 경력 등 잘 모르던 내용이 솔깃하게 기사에 나는 경우가 특히 그랬다.”

이 때문에 인사에 관여하는 사람들, 특히 장관급 고위인사를 다루는 인물들은 이러한 ‘방해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애쓰곤 한다. 노무현 정부 출범을 앞둔 2003년 초, 명실 공히 ‘실세’였던 김병준 당시 대통령직인수위 정무분과 간사는 신문 가판을 들고 집으로 찾아오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빨간펜 첨삭지도’를 하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인물들을 자신이 직접 지워 다음날 아침 신문에는 빠지도록 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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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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