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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포스트 DJ’ 구도

박지원-정세균의‘유훈정치 찰떡궁합’ 역풍 맞는다?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민주당 ‘포스트 DJ’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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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라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훈(遺訓)은 민주당의 ‘포스트 DJ’ 논란에 불을 댕겼다. 포스트 DJ의 재목은 누굴까. 실제로 있을까. 거대한 태양이 사라진 이후 민주당의 운명을 조명해봤다.
민주당 ‘포스트 DJ’ 구도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위), 정세균 민주당 대표.

8월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정세균 대표와 박주선 최고위원이 맞붙었다. 전날 정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대통합을 위해 당 내부에 ‘통합과 혁신위원회를 만들겠다”며 “일단 ‘친노(親盧·친 노무현 전 대통령) 세력이 우선이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의 전문가 집단, 시민단체의 전문가 집단 순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내용이 발단이었다. 사실상 통합의 우선순위를 설정한 셈이었다.

이를 겨냥해 박 최고위원은 “통합을 하는데 선택과 단계가 있을 수 있느냐. 통합의 대상은 모든 정치세력이 망라돼야 한다”고 공박했다. 그는 또 “분열과 분립은 반드시 공멸한다. 조건 없는 통합을 위해 제3지대에 ‘민주개혁세력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당내에 통합기구를 둘 게 아니라 민주세력이 모두 동참할 수 있도록 당 밖에서 원탁회의를 열어 통합을 논의하자는 주장이다. 이른바 ‘제3지대 창당론’이다.

박 최고위원의 발언이 나오자 정 대표는 “통합은 민주당을 리모델링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박 최고위원의 주장이 너무 나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박 최고위원도 “통합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개혁세력을 한 울타리 안으로 모으기 위해선 우리부터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 ‘포스트 DJ’ 구도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

박주선의 ‘제3지대 창당론’

정 대표가 확전을 피하는 바람에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논쟁이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9월3일 당 소속 의원 워크숍에서 통합 문제를 둘러싼 주류-비주류 간 충돌이 다시 불거졌다. 친(親)정동영계인 문학진 의원은 “정 대표가 친노 세력부터 영입하겠다는 단계적 통합을 말했는데, 동시적 대통합이 필요하다. 당론 결정 과정도 투명하지 않고 당직도 대표 친위세력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고 성토했다. 비주류 일각에선 이 시점을 전후해 지도부 교체를 위한 조기 전당대회론을 은근히 흘리고 나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정 대표는 9월4일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통합과 혁신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민주당 중심의 대통합을 위한 사전 길 닦기 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통합과 혁신위원회가 통합·혁신에 관한 주요 방침과 추진 일정 등을 모두 준비하고 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주선 최고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합과 혁신위원회는 당내의 (외부인사) 영입기구에 불과하다. 무조건 기득권을 포기하고 창당에 버금가는 통합이 이뤄져야 명분이 있다. (지도부와) 일단 접촉해보고 의견을 교환하겠지만 민주개혁세력을 한 울타리 안에 모아 대통합을 논의해야 한다는 소신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통합한다며 왜 특정인 빼나”

현재 민주당 내부의 대통합 논의는 백가쟁명식이다. 가령, 정 대표가 우선 통합대상으로 꼽고 있는 노 전 대통령 세력 중에서도 ‘친노 신당’ 창당에 부정적인 안희정 최고위원은 민주당과 민주당 밖의 민주개혁세력들이 연대하는 큰 틀의 통합을 주창한다. 민주노동당과의 ‘당 대 당’ 통합도 염두에 둔다. 그는 “시민운동 진영, 풀뿌리 조직인 네티즌, 민주당 밖 참여정부 세력, 노동계 등 민주개혁세력들과 폭넓게 연대해야 한다”며 ‘광폭 통합론’을 제기하고 있다.

정 대표가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힌 정동영 의원 복당 문제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대통합론과 맞물려 비주류와 호남권 출신 의원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대동단결과 통합을 주장하면서 특정인 복당은 안 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추미애 의원도 “통 크게 받아들이고 평가는 국민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호남 출신과 비주류 측은 친노 세력과의 통합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 대표에게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친노 세력과 다시 하나가 된다면 실패한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로 당내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한 당직자는 “크게 보면 대통합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솔직히 당내 각 계파가 동상이몽(同床異夢)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에서 이처럼 대통합론이 화두가 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가 계기가 됐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 신당 창당 움직임과 동시에 민주당 밖의 친노 세력과 민주당이 합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통합 논의에 불을 붙인 결정적 사건은 DJ의 서거다. 특히 DJ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DJ 유훈’을 공식회의 석상에서 전하면서 통합론은 단번에 야권의 최대 내부 현안이 돼버렸다.

박 의장은 김 전 대통령 국장이 끝난 다음날인 8월2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께서는 생전에도 그러하셨지만 저에게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기셔서 한 것이 최후의 말씀인 것 같다”며 운을 뗐다.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야4당과 단합하라. 모든 민주시민사회와 연합해서 반드시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 문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승리하라는 그런 말씀이 계셨다. 이런 말을 저에게 하신 것이 유언 중에 하나라고 정 대표께 보고했다. 그런 의미에서 국장 중에 민주당사를 경유하시면서 이희호 여사가 하차해 대표께 감사의 말씀과 이런 말을 하기로 했는데, 민주당 의원과 당원들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울컥해 눈물이 나서 말씀을 못하고 그냥 승차했다. 그래서 (서울광장) 문화제에 참석해 국민에게 감사와 행동하는 양심을 강조하신 것이다.”

박 의장은 다음 날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게 영결식 참석 감사 전화를 하는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전 ‘민주당은 어떤 일이 있어도 민주노동당과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고 당부하셨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DJ가 ‘민주대연합론’을 처음 강조한 것은 지난해 11월27일 강 대표가 동교동 자택을 방문했을 때다. 박 의장은 이를 다시 강조한 DJ의 마지막 말을 강 대표에게 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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