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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보저작권’ 갈등 내막

방한한 보즈워스, “이러면 정보공유 어렵다” 항의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한미 ‘정보저작권’ 갈등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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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무수단리’ 확인해준 한국 정부, 주한미군사 정참부장의 항의 방문
  • ● “미국 국민 세금으로 생산한 정보는 미국 정책목표에 맞게 쓰여야”
  • ● 2월 중순 뜸해진 정보 제공…“경고 현실화된 것 아니냐”
  • ● 2007년 6월 친서로 청와대 겨눈 ‘버웰 벨 파동’의 재현
한미 ‘정보저작권’ 갈등 내막

3월23일 촬영된 북한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로켓 발사장 위성사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징후가 알려진 2월초부터 발사 직후인 4월초까지, 청와대와 주요 안보부처 관계자들에게는 사실상 ‘언론 접촉 금지령’이 떨어졌다. 기자들의 전화는 아예 받지 말라는 것이었다. 보고선상에서 관련 정보를 다루는 이들에게는 통화내역을 제출하라는 요구가 수시로 이어졌다. 정보분석자료를 배포받는 사람의 숫자가 극단적으로 제한되는가 하면, 회의 때마다 고위관계자들의 ‘보안강화’ 당부가 잇달았다.

긴급 현안이 발생했을 때 보안강화 조치가 내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최근 두 달의 분위기는 통상의 수준과는 매우 달랐다. 한마디로 초비상이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의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행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며 “시간이 꽤 지나야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불미스러운 일’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일까.

청와대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징후 첩보를 처음 보고받은 것은 1월 중순의 일이었다. 평양 이남의 한 군수공장에서 열차가 위장막으로 가려진 ‘원통형 물체’를 싣고 빠져 나오는 장면을 포착한 미국 정보위성 사진이었다. 열차는 이후 함경북도 화대역에서 ‘물건’을 내렸고, 이는 다시 컨테이너 차량에 실려 무수단리 로켓 발사시설로 운반됐다. 이 정보는 대부분 미국 정보당국이 위성사진과 신호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해 한국과 일본 정부에 통보한 내용이었다.

상세한 기사, 친절한 확인

사안이 엄중했던 만큼 이 소식은 2주 가량 한·미·일 정부에서 모두 기밀로 관리됐다. 보안이 깨진 것은 2월3일 일본 ‘산케이’ 신문의 첫 보도.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대포동2호 발사가 임박했다”고 전한 이 기사는 평안북도 동창리에 새로 건설 중인 미사일 발사시설에 트럭이 자주 출입하고 있다는 정보도 함께 실었다.

일본 언론의 보도가 타전된 이날 오전부터 한국 정부 관계자들도 관련 내용을 확인해주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첫 보도보다 상세한 내용이 공개됐다는 점. 미사일 제조공장의 구체적인 실체, ‘원통형 물체’의 크기와 행방 등을 손에 잡힐 듯 상세히 묘사한 기사가 줄을 이었다. 기사에는 어김없이 ‘미국 정보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이라는 해설이 붙었다. 북한 군사시설에 대한 미국 정보자산의 감시태세를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결정적인 대목은 이날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미사일은 ‘산케이’가 보도한 동창리가 아니라 무수단리에서 발사될 것으로 보인다”고 ‘친절하게’ 정정해준 부분이었다. 발사 준비와 관련해 미국이 한·일 두 나라에 전달한 핵심 정보의 대부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셈이었다.

이에 대한 미국 측의 분노는 거셌다. 쉽게 말해 정보의 ‘저작권’은 미국에 있고, 한국이나 일본에는 ‘동맹국으로서의 신의’로 제공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한·일 정부 관계자를 통해 미국이 북한을 얼마나 상세히 들여다보고 있는지가 공개적으로 확인된 것은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월권’이었다. 북한이 이를 종합, 분석해 미국 측 탐지수단을 속이거나 교란하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식은 당부, 내용은 경고

미국의 행동은 즉각적으로 이뤄졌다. 먼저 움직인 것은 관련 정보를 한국 측에 전달한 주체인 주한미군사령부. 2월5일 윌리엄 샤프 사령관은 김태영 합참의장실을 직접 방문해 정보 유출 문제를 엄중히 항의했다. 정보참모부(J2·Assis-tant Chief of Staff 2)의 수장인 마크 페린 준장도 합동참모본부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태평양 건너 외교라인도 움직였다. 국무부 고위관계자가 한국 외교통상부와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한미 간 정보공유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위였다.

3월7일부터 나흘간 서울을 방문했던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구두 메시지는 결정적이었다. 주요 외교안보부처를 두루 방문했던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정보보안에 유의해달라는 뜻을 안보라인 핵심 관계자들에게 전했다. 형식은 예의를 갖춘 당부였지만 사실상 경고의 뜻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2월 중순 무렵부터 미국 측이 수집한 위성사진이나 감청 등 신호정보 분석 결과가 상당히 뜸하게 한국 측에 전달됐다는 점이다. 긴박한 상황이 이어지던 국면이고 보면 미국이 관련정보 수집태세를 완화했을 리는 만무했다. 일부 안보라인 관계자들 사이에서 “미국이 실제로 정보공유 수준을 재검토한 것 아니냐”는 수근거림이 시작됐다. 며칠 뒤 전달되는 정보량이 ‘정상화’되면서 우려는 가라앉았지만, 미국이 일종의 시위를 벌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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