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호

국가이미지와 국가브랜드 가치

폭력시위 근절, 타인 배려, 글로벌교육으로 국민 경쟁력 높여야

  • 조원일│한미우호협회 부회장·전 베트남대사 wonil.ch@gmail.com│

    입력2009-04-09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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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이미지와 국가브랜드 가치

    지난해 말, 소화기와 해머가 등장한 국회 폭력사태는 세계 여러 나라에 보도됐다.

    필자가 1970년대 초부터 20년 넘게 해외근무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본의 식민통치, 6·25전쟁 등에 따른 빈곤과 저(低)발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비쳤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유엔과 미국 등 선진 우방국가는 우리나라에 대해 식량원조와 고아돕기운동(입양과 고아원 지원)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우리 정부가 추진한 중화학산업육성정책으로 제철, 조선, 자동차, 반도체, 건설, 화학 등의 산업이 크게 발전하면서 고도경제성장이 지속되자 우리의 국가이미지는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는 세계를 놀라게 해 한국은 확실한 성공모델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초에는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곧이어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돼 최단기간에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탈바꿈했다는 국제사회의 찬사와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정치제도도 1960년대부터 효율적 거버넌스 확립과 착실한 민주주의 정착으로 자리를 잡아나갔다. 이때부터 미국을 비롯한 선진 우방국들은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큰 관심을 가지고 민주화 진전과 인권 상황을 개선하도록 압력을 넣기도 했다. 동시에 선진 우방국들은 우리보다 더 가난한 나라의 빈곤퇴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충고하기도 했는데, 우리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하면서 시민사회의 활동이 활발해져 정치사회 민주화, 인권 개선, 환경보존, 사회적 약자보호를 위한 노력이 더욱 강화된 것은 커다란 진전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화 추세와 더불어 노동조합을 비롯한 각종 이익단체에 좌파 단체나 인사들이 깊이 침투해 불협화음을 내게 되었다. 어느덧 다른 시민의 자유와 이익은 무시하고 자기 것만 앞세워 폭력행사도 불사하는 좌파의 ‘폭력적 떼문화’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되었다. CNN 같은 세계적 미디어는 한동안 사회갈등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이마에 붉은 띠를 두르고 경찰과 몸싸움하는 한국 노동자들의 시위 모습을 뉴스 예고 이미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전교조의 과오



    우리가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서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마자 ‘전투적 노조’ ‘경찰이 무력한 사회’ ‘폭력적 떼문화’라는 이미지가 국제사회에 새겨지게 된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일이다.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좌파정권의 비호 아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노동자, 농민의 자식을 위한 ‘참교육’이라는 명분하에 국가 경쟁력 제고와 선진화는 등한시하고 혼란 조성과 정권탈취 목적으로 계급투쟁을 부추긴 것은 국가이미지를 더욱 더 나쁘게 했다. 전교조는 국가 정체성을 부인하고 헌법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념마저 부정하고 있는데, 이들이 국민 공교육을 담당하도록 내버려두는 사회를 세계의 어떤 나라가 정상이라고 보겠는가?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붕괴된 후에 구(舊)소련 소속 국가들은 모두 공산주의를 버리고 민주제도 시장경제체제를 수용했다. 중국과 베트남도 사회주의 경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베트남은 국가와 경제 발전을 위해 한국의 경제사회 발전전략과 새마을운동을 모델로 받아들이고 있고, 중국은 미국을 발전 모델로 정했다.

    그래서 세계적 석학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세계의 역사는 끝이 났다”고 주장하고, 자유민주주의에 도전할 새로운 이념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중국과 베트남은 거미줄 같은 공산주의식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 강력하고 능률적인 통치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민주화와 시장경제를 착실하게 발전시키면, 장차 일본, 싱가포르와 비슷한 선진 민주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요즈음 중국에서는 매년 4만개의 비정부기구(NGO)가 생겨나면서 시민사회 민주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세기 중반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선진국이나 식민지를 막론하고 ‘진보적 사고’ ‘진보정당’이란 단어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환상에 빠진 좌파인사들 간에 유행되고 언론에서도 많이 쓰였다. 하지만 1980년대 초 영국의 전투적 노조 붕괴와 소련의 몰락 이후에는 국제사회에서 이념사상 논쟁이 아예 없어져 ‘진보’라는 말도 거의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유독 우리 사회에 아직까지 좌파사상이나 이념에 마치 무슨 희망이라도 남아 있는 듯 ‘진보’라는 단어가 살아남아 있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진보’는 사실상 용도폐기된 단어가 아닌가.

    또한 종북(從北)좌파가 북한이념에 따라 계급투쟁을 부추기도록 방치하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지는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요즘 수많은 어린이와 젊은이가 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이들을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제대로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이들이 좌파사상에 물든 교사에게 세뇌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참담하다.

    우선 교육, 특히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공교육을 재확립하고 대학교육을 개혁하여 우리 젊은이가 세계무대에서 선진국의 젊은이들과 경쟁하면서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근대 국가제도의 기본은 영국 정치철학자 홉스의 “자연상태에서 사람은 모두가 서로 투쟁한다”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영국,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앵글로색슨 문명은 그런 전제에서 교육제도와 법질서를 발전시키고 평화롭게 번영하는 공동체를 추구해왔다. 또한 교육의 기본을 공동체의식 함양과 예절, 공중도덕 교육에 두고 유년기와 초등학교에서는 이러한 기본교육에 치중한다.

    이러한 기본교육은 모든 선진국이 예외 없이 받아들였고, 아시아에서는 일본뿐 아니라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에도 전파되었다. 어려서부터 기본교육을 철저하게 받도록 한 선진국에서는 시민단체가 폭력시위를 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뛰어난 인재 찾는 데 주력해야

    지난 20세기에 미국이 전세계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우수한 대학교육 덕분이라고 유럽 지성인들이 지적해왔다. 유럽에서는 교육이 국가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데 반해, 미국 대학은 세계적 시각을 갖추도록 창의성과 호기심, 모험성, 관용성을 함양해 세계무대에서 교육, 과학, 국제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이끌어가는 많은 인재를 양성할 수 있었다.

    그래서 수십년 전부터 유럽에서는 미국대학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정하고 대학생들이 한 나라에서만 공부하지 않고 유럽 내의 다른 대학에서도 공부하고 관심과 시각을 넓히도록 유럽연합(27개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제교환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중국·인도·일본이 앞다퉈 외국인 유학생 유치경쟁을 펼치고 있고,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 대상국을 현재 60여 개국에서 100여 개국 이상으로 늘리려는 계획을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대학은 그 존재의의를 “빼어나게 잘하는 것(Excel)”에서 찾지, 다른 대학과 평등하거나 평준화할 생각은 아예 없다. 하버드, 케임브리지 같은 명문대학의 교육목표는 인류와 사회에 이익과 혜택을 준 뉴턴, 다윈, 아인슈타인, 케인스 같은 큰 인물을 길러내고, 다수의 교육자를 양성하는 데 있다. 명문 초중고등학교의 영재교육은 대부분 영재교육을 받아본 명문대학 출신 교사가 담당한다.

    국가나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큰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인재를 찾아내 유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명문대학은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우수한 영재를 경쟁적으로 찾아다니고 이들 탁월한 인재는 일반 절차와 다르게 특별입학시킨다. 정부는 입학기준이나 선발절차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수많은 미국 명문대학에서 미국과 세계 정치·교육·과학·경제·문화를 이끌 다수의 지도자감을 계속 배출하기 때문에 경제, 군사, 인권보호, 이상주의 등에서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미국의 지위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고, 미국을 제치고 세계를 이끌 수 있는 나라는 한동안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적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위기는 ‘탐욕’ 때문에 발생했다고 단정했다. 집을 사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이 돈을 벌 욕심으로 집을 사고, 대출을 해주지 말았어야 할 은행은 대출을 해주고, 월가에서는 저당권으로 채권을 만들어 팔고, 또 신용평가기관은 거기에 높은 신용등급을 매겼다. 이 모든 일의 공통분모는 탐욕이라고 했다. 많은 인간이 온갖 ‘탐욕’의 죄를 범하고 있다는 최근 가톨릭교회 발표와도 같은 맥락이다.

    광화문 폭력시위 더는 안 돼

    미국 교육계는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올해를 기점으로 자유방임형 교육방식 대신 기본원칙을 중시하는 엄한 교육으로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다. 취임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전통적 가치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직, 근면, 용기와 공정한 경쟁(Fair Play), 관용, 호기심 그리고 충성심, 애국심같이 인류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온 기본가치가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진정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인 모두가 험난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자기 것을 모두 바치겠다는 ‘책임의 시대’를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인은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데 반해, 미국인은 개인의 자유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지만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는 유럽인보다 더 공동체 이익을 앞세우는 미국인의 전통을 상기시키는 연설이었다.

    이에 반해 우리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야당 당원들이 폭력수단을 쓰고 해머가 등장해 국회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사태가 방송 카메라에 잡혀, ‘한국인은 폭력적’이라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상시적인 시위문화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우리의 국가브랜드가치(세계 33위)는 더욱 추락했다. 그 결과 국제 금융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더 커져 외채 도입비용은 더 늘어나고 우리 주식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필자는 30여 년 전 뉴질랜드에서 첫딸을 키웠다. 첫돌이 된 지 얼마 후 그 애가 겨우 일어설 수 있을 때 옆집 네 살짜리 남자애를 밀쳐 폭력을 썼다고 그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오래 서 있지도 못하는 아이가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더니, 어려서부터 폭력 사용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런 교육을 시키지 못한 것 아니냐고 했다. 한참 동안 훈계를 듣고 나서 잘못했다고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선진사회에서는 부모가 한두 살 난 어린 자녀를 어떻게 가르치는지와 폭력을 얼마나 싫어하고 배척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드물지만 범죄 없는 마을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춘천의 어느 작은 마을(48명 거주)에는 7년째 범죄가 전혀 없었고, 그곳에서는 주민 간에 말다툼도 없고 과속운전 사례도 없다고 한다. 주민 간에 크고 작은 문제가 없을 수 없지만 모두가 꾹 참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선진국에는 그런 마을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구미선진국에서는 시민이 질서와 치안유지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경찰을 돕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어 주차위반 같은 크고 작은 일들을 경찰에 곧바로 신고하기 때문이다.

    법과 질서가 무너지면 자유민주주의는 설 땅을 잃게 되고 우리 경제는 곤두박질치게 된다.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에서 더 이상 폭력시위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폭력과 떼쓰는 문화, 불법시위가 사라져야 국가이미지와 국가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다. 우선 폭력을 추방하고 나서 남의 자유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 이성적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 다른 문화를 포용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면 우리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선진문화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10여 년 전 ‘신뢰’라는 저서에서 일본과 독일은 신뢰가 강한 사회여서 튼튼한 경제를 이루기에 유리하지만, 한국은 구성원 간 신뢰가 약한 사회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재미동포 김창준 전미연방 하원의원도 한국이 국가간 신의를 지켜 한미동맹을 저버리지 말아야만 국제사회에서 진정한 경제대국으로 대접 받을수 있다고 따끔하게 경고하고 있다.

    좌파정권의 부정적 유산

    싱가포르는 작은 나라지만 국제사회에서 신뢰할 수 있는 나라라고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일본인들에게 한국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한 가지만 지적하라고 하면 대부분‘남에 대한 배려’라고 답한다. 일본인은 옷가게에서 옷을 입어본 다음에는 반드시 단정하게 개 제자리에 둔다고 한다. 그들은 국제화된 세상에서는 국내외에서 수많은 외국인과 사업을 하고 협력해야 하는데 남에 대한 배려가 선진문화의 기본이자 글로벌 스탠더드임을 안다. 국수주의나 편협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세계로부터 고립돼 살던 시대의 ‘우리끼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동맹국을 이리저리 바꾸면서 이용만 하려 들면, 국가 신인도와 이미지는 한없이 추락할 것이다.

    내가 베트남 주재 대사를 지낼 때의 일이다. 1997년부터 베트남 하노이 한국부인회는 매달 조금씩 성금을 모아 고아원과 산악지역 빈곤 가정을 돕고 있었다.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중에서도 꾸준히 고아원과 어려운 가정을 돕는 것을 보고 한국인에 대한 베트남인의 인식이 크게 좋아졌다.

    외국 고위인사 부인들이 한두 번 고아원을 둘러보는 것과는 달리, 매달 방문할 뿐더러 1년에 2, 3회 한국 자녀들도 함께 가서 피크닉을 하거나 운동경기, 장기대회를 하면서 훈훈한 정을 나누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게 되었고, 얼마 후 베트남 정부도 이런 사실을 알게 되어 한·베트남 정치, 경제관계의 급속한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 또 우리 어린이들도 나누는 기쁨을 알게 되고 자기들이 한국인으로 태어나 별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그리고 국가와 가정에 대한 고마움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10년 좌파정권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 중에 제일 뼈아픈 것은 중국과 무역이 느니까 미국은 필요 없고, 한미동맹도 소중하지 않다고 미군철수를 외치도록 좌파정부가 방조했던 사실이다. 조야의 좌파인사들 모두 중국을 중시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떠들어댄 탓에 미국의회에서는 미일 동맹에 비해 한미동맹에 대한 관심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한다. 게다가 중국인마저 한국인을 가장 싫어하는 외국인으로 꼽는다고 한다.

    우리 역사를 왜곡시켜 교과서를 모두 좌편향으로 각색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오다. 그 여파로 정권이양 후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것이 위험하다고 수십만 시민이 서울 한가운데서 연일 촛불시위를 했고 그중 일부는 폭력을 휘둘렀다. 이 광경을 보고, 양식 있는 외국인들은 한국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회라고 했다. 또 폭력 전문가들이 끼어들어 시너를 뿌리고 대로에 화염병을 던지는 위험한 사태를 제압한 경찰이 나쁘다고 야당 정치인들이 떠드는 것을 미디어가 연일 보도하는 것은 무정부 혼란상태(Anarchy)를 부추기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질문하기도 한다.

    국가이미지와 국가브랜드 가치

    지난해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당시 서울시청 앞 광장을 메운 인파.

    전세계가 극심한 경제위기에 처한 동안 우리는 자유무역체제를 지키고 세계화에 앞장서나가야 한다. 경제공황 시기에 만약 각국이 너도나도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한다면 지난 세기 대공황 때처럼 세계무역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도 있으므로, 무엇보다도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해야만 한다. 무역의존도가 최고수준인 우리로서는 보호무역주의 때문에 수출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감당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보호무역주의는 우리뿐 아니라 모든 국가의 경제규모를 크게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양국 간 무역량을 연간 50억달러 이상 큰 폭으로 늘릴 수 있는 한미FTA 비준을 저지하려는 야당의 소아적 정략은 국민 모두가 배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이성을 잃은 나라로 비쳐 국가신인도는 땅에 떨어지고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도 있다.

    국제사회 기여도 높여야

    지난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00만을 돌파했을 때 싱가포르의 유력일간지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한국이 다문화사회를 열게 된 것을 축하”한다는 특별기사를 실었다. 방문할 때마다 200종이 넘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다문화 공동체인 뉴욕은 인류 문명의 큰 발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혈통의 순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우리의 단일민족의식에 대해서는 우려의 눈으로 보는 사람도 있으므로 싱가포르의 축하와 호의를 매우 고맙게 받아들였다.

    아메리카대륙에 흑인노예가 첫발을 디딘 지 근 200년 만에 흑인대통령이 탄생한 것은 다문화사회의 힘 덕분이 아닌가? 다문화가 정착되면 국가경쟁력이 높아지고 우리 문화도 한결 풍요로워질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고질병인 지역주의도 다문화와 함께 말끔하게 치유되어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가치는 껑충 뛰어오를 것이다.

    며칠 전 뉴욕타임스는 LA에서 불고기타코(Taco, 멕시코 음식)와 김치핫도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 동포 요리사가 멕시코인 친구들과 합작으로 개발했는데 성공사례로 꼽힌다고 하니 얼마나 듣기 좋은 뉴스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아이디어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출범시켜 우리나라 품격과 위상을 높이기로 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녹색성장 전략에 역점을 두고 빈곤퇴치를 위한 개도국 지원증액방침을 천명하여 전세계로부터 높이 평가받은 것은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국민총생산(GDP)의 40%를 수출에 의존해 대외의존도가 제일 높은 나라로서는 OECD 국가에 걸맞은 품격과 이미지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 정부가 계획한 대로 빨리 경제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다수 미국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첫 방문국으로 택한 캐나다 국민을 “예의바르고 교육수준이 높다”고 본다. 캐나다는 미국의 제1 무역상대국이자 제1 맹방이다. 세계 대다수 다국적기업의 아시아허브인 싱가포르는 “제일 안전하고 교육여건이 최고 수준인 곳, 정부청렴도와 능률이 세계 최고수준이어서 기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런 싱가포르에는 수십만의 외국기업인, 고급전문가가 활동하고 있고 수십만의 외국학생이 유학하고 있다.

    국가이미지와 국가브랜드 가치
    조원일

    1945년 황해도 신계 출생

    서울대 법학과,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사(철학)

    1968년 외무고시 합격

    베트남 대사, 뉴욕 총영사, 아시아유럽재단(ASEF) 사무총장

    現 한미우호협회 부회장


    세계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가진 나라는 모두 법질서가 확립되어 평화롭고 교육환경이 좋은 나라, 어려운 처지에 있는 나라를 아낌없이 돕는 나라다. 우리도 하루빨리 같은 반열에 올라 G-20체제를 발전시켜 국제사회에서 우리 역할과 기여를 늘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공교육을 살리고 자율적이고 경쟁력 높은 대학교육체제를 갖추어 수십만의 외국인 유학생도 유치하고 세계적 수준의 내외국인 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면 더 나은 국가이미지와 국가브랜드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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