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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대 출신 주성하 기자의 북한 잠망경 ②

SKY보다 어려운 김일성대, 졸업하면 권력층 ‘일등사윗감’

  • 주성하│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SKY보다 어려운 김일성대, 졸업하면 권력층 ‘일등사윗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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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일성종합대학은 명실상부한 북한 최고대학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이 대학을 졸업했다. 북한 주민들은‘김대’라고 약칭한다. 1946년 10월1일 개교한 김대는 그동안 7만7000명가량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김대보다 한 달 앞서 1946년 9월1일 개교한 서울대는 27만952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남한은 SKY로 표현되는 3개 대학이 경쟁 관계이지만, 북한에서 김대는 타 대학과의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SKY보다 어려운 김일성대,          졸업하면 권력층 ‘일등사윗감’

김일성종합대 전경. 왼쪽 건물이 22층의 사회과학부 건물이고 가운데 건물이 본관이다.

“야,어떤 새끼가 오늘 청소당번이야. 나와.”김일성종합대학의 기숙사 복도에서 한 상급생이 핏대를 올리며 소리쳤다. 그 앞에 오전 강의를 마치고 점심 먹으러 기숙사에 내려왔던 신입생들이 머리를 푹 숙이고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접니다” 하고 기죽은 목소리로 그날 당번이 앞으로 나서는 순간 상급생의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임마, 너 때문에 우리 학부 청소점수가 5점이나 깎였어.”

한참 씩씩대면서 주먹을 휘두르던 그는 갑자기 “전부 복도에 엎드려” 하고 소리를 지른다. 교복을 입은 신입생들이 복도에 엎드리자 그는 “복도 끝까지 기어갔다 와. 청소도 제대로 못하는 것들은 몸으로 청소하는 법을 배워야 해”라고 지시했다.

모멸감을 속으로 삼키며 길이 약 80m나 되는 기숙사 복도를 기어가던 신입생들 중엔 나도 있었다. 그때가 대학 생활을 막 시작해 며칠 안 됐을 때였다. ‘집으로 돌아갈까. 이런 생활을 과연 견딜 수 있을까.’ 입학 초기 그런 회의감이 매일같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끝내는 7년을 버티고 졸업증을 받았다.

대학 생활을 회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배고픔이고 두 번째는 하급생 시절에 시달린 폭행이다. 그러나 이런 폭력도 지방출신 기숙사생들에게만 한정된 것이었다.

SKY보다 어려운 김일성대,          졸업하면 권력층 ‘일등사윗감’

김대 구내 용남산 위에 있는 김일성 동상.

최근 김대의 한 해 입학생은 1500~ 2000명. 이 중 평양 출신 학생과 지방 출신 학생의 비율은 대략 반반이다. 지역할당제 때문이다. 고위간부가 많이 거주하는 평양의 인구는 북한 전체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김대 학생의 절반이 평양 출신 학생이다. 그만큼 평양 시민은 우대를 받는다.

북한에는 평양을 제외하고 도, 특별시가 모두 11개 있다. 그러니 지방의 한 개 도에서는 한 해에 약 70명이 김대에 입학하는 셈이다. 이 70명 중에서 절반 이상은 다시 도 소재지 간부 자녀 몫이기 때문에 실제 일반 지방 군(郡)에서는 1년에 김대 입학생을 1~2명 배출하기도 힘들다.

경력별로는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온 ‘직통생’과 제대군인 비율이 반반 정도다. 사회직장을 다니다 대학에 온 일명 ‘현직생’도 소수 있다. 제대군인들은 사회과학부를 선호한다.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데다 고위간부가 되는 데는 사회과학 전공이 유리하다. 실제 사회과학부 재학생의 70% 이상이 제대군인이며 직통생은 자연과학부에 많다. 여학생 비중은 약 20% .

김대에선 나이 차이가 최대 10년씩 나는 학생들이 같은 학급에서 공부한다. 직통생들은 제대군인을 ‘아무개 동지’라고 부른다. 하지만 뒤에선 제대군인을 통틀어 ‘제쌈이’라는 속어로 부른다.

북한에서 공식적인 군 복무 기간은 10년이지만 제대군인들은 보통 5~7년 군 복무를 하고 대학에 온다. 고위간부들이 자기 자식을 군에 보내 일찍 노동당에 입당시킨 뒤 연한이 다 차기 전에 대학으로 뽑아오기 때문이다. 제대군인·노동당원·김대 졸업생, 이 세 가지 자격은 북한 최고의 권력계층에 당당하게 포함될 수 있는 징표다.

6촌까지 따지는 촐신성분조사

김대에 입학하려면 철저한 출신성분 조사를 거쳐야 한다. 대략 6촌까지 따진다고 들었다.

북한에서 잘나가는 세 부류의 사람들을 ‘줄기’라는 말에 빗대는데 첫째가 ‘백두산줄기’다. 김일성과 함께 항일투쟁을 했던 사람들의 후손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들은 대개 김대를 졸업한다. 둘째로 잘나가는 줄기는 ‘낙동강줄기’로 6·25참전자 가족이다. 이들 역시 대다수가 간부로 임명된다. 셋째 줄기는 ‘용남산줄기’로 김 위원장의 모교인 김대 졸업생을 의미한다. 용남산은 김대 구내에 있는 나지막한 산이다.

김대는 현재 3개 단과대와 11개 학부로 구성돼 있다. 1999년까지는 사회과학부로는 경제·역사·철학·법학·조선어문·외국어문이 있었고, 자연과학부로는 수학·물리·화학·생물·지리·지질·원자력·자동화 순으로 모두 14개 학부가 있었다. 하지만 1999년 자동화학부가 컴퓨터과학대학으로, 법학부가 법률대학으로 바뀐 데 이어 2001년에는 조선어문학부가 문학대학으로 바뀌었다. 제대군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인기 전공인 경제학부와 법학대학이다. 제대군인들이 가장 적은 학부는 어려운 외국어를 가르치는 외국어문학부와 복잡한 수학공식과 씨름해야 하는 수학부 등이다.

SKY보다 어려운 김일성대,          졸업하면 권력층 ‘일등사윗감’

김대 도서관 내부.

김대에선 학생들이 군대식으로 생활한다. 대학 전체가 한 개 연대로 편제됐다. 연대장으로는 촉망받는 제대군인 출신 대학생이 선발된다. 남한으로 치면 총학생회장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선발 방식이 다르다. 김대 연대장은 대학 당위원회가 임명한다. 김대 노동당위원회나 청년동맹 간부들 중에 연대장 출신이 많다. 연대 지휘부는 수십 명의 제대군인 대학생으로 구성된다.

각 학부는 대대 편제로 연대 산하에 모두 14개 대대가 있다. 그리고 학년은 중대, 학급은 소대라고 한다. 이외 별도로 여자 연대가 있다. 이는 남자들이 여학생들의 방과 후 생활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기숙사 생활통제용으로 임시로 만든 편제다.

평양 출신 학생들은 자기 집에서 다닌다는 의미로 ‘자가생’이라고 한다. 김대에는 자가생과 지방 출신인 기숙사생이 반반이다.

평양 학생들은 집에서 통학하기 때문에 조직생활에 별로 얽매이지 않는다. 오전 8시까지 등교해 오전에 1시간반짜리 강의 3과목을 수강한 뒤 낮 1시에 도시락을 먹고 오후 일과에 참가한다. 김대의 오후 일과는 노동당 정책학습, 군사훈련, 야외행사 등으로 구성되는데 한 번도 거르는 날이 없다. 자가생은 저녁식사 시간에 맞추어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기숙사생들은 그때부터 다시 군대와 같은 통제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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