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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주의 눈으로 본 평양의 ‘천안함 파워게임’

“서울이 불바다가 되면 당신이라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소?”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강석주의 눈으로 본 평양의 ‘천안함 파워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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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안함 사건에 얽힌 북한의 대외·대남전략 목표는 무엇인가. 후계체제 구축 등 평양에서 진행되는 권력체계의 변동은 이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최근의 이른바 ‘장성택 관리체제’의 급부상은 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관측과 추정으로 점철된 퍼즐 맞추기나 다름없는 이 질문에 답하는 데 가장 유용한 도구는 북한의 대외정책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시선이다.
  • 권력의 부침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되 스스로 권력을 다툴 수 없는 전문관료의 눈으로 본 2010년 평양의 현재와 미래.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인물정보에 따르면 1939년 평안남도 평원에서 출생한 강석주는 평양외국어대학 영어과와 평양국제관계대학 불어과를 졸업한 뒤 노동당 국제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80년 국제부 과장이 된 그는 4년 뒤 정무원 외교부 부부장에 기용됐고, 다시 2년 뒤에는 47세의 젊은 나이에 외교부 제1부부장에 올랐다. 이후 흔들림 없이 한자리를 지키고 있으며(1998년 외교부가 외무성으로 변경된 후 공식직함은 외무성 제1부상) 8기 이후 현재까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도 겸직하고 있다.

외교관으로서 그의 경력은 승승장구 그 자체다. 다양한 인사가 외무상을 거쳐 가는 동안에도 실질적인 외무성의 수장은 강석주였다. 특히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 위기 당시 대미협상의 최전선에서 제네바합의와 북미 공동코뮤니케를 이끌어내는 등 화려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마디로 북한에서 전문관료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업적과 경력을 일궈온 셈이다.

주요국 외교관들은 “외무성의 누구와 얘기해도 최종적으로는 강 부상과 대화하는 것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외무성 안에 지역별로 업무를 분장한 부상들이 있지만주요내용은 모두 그에게 보고되고 최종결정 역시 그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한 전직 미 국무부 관료는 “선이 굵은 듯 보이지만 뚜렷한 자기 생각을 품고 있는 간단치 않은 사람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외정책 수행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캐릭터는 강한 추진력과 동물적인 판단능력으로 요약된다. 그가 외무성을 맡은 이래 북한 특유의 극단적인 ‘벼랑 끝 전술’이 한결같이 이어져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 휘몰아치는 절대권력의 틈바구니에서도 자신의 공간을 유지하는 쉽지 않은 줄타기를 성공적으로 해온 셈이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당국자들의 배경설명을 기반으로, 최근 수 개월간 평양에서 진행된 상황과 천안함 사건 등 극단적인 행동의 이유를 강석주 부상의 시각에서 팩션(faction) 형식으로 구성했다. 팩션이란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은 개연성 높은 가상내용으로 다루는 기법을 말한다. 등장인물과 그들 사이의 관계는 모두 사실과 정보에 근거하고 특히 해설부분에서 제시된 자료와 분석은 모두 실제의 것이지만, 시나리오 부분에서 이들 사이에 벌어진 것으로 다룬 사건과 대화는 가상이다.

장면1 모든 일은 밤에 벌어진다

“날세,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서두르지 않으려 했지만, 목소리가 흔들렸다. 거실에 틀어놓은 남한 TV 화면에 뜬 ‘해군 초계함 침몰, 북한 소행 추정’이라는 자막이 돌주먹처럼 그의 머리를 쾅쾅 울리고 있었다. 목구멍에 짜릿하게 남아 있던 위스키의 독한 기운은 어느새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떠오르는 질문은 간단했다. 우리라면 과연 누가 저지른 일일까. 위원장은 알고 있었을까. 그랬다면 지금 이 시점에 도대체 왜? 위원장의 뜻이라면 혹은 아니라면, 그에 따라 그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도 극과 극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찰나의 판단으로 자신이 이제까지 어렵사리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단번에 날릴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임을 그는 감각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수화기 건너편, 국방위원장 서기실(비서실)에 파견된 외무성 출신 담당서기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에, 생각들이 총알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모르겠습니다. 우리 쪽에서 저지른 거라면….서기실에서도 공식적으로 보고받은 건 없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담당서기의 말투가 미묘하게 떨린다. 뭔가 다른 뉘앙스가 있다.

“…얼마 전부터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 분’이 정찰총국과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다는…. 최근에 김영철이 오극렬과 사이가 안 좋다는 이야기는 알고 계시잖습니까.”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그분’과의 옛 인연을 등에 업고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다는 소문은 이미 들어 알고 있는 터였다. 그렇지만 김영철이 오극렬도 모르게 이런 일을 꾸몄다면 그건 하극상이다. 감히 말이나 되느냐 말이다. 더욱이 위원장도 모르게? ‘그분’이 뒤에 있다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생각해보면 명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르익던 6자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논의가 남측의 뻗대는 자세 때문에 단번에 날아갔다. ‘공화국의 체면이 상했다’고 흥분할 만한 구석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정도로 일을 벌이는 건 위원장 스타일이 아니다. 화폐개혁이며 외자유치며 한창 벌여놓은 일이 많은 이 시점에는 더욱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정말 그렇지만, 위원장의 건강과 판단력이 이전 같지 않음은 누구보다 그가 잘 알고 있었다. 최근 들어 느껴지는 위원장의 조바심은 분명 결이 다르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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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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