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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풍그룹 내부 문건에 나타난 대풍그룹 실체

대풍그룹인가, 허풍그룹인가 “북한이 박철수에게 속았다”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대풍그룹 내부 문건에 나타난 대풍그룹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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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풍그룹 내부 문건에 나타난 대풍그룹 실체

1월20일 평양에서 열린 대풍그룹 이사회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이 북한 당국자들에게 브리핑할 때 사용한 대풍그룹 내부문건을 ‘신동아’가 단독입수했다. 이 문건에 나타난 대풍그룹의 실체는 미덥지 못하다. 문건을 검토한 외국계 컨설팅 회사 한국 대표 C씨는 자본주의를 모르는 북한 당국이 박철수란 사람한테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브리핑을 듣고 국가개발은행 설립을 결정했다면 국제금융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다. 한심한 일이다.”

대풍그룹이 2009년 작성한 이 문건은 국가개발은행 설립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문건은 국가개발은행을 조선국제개발상업은행으로 표기했다. 대풍그룹은 지난해 9월 평양 양각도호텔에서 브리핑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경협 브로커로 활동

문건은 “대풍그룹의 신청 내용이 타당하고 은행설립 자본융자 가능성이 확실하면 2009년 12월까지 설립준비를 완료하고 2010년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은 1월20일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하면서 대풍그룹을 외자유치 창구로 지정했다.

대풍그룹 총재 겸 국가개발은행 부이사장 박철수는 조선족으로 북한 고위직에 오른 첫 인사다. 1959년 출생. 옌볜대를 졸업하고 대외경제무역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알려진 그는 1990년대 후반 중국국영 석유회사 임원으로 일했다. 이때 북한 군부에 휘발유를 공급하면서 북측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아버지 고향은 경남 밀양이라고 한다.

대풍그룹은 2006년 설립된 북한의 대외경제협력기관. 대풍그룹은 홍콩, 베이징에 법인을 등록했으나 매출이 거의 없는 사실상 서류로만 존재하는 회사였다. 박철수는 부총재 명함을 쓰면서 박성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박철수는 대풍그룹 부총재를 맡기 전 남북경협 현장에서 브로커로 활동했다. 좋지 않은 소문도 나돌았다. 성과물이 나오지 않아서다. 박철수가 일이 매끄러운 컨설턴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박철수는 한국에서 구속·기소된 적도 있다. 삼성물산과 수출입 계약을 맺고 북한산 수산물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으로부터 받은 돈을 북한에 송금하지 않고 챙긴 뒤 수산물을 제대로 납품하지 않은 혐의로 2001년 구속·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횡령 혐의는 무죄, 외화 밀반출 혐의는 유죄였다. 삼성물산은 어선과 어구를 북한에 제공했으나 손해만 봤다.

박철수는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북한 자원 개발과 관련한 제안서를 넣었으나 사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2007년엔 풍어(豊漁)로 시장에 남아도는 오징어를 한국 정부가 구입한 뒤 북한에 인도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제안했다.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이 이 사업 논의에 관여했는데 이 일도 무산됐다.

박철수는 국가개발은행을 매개로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이던 대풍그룹을 되살렸다. 그렇다면 박철수는 북한을 어떻게 설득했을까.

“대풍그룹은 진정한 실력과 자본으로 국가경제의 발전을 이룩하겠습니다!”

대풍그룹이 작성한 브리핑용 문건 마지막 장의 첫 문장이다. 이 문장 아래엔 “조정에 의해 변화될 것인가, 변화에 의해 발전될 것인가”라고 적혀 있다. ‘조정’이란 표현은 제3자 개입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박철수는 국가개발은행의 목표를 셋으로 나눠 제안했다.

“세계 일류급 금융기구를 설립해 현대화 금융기업 제도를 구축하겠다.”

“국가 신용도를 기초로 시장 업적을 기본으로 하는 금융기구를 창설하겠다.”

“국가의 종합적 경쟁력 회복을 증강하고, 대상 건설과 제도 수립의 전면 성공을 실현해 국가의 금융 안전과 경제적 안전성을 보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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