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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천안함, 그후 ①

정밀취재 - ‘안보태세 재정비’ 둘러싼 청와대 파워게임 전말

특보 역할설정부터 후임 국방장관 인선까지 주도권 둘러싼 동상이몽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정밀취재 - ‘안보태세 재정비’ 둘러싼 청와대 파워게임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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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방은 군의 전문영역’임을 주장하는 예비역 인사들과 ‘군사 분야의 경영적 합리화’를 추구하는 학자 출신 참모그룹 사이의 대립.”
  • 대선 직후 한 캠프 관계자가 남겼던 우려가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되살아나고 있다. 안보 분야가 국정의 핵심과제로 떠오르면서 재정비를 위한 시스템 설정과 인사 문제 곳곳에서 대립각이 불거지고 있는 것. 청와대와 안보부처 관계자들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는 파열음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
정밀취재 - ‘안보태세 재정비’ 둘러싼 청와대 파워게임 전말

5월4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군 장성들이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참석한 장성들의 계급장에 달린 별 개수만 207개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우리 군을 굳게 믿는다.…‘군복을 입은 모습을 자랑스럽게 하겠다’는 것은 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다. 군의 생명은 사기에 있다. 군을 지나치게 비하하고 안팎에서 불신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이를 위해 정부는 군 복지까지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변화에 둔감하고 혁신에 게으른 조직은 살아남을 수 없다. 천안함을 인양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민과 군의 협동작전에서 우리는 배울 것이 있다. 배워야 한다. 배타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서 민간의 우수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민과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사뭇 다른 뉘앙스의 두 발언. 그러나 모두 한날한시 같은 연설문에 있는 문장이다. 5월4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고 김태영 국방장관과 이상의 합참의장을 비롯해 군 지휘관 1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것은 건군 이래 최초”라며 한껏 무게를 실었다.

흥미로운 것은 3000자가 조금 넘는 이 날의 연설문에 대해 예비역 출신 정부 관계자들이나 군 당국 주변의 해석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등 민간 출신안보 분야 참모들의 해석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전자가 ‘군의 사기를 강조한 것’이라며 앞의 문장에 무게중심을 싣는 반면, 후자는 ‘전면쇄신을 촉구한 것’이라며 뒤의 문장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이 미묘한 차이 뒤에 적잖은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은, 천안함 침몰 이후 안보 시스템 논의과정에서 불거진 논쟁의 뿌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힘의 재편’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가늠할 방향타이기도 하다. ‘누가 대통령의 귀를 사로잡는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을 두고 한 정부 당국자는 “군이 개혁의 주체냐 대상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이라고 정리했다.

천안함 사태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하던 청와대 기획파트에 ‘JO·WI 등을 민간인 국방장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제출된 것은 4월 초순의 일이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나 류우익 주중대사 등 카리스마 있는 대통령 핵심측근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해 강도 높은 군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지휘관들과 달리 젊은 영관급 장교들 사이에서는 중량감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이 임명돼 군의 위상이 강화되는 데 부정적이지 않다는 보고도 덧붙여졌다. ‘5·16 이후 최초의 문민장관’이라는 타이틀이 갖는 무게도 정치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었다.

문민장관 이재오? 김태영 유임?

그러나 4월 중순 이후 청와대의 입장이 ‘북한 소행 추정’ 쪽으로 기울면서 이 방안은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공격이라면 문민장관 임명 같은 초강수가 설득력을 잃는데다, 먼저 안보시스템 재편과 군 관리에 관한 방향설정을 완료한 후에 그에 맞춰 후임인선을 고민하는 게 옳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것. 일부 당국자들은 이러한 결정이 최종적으로 대통령 본인이 내린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대선 당시 국방분야 공약 조언이나 군 출신 인사들의 지지를 모으는 역할을 담당했던 대통령 주변 예비역 인사들의 행보가 이 무렵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정부 핵심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4월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간담회 등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불의의 습격을 받은 군을 다독여 단호히 대응할 수 있도록 사기를 앙양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취지로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전한다. 급부상했던 정치인 출신 문민장관론이 사그라지게 만든 배경을 가늠케 하는 대목.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지지모임을 독자적으로 이끌었던 김인종 경호처장과 이명박 캠프의 국방정책자문특별위원장으로 활약한 이종구 전 국방장관이 대통령 주변에서 국방 분야를 조언하는 주요 인사로 꼽힌다.

반면 안보라인 핵심 관계자들을 필두로 하는 학자 등 전문가 그룹 출신 참모들의 시각은 단호하다.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의 공격이라 해도,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는 군이 그 도발징후를 전혀 가늠하지 못하고 당한 것은 시대착오적인 비효율 때문이라는 것. 민간 분야의 감각과 효율성을 적용해 21세기 환경 변화에 맞는 탄력적이고 기능적인 군대로 재편해야 한다는 게 그 골자다. 이번 사태를 더욱 강도 높은 국방개혁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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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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