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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대 출신 주성하 기자의 북한 잠망경 ③

북한 집단체조

1분40초 열병식 위해 1년간 지옥훈련

  • 주성하│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집단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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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도 북한에선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이 열렸다. 연인원 10만명이 동원된 ‘아리랑’은 1시간20분짜리 초대형 공연물로 10월17일까지 두 달 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 공연과 관련해 최근 ‘아동학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왜일까.
  • 아리랑 공연 외에도 기계 같은 정확성을 자랑하는 군 열병식, 광적 열광이 지배하는 군중 시위, 인간 전광판의 행진인 횃불시위 등도 북한을 상징하는 행사다. 북한은 이 같은 대중행사를 어떻게 준비할까.
아리랑 공연 참가자 대다수는 학생이다. 평양시 내 학교에서 이들 거의 전부를 뽑는다. 키를 맞추기 위해 각 학교에서 특정 학년을 통째로 빼서 아리랑 공연에 참가시킨다. 같은 학년이라도 키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실제 행사에서는 키 순서로 학생들이 배열된다. 키가 일치해야 하는 장면에는 학년에 상관없이 비슷한 키의 학생들을 전부 차출해서 훈련시키기도 한다. 고난도의 동작 수행을 위해 체육이나 무용을 전공하는 학생은 거의 예외 없이 차출된다.

학생뿐 아니라 어른 참가자도 적지 않다. 직장이나 인민반에서 몇 명씩 뽑아서 공연에 참가시키는데 서로 하겠다고 자원한다. 그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북한에서 집단체조 공연을 준비하는 기간은 약 반 년. 2009년 아리랑 훈련도 2월부터 시작됐다. 초기 훈련은 학교별로 운동장에서 진행된다. 참가해야 할 장면이 정해지면 조를 짜서 동작을 순서별로 하나하나 익히게 한다. 이때는 학생들이 오전에 공부하고 오후에만 훈련을 한다. 조별 동작이 완성되면 김일성광장처럼 넓은 공간에서 훈련을 하고 이후 행사 한 달 전부터는 경기장에서 전체 리허설을 진행한다. 리허설에 들어가면 수업에서 완전히 빠진다.

공연 기간이 두 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들은 리허설을 포함해 석 달가량 수업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빠진 수업은 나중에 보충수업으로 대신하는데 매우 형식적이다. 훈련이 시작되면 수업에 전념하기 힘들다.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에 오전 공부시간에 조는 학생이 많다.

학교 훈련 때는 그나마 훈련강도가 좀 낮은 편이다. 그래도 한 사람이 실수하면 그 조가 함께 벌을 받는다. 벌의 강도는 선생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선생들도 맡은 조 성적에 따라 평가를 받기 때문에 자기 조를 남보다 앞서게 하려 한다. 회초리로 손바닥을 때리는 선생도 있고 부동자세를 강요하는 선생도 있다. 그러나 체벌은 최근에 점점 약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학부모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훈련강도는 낮지만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기는 초기 한두 달이다. 몸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가 지나가면 단련돼서 웬만한 고난은 견딘다. 7월경 수업을 떼고 전체 훈련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조별로 할 때는 화장실에 갈 일이 있으면 선생에게 말하고 빠질 수 있지만, 수만 명이 참가하는 리허설에선 빠지기 어렵다. 그러니 방광염에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물 자체를 매우 적게 먹이는데다 수분이 땀으로 배출돼 오줌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아리랑 참가에 다걸기하는 북한 학생

방광염에 걸릴 위험이 가장 높은 학생은 오히려 관람석에서 카드섹션을 담당하는 배경대 학생들이다. 다른 종목은 자기 차례가 끝나면서 빠져나올 수 있지만 배경대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정신을 차리고 앉아 있어야 한다. 배경대에 동원되는 인원은 대략 1만명이다.

배경대에 뽑힌 학생들은 수십~수백 장짜리 카드책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 어디에 앉는지에 따라 개인별로 카드가 다 달라진다. 배경대에 뽑히면 학부모들이 학교에 와서 색도화지로 카드책을 만드는 것을 거들기도 한다.

이렇게 만든 카드책은 훈련용이다. 정식 행사용은 국가에서 행사 전에 따로 나누어준다. 훈련용과 실전용이 따로 있는 이유는 훈련 때 훼손되거나 분실되는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카드책은 해마다 무게가 달라지지만 2009년의 경우 카드책의 무게는 평균 5.4㎏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체로 만든 훈련용은 무게가 좀 더 나간다. 리허설이 시작되면 카드책을 어깨에 메고 출퇴근해야 한다.

배경대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는 중앙이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얼굴이 자주 등장하고 ‘설레임’ ‘깜박임’ 같은 특수효과를 수시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경대 학생들은 주석단 뒤에서 배경대 총지휘관이 보내는 수기 신호에 따라 일제히 카드를 넘기는 훈련을 한다. 만약 실수를 해 구멍이 발생하면, 저녁 ‘사상투쟁회’에서 단단히 혼난다.

집단체조에 참가한 학생들은 1970년대 중반 집단체조 배경대에 참가했던 한 학생을 본받을 것을 요구받는다. 이 학생은 공연 도중 급성 맹장염이 왔지만 카드책을 마지막장까지 펼치고 쓰러졌다는 것이다. 다행히 병원에 실려가 생명은 유지했고 훗날 학생 최고의 영예인 ‘김일성소년영예상’을 받았다고 한다.

철봉 등의 묘기를 보여주는 기계체조부 역시 매우 힘든 부류에 포함된다. 물론 고난도의 동작은 체육대학이나 체육소조의 훈련된 학생들이 주로 맡지만 하루 종일 손에 안전바를 감고 철봉을 돌다보면 골절상을 당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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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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