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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女人’으로 들여다본 북한 후계구도

“김정일도 아직 누가 조선의 어머니가 될지 모른다”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김정일의 女人’으로 들여다본 북한 후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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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의 어머니’는 조선왕조의 왕후 개념이기보다는 혁명가계를 이은 후계자의 모친, 즉 ‘어머니 조국’이라는 북한식 개념이다.
‘김정일의 女人’으로 들여다본 북한 후계구도
국책연구기관에서 일하는 J씨는 강원 원산시 갈마초대소에서 김정일(67)을 만난 적이 있다. 의자 위에 발을 올려놓고 앉은 김정일을 올려봤는데 ‘조선의 어머니’란 노래가 들려왔다. 김정일 옆에는 고영희(1953~2004)가 앉았고 김옥(45)은 서 있었다. 고영희는 김정일의 부인, 김옥은 지도자의 일정을 담당하는 기술서기다.

J씨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를 찬양하는 글을 짓는 ‘1호시인’으로 일했다. 1998년부터 대남부서인 통일전선부 101연락소에서 활동하다가 2004년 북한을 탈출했다. 대남공작 일꾼으로 일한 터라 한국에 들어와 6개월 동안 국가정보원의 조사를 받았다. J씨는 현재 한 국책연구기관에서 북한을 연구한다.

조선의 어머니

‘조선의 어머니’는 북한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중국 외교부 소속의 세계지식출판사가 발행하는 ‘세계지식’은 김일성(1912~1994)이 3명의 부인을 뒀다고 전한다. 첫 부인의 이름은 한성희다. 강원도 출신으로 어릴 때 만주로 이주해 공산주의 독서모임에서 활동하다가 1937년 김일성과 결혼했다고 한다.

김일성의 둘째 부인 김정숙(1917~1949)은 아들 김정일, 김만일(1944년생·47년 연못에서 익사), 딸 김경희(1946년생·노동당 경공업부장)를 낳았다. 김일성의 후계자를 낳은 그가 ‘조선의 어머니’란 노래의 주인공. 1953년 김일성과 결혼한 셋째 부인 김성애는 딸 김경진, 아들 김평일, 김영일을 뒀다.

북한은 스스로를 ‘김일성 민족’이라고 여긴다. 양강도에 김정숙군이란 행정구역 이름을 남긴 김정숙은 ‘김일성 민족’의 어머니다. 김정일이 김성애 세력을 몰아낼 때도 힘을 발휘한 ‘조선의 어머니’는 조선왕조의 왕후 개념이기보다는 혁명가계를 이은 후계자의 모친, 즉 ‘어머니 조국’이라는 북한식 개념과 맥이 닿는다.

‘김정일의 女人’으로 들여다본 북한 후계구도
후계문제 전문가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의 생모 성혜림은 ‘조선의 어머니’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성혜림(1927~2002)은 모스크바 서쪽 트로예쿠롭스코예 공동묘지에 잠들어 있다. “무성하게 자란 잡초와 수북이 쌓인 낙엽은 누구도 돌보지 않는 무연고 묘를 연상케 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한다.

배우 출신인 성혜림은 김일성에게 인정받지 못한 김정일의 여인. 그는 경남 창녕군 출신으로 아버지를 따라 월북했다. 결혼했다가 이혼한 뒤 1970년 김정일과 동거를 시작해 1년 뒤 아들을 낳았지만, 북한 주민은 그의 존재를 모른다. 1974년 김정일이 김영숙과 결혼한 뒤 성혜림은 러시아로 추방됐다.

버림받은 무덤의 뒷면에 적힌 묘주의 이름이 김정남(38)이다. 성혜림의 언니 성혜랑은 미국으로 망명했고, 성혜랑의 아들 이한영은 탈북해 한국에 들어왔다가 북한 공작원의 총을 맞고 죽었다. 북한전문가 K씨는 “남조선 출신 이혼녀인데다 언니, 조카가 탈북한 여인이 ‘조선의 어머니’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성택 이제강, 누가 더 센가

북한 후계자론은 크게 네 갈래다. ▲성혜림의 아들 김정남설 ▲고영희의 아들 김정철-김정운설 ▲김일성의 장녀 김경희의 남편 장성택설 ▲집단지도체제설이 그것이다. 지난해 김정일 중병설이 나돌 때는 김정일의 부인 혹은 동거녀로 알려진 김옥이 문고리 권력을 쥐었다는 김옥 역할설도 떠돌았다.

북한 전문가들은 경제학자가 경기를 전망하듯 후계를 예측해왔다. 경제학자의 전망이 그렇듯 북한 전문가들의 예측도 엇갈린다. 경제학자는 실물지표를 토대로 예측하지만 북한 정보는 오류와 왜곡이 많다. 정성장 실장이 김정운 설의 주창자라면,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김정남 설의 지지자다.

백승주 센터장은 김정일의 동복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노동당 행정부장)이 후원하는 김정남이 후계자로 유력하다고 본다. 그는 옛 소련과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의 후계자 지명 과정을 설명하는 사회과학 방법론을 사용한다. 반면 고증과 문헌 연구를 주로 한 정성장 실장은 이제강(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후원을 받는 차남 김정철(28) 혹은 3남 김정운(26)의 집권에 무게를 실어왔다.

두 박사는 올 2월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됐을 때도 서로 다른 논리로 후계 구도를 설명했다.

“김영춘은 장성택이 최고 전성기던 1990년대에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이번 인사는 장성택이 좌지우지했다고 볼 수 있어 김정남이 후계에서 유리해졌다.”(백승주 센터장)

“김영춘은 2004년 사망한 공식 부인 고영희의 우상화에 기여한 인물이다. 고영희의 친아들 정철, 정운이 후계 구도에서 유리해졌다.”(정성장 실장)

장성택-이제강을 대립항으로 세워놓는 틀은 중국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을 김정남의 후원자로 설정하고,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이제강을 김정철, 김정운의 지원자로 보는 것이다. 북한에서 장성택의 역할이 강화되면 한국에서 김정남 후계설이 힘을 얻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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