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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노무현 그 후

노무현 자살 추모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

‘정치 보복’ 항의한 ‘도덕적 죽음’에 현 대통령 잘못 뽑았다는 자책감 폭발

  • 황상민│연세대 심리학 교수 swhang@yonsei.ac.kr│

노무현 자살 추모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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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위로 현 정권이 정치적 보복을 하고 있다는 견해를 분명히 표시했다. 국민장에서 나타난 광적인 애도의 이면엔 현재의 대통령과 이 사회에 대해 국민이 갖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불편한 마음을 수증기처럼 만들어놓은 것이다.
노무현 자살 추모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왜 자살했을까? 검찰 수사와 정권에 대한 항의인가? 아니면, 도덕적 자괴감의 발로인가?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는 마지막 수단이었을까? 죽음으로써 사는 또 다른 길을 택한 것인가?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후 비통한 심정과 달리 자살 그 자체에 초점을 두어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행위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아니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심정의 표현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한 심리학적 해석은 이 자살 자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가족의 뇌물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의 자살을 죄책감이나 불명예에 대한 충동 반응의 하나로 보려 한다. 죽음을 비통하게 여기면서 애도의 뜻을 표하는 사람은 부인 권양숙 여사가 돈을 받은 사실을 정말 몰랐다는 결백을 표현하고자 하는 극단적 표시로 해석하고 싶어한다.

자살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의 경우 부인의 잘못을 자신은 몰랐다고 비겁하게 변명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제대로 행동했다는 자살 옹호론까지 나왔다. 모든 사태의 책임은 노무현 그 자신에게 있고 자살은 그것의 표시라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그의 자살에 대한 견해는 다양했지만, 국민의 반응은 분명하고 간단했다. 안타까움, 비통함 그리고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당혹스러움이었다. 열광적인 조문 열기는 이런 심정의 반영이었다.

사실 노 전 대통령의 평소 행적을 보면 그는 자살할 사람이 아니다. 끝까지 오기와 고집으로 자신을 조여오는 압력을 정치적 압박으로, 그리고 법리적 논쟁으로 끌어갔을 사람이다. 하지만 자신의 행위에 대한 철저한 확신을 가진 사람의 가장 큰 약점은 자신이 아닌 타인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이 가장 크게 흔들릴 때는 자신의 존재와 행위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박해나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다. 자신으로 인해 주변사람들이 처벌을 받거나 위협을 당한다고 느낄 때, 자신의 존재 이유와 행위의 정당성은 상실되고 만다. 자살하기 직전에 남긴 그의 유서는 이것을 잘 말해준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그는 자살로 삶을 마감했지만, 그것은 단순히 스스로 책임을 지거나 목숨을 끊는 행위가 아니었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위로 현재의 집권세력이 과거의 집권세력에 대해 정치적 보복을 하고 있다는 견해를 분명히 표현한 것이다.

‘정치보복’에 대한 과감한 승부수

유서에 밝혔듯이 자신을 따랐던 수족들이 다 감옥에 가고, 자신을 지원했던 사람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 그것은 자신에게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다. 이런 경우 모든 것을 ‘내가 책임지겠다’는 표현보다 나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면 이런 상황이 종료될 것이라 믿는다. 자신을 타깃으로 조여오는 정치적 보복에 대해 과감히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죽음을 택함으로써 검찰을 앞세워 구(舊)권력의 치부를 파헤쳤던 신(新)권력은 우리 사회에서 권력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명백하게 알려주었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였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와 그 과정에서 나온 비자금 사용자료는 권력이 가질 수 있는 무기다. 이것을 근거로 과거 정권의 핵심과 친인척과 측근들을 압박했던 현 정권의 사정 노력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검찰 출두라는 형식도 전직 대통령이 경상도 말로 ‘쪽 팔리는 상황’을 확실히 경험하게 했다. ‘스스로 면목 없는’ 모습이라고 토로했듯이, 권력의 대리인의 노릇을 충실히 했던 검찰의 조사방식은 범죄 혐의가 무엇이든 간에 어떤 처벌보다 확실한 징벌적 효과를 발휘했다. 적어도 노무현 그 사람에게는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자살이라는 선택으로 정치적 보복의 의미를 갖는 권력의 탄압에 승부수를 던졌다. ‘너희 중 누구 죄 없는 자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는 성경말씀보다 ‘죄가 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속세의 믿음을 맹신했던 검찰이나 집권세력으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을 것이다.

이런 차이는 과거의 정권과 현재의 집권세력이 가진 코드가 어떻게 서로 다른지를 잘 보여준다. 검찰이나 현재의 집권 세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이나 출세, 또는 사회적 인정을 위해 전력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다.

이에 비해 과거의 집권세력은 지켜보는 사람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존재 이유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찾는 사람들이라고 믿었다. 공동체의 가치와 변화에 대한 믿음, 그리고 학습의 가치를 신봉했다. 자신들의 모임을 ‘열린 우리’라고 불렀을 때, 그것은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의 표현이었다. 물론 그들과 코드가 달랐던 또 다른 사람들에게 과거의 집권 세력은 ‘닫힌 저그들’이었다. 노무현은 그들의 대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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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연세대 심리학 교수 sw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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