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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길 대통령실장 令이 안 선다

기강해이 청와대 24시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정정길 대통령실장 令이 안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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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허세 실장 vs 실세 수석·비서관·행정관
  • ● 수석실 간 알력다툼 위험수위
  • ● 관료그룹-공신그룹 간 불신
  • ● 일부 측근, ‘공직윤리’ 의식 희박
  • ● 성폭행, 폭행, 폭언…밝혀진 것 10건
정정길 대통령실장 令이 안 선다
청와대 참모들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을 보좌한다. 매력 있지만 업무 자체는 고달프다. 새벽별 보고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일은 예사다. 업무량은 일반의 상상을 초월한다.

고생하는 만큼 이들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힘을 자제력 없이 누리다 보면 일탈 행동으로 이어진다.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청와대의 기강해이는 문제가 되어왔다. 임기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실장의 당부 다음날

최근의 기강해이 사례로 지목된 것은 현진권 시민사회비서관의 ‘근무지 무단이탈’ 건이다. 현 비서관은 평일인 10월23일 부인과 함께 제주 신라호텔에서 이틀간 열린 ‘2009년도 한국재정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참석했다.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로, 한국재정학회 부회장을 지낸 그는 세미나에 ‘아주대 교수’ 자격으로 참석했다. 다만 그 시점에 이명박 대통령은 동남아 3개국 순방을 위해 해외에 나가 있었고, 제주도행을 상급자인 박형준 정무수석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대통령 해외 순방시 청와대에 남는 참모들은 대통령실장의 지휘 아래 사실상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간다. 대통령이 없는 청와대를 지휘하고 있던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현 비서관의 무단이탈 사실을 몰랐다. 특히 정 실장은 현 비서관이 제주도 학회에 참석한 전날 직원조회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직원들은 모든 사람에게 주목의 대상이 되는 만큼 사소한 일에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며 “긴장감 속에 모든 일에 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훈시가 있은 지 하루 만에 현 비서관은 보고도 하지 않고 제주도로 날아갔다.

10월6일에는 청와대 안에서 ‘폭언’ 사건이 일어났다. 청와대 비서동 건물인 위민2관의 2층 경제수석실 산하 경제금융비서관실에 사회정책수석실 소속 L 비서관이 들이닥쳤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L 비서관은 C 행정관의 이름을 부르며 “C, 이 ×× 누구야? 나와! 가만히 안 두겠다”고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마침 가까운 곳에서 업무협의 중이던 윤진식 정책실장(경제수석 겸임)과 임종룡 경제금융비서관이 달려와 말렸다. 윤 실장은 L 비서관을 지휘하는 수석비서관은 아니지만 정책실장 자격으로 보면 직속상관이다. 그럼에도 L 비서관은 막무가내였다. 임 비서관이 “너무 하는 것 아니냐. 진정하라”고 하자, L 비서관은 “뭐가 너무 하냐. 당신도 두고 보자”고 막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소란이 한참 동안 이어진 뒤 윤 실장이 L 비서관을 불러 임 비서관과의 중재를 시도했지만 이 자리에서도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L 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경북 포항 출신이다. 모 금융기관 노조위원장을 지낸 뒤 2007년 대선 당시 MB 캠프의 최대 외곽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MB 캠프와 노동계를 연결하는 가교 구실을 했다고 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L 비서관은 다혈질 성격 탓에 평소에도 다른 참모들과 자주 부딪쳤다. 드문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L 비서관은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참모 중 한 명”이라며 “특유의 급한 성격과 대통령 고향 사람으로서 권력창출에 일조했다는 자신감이 섞여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당시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간과한 부분이 있다. L 비서관이 흥분한 이유다. 그때 알려진 바는 “여러 부처 장관이 함께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할 일이 있었는데, 보고 일정 조정을 맡은 C 행정관이 업무 관련성이 있는 L 비서관에게 사전에 상의하지 않아 화가 치밀었다”는 정도였다. 청와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에게서 구체적인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폭언의 배후는 알력다툼

“당시 경제수석실에서 사회정책수석실 L 비서관의 소관 업무인 노사 관련 내용을 L 비서관과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검토해 보고서를 만들었다. L 비서관이 무슨 내용이 보고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보고 일정 조정을 맡은 C 행정관으로부터 ‘보고 자리에 배석하라’는 통보만 받았다. 그러자 화가 치민 L 비서관이 따지러 갔다가 분을 삭이지 못해 폭언을 한 것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경제수석실에서 ‘언론 플레이’를 한 것 같다는 점이다. 그때 한 신문이 당시 상황을 생중계하듯이 보도했는데, 누군가 작심하고 흘리지 않았으면 취재가 불가능한 내용이었다.”

이는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청와대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일은 경제수석실이 노사정책까지 주도하려 하자 해당 비서관실이 반발한 일종의 주도권 경쟁, 알력다툼에서 비롯됐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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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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