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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보저작권’ 갈등 내막

방한한 보즈워스, “이러면 정보공유 어렵다” 항의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한미 ‘정보저작권’ 갈등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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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보저작권’ 갈등 내막

3월9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오른쪽 세 번째) 일행이 외교통상부 청사를 방문해 북핵 문제 해결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미국이 수집한 정보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통해 언론에 보도되는 일에 대해 워싱턴이 격하게 반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6월7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국군 합동참모본부가 언론 브리핑을 강행했을 때도 거의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의 브리핑은 “미사일 발사 같은 소식을 왜 외신을 통해 먼저 알아야 하느냐”는 언론의 질타를 곤혹스러워하던 청와대 안보실의 강력한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었다.

이때도 미사일 궤적 등 관련 정보의 상당부분은 주한미군을 통해 ‘협조’받은 것이었다. 격노한 버웰 벨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군 합참에 친서를 보내 “때로는 침묵이 더 의미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청와대 NSC’를 직접 겨냥했다. 여기에는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도 한몫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통상적이고 연례적인 훈련이었다”고 설명했지만, 벨 사령관은 “한국군과 한국 국민을 공격하기 위해 개발된 신형 단거리 미사일을 실험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실상 이를 공개 반박했다.

뿌리는 정책의 차이?

2007년의 논란에 대해 미 국무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정보저작권 문제에 미국이 민감한 것은 단순히 정보수집역량 노출을 우려한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민의 세금을 쏟아 부어 수집한 정보는 미국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시점이 언제인지 미국이 결론 내려야 한다는 ‘철학적 기반’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미국의 정보는 미국의 정책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의 문제라는 것이다.

2월 이후 줄줄이 이어진 미국 측 인사들의 격렬한 항의를 ‘정책적 판단’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미 양국이 갖고 있는 대북정책 견해 차이가 한 배경일 수 있다는 것. 미국이 수집해 한국이나 일본에 전달한 정보가 백악관의 정책방향과는 어긋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활용’되는 것을 경계한 때문이 아니냐고 볼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한미 혹은 미일 간의 ‘정책적 차이’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의 행보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3월 방한 당시 안보당국자들에게 “백악관은 북한과의 직접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정보기관 인수팀장을 지낸 아서 브라운 전 CIA 동아시아 지부장은 3월말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대화를 통한 해법을 미국에 주도적으로 제안해야 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미국이 북한과 직접대화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켓 발사와 관련해서도 미국은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은 정부와 언론이 모두 강경한 분위기를 이어갔고, 특히 일본의 공포 분위기 조성은 자국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될 정도였다. 그 고비마다 미국이 생산해 양국에 제공한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한 언론보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의 정보가 미국의 정책적 이해관계에 어긋나게 ‘활용’됐다는 불만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그만하면 선방했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등장한다. 3월24일 ‘중앙일보’가 1면 톱으로 보도한 미국 여기자 2명의 최근 상황 관련 정보다. 익명의 정보소식통을 인용한 이 기사는 “(우리 정보당국이) 이들 여기자가 현재 평양 근교의 보위사령부(북한의 정보보안부대) 관할 초대소에 머물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미국 측 관계기관이 서울의 정보협조 채널을 통해 관련 정보의 조속한 제공을 요청해와 대북 정보망을 가동했다”고 전했다.

특히 기사 가운데 “여기자들의 억류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애를 먹던 미 정보기관이 한국 측에 휴민트(HUMINT·정보요원 등을 통해 얻은 인적 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뜻을 밝혔다”는 대목은 정보저작권 문제를 둘러싼 최근 상황과 맞물려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인공위성, 감청 등 첨단장비를 통한 대북 첩보에는 우위에 있지만 인적 정보 수집에는 한국의 정보기관이 월등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안보부처 실무 관계자들 사이에서 “최근의 논란에 대한 한국 정보당국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전한 기사 아니냐”는 이야기가 회자된 것은 이 때문이다. 서로 ‘특장점’이 다르니 협조, 보완해가며 지내자는 뜻을 전하기 위해 ‘미담 사례’로 흘린 것 같다는 시각이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기사 내용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섞여 있는 등 고전적인 언론 플레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견해다.

일련의 상황이 마무리된 4월 중순 현재, 우리 측 당국자들의 견해는 긍정적인 편이다. 2007년의 정보저작권 갈등이 버웰 벨 당시 사령관에 대한 청와대 관계자들의 성토로 이어지는 등 감정적인 수위까지 치달았던 것에 비해, 이번 경우는 논란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됐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고, 미국도 한국이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오해를 상당부분 풀었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2월초부터 4월 중순까지 청와대와 안보부처에 내려진 최고 수위의 보안강화 명령은 그 같은 조치의 일환이었다. 미국이 제공한 내용은 기밀정보가 아닌 경우에도 핵심 관계자 외에는 공유하지 않을 정도로 ‘빡빡한’ 분위기가 지속됐고,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의 보안 담당 요원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안보당국 관계자들이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북한 로켓 발사 이후에도 궤도나 낙하지점 좌표 등 구체적인 정보가 한국 언론을 통해 보도되지 않은 것도 상당부분 이러한 보안 강화 노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로켓 추진체 낙하지점의 거리 같은 구체적인 정보는 주로 일본 언론이 보도했고, 그나마 일본이 이지스함 레이더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모은 게 대부분이었다. 미국이 수집해 양국에 제공한 감청 신호정보와 레이더 궤도추적 결과는 현재까지 어느 언론에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미국도 최근 한국 안보라인 관계자들에게 ‘적극적인 협조에 감사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사이의 반전

그러나 저작권 갈등이 정책방향의 차이와 관련이 있다면 비슷한 일이 재발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큰 뜻이 같을 때는 디테일에서 어긋날 가능성도 줄지만, 뜻이 다르다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마찰이 생길 공산이 큰 까닭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그만하면 선방했다”는 정부 당국자들의 인식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2007년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저작권 갈등 당시에는 한국이 냉정한 태도를 취했고 미국이 발사실험의 의미를 심각하게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이번과는 정반대였던 셈이다. 이는 물론 노무현-부시 행정부 조합이 이명박-오바마 행정부 조합으로 바뀐 것과 관계가 깊다.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벌어진 이 기막힌 반전이 앞으로 4년 동안 임기를 공유하게 될 양국 정부의 딜레마로 이어지리라는 예감이 드는 이유다.

신동아 200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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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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