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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연기와 군사비 논쟁의 방정식

“안보 불안 해소 위한 결단” vs “돈 들일 뜻 없어 택한 미봉책”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전작권 전환 연기와 군사비 논쟁의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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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한반도 안보환경 불안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가 공식화되는 과정에서 정부가 들고 나왔던 첫 번째 이유다. 그러나 군 일각에서는 “군사비 투자를 아까워하는 청와대의 속뜻이 진짜 이유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 군이 요구해온 예산을 줄 생각이 없는 정부가 다음 정권에 ‘고민거리’를 떠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여기에 마침 궤도에 오른 내년도 예산안 작성 프로세스는 새로운 싸움을 예고하는데…. 군이 전작권 전환 연기를 선뜻 반길 수만은 없는 까닭, 그 복잡한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가 공식화된 6월27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주변의 분위기는 예상과 달리 사뭇 심상치 않았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미국 워싱턴 현지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발언. 연기의 사유와 관련해 “우리 군이 정보획득, 전술지휘통신체계, 자체 정밀타격 능력 등을 준비하는 데 2015년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 그것이었다. 군의 준비태세가 미비하다고 읽히기에 충분한 뉘앙스였다.

발끈한 국방부는 이날 “한국군은 연합방위를 주도할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도 “전작권 전환 연기는 북한의 2차 핵실험 등 안보환경의 변화 때문이지 우리 군의 능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전작권과 관련해 청와대가 은연중에 내비친 인식을 반박하고 나선 모양새. 대부분의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던 이 작은 해프닝은 군 일각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를 선뜻 반기지 못하는 이유’를 풀이할 의미심장한 바로미터다.

“문제는 C4I다”

“까놓고 얘기해 이번 연기의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결국 돈 문제 아닌가. 이명박 정부가 군사 분야에서 이른바 ‘경영적 합리성’을 추구하면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 군이 요구하고 있는 감시정찰자산이나 무기체계를 들여올 돈을 쏟아 부을 생각이 없으므로 대신 이를 싼값에 미국으로부터 빌려 쓸 수 있는 기간을 최대한 늘리자는 게 이번 연기의 진정한 속내라고 본다.”

익명을 전제로 털어놓은 군 당국 고위관계자의 토로는 꽤나 직설적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완벽하게 준비하자는 전환 연기의 명분 자체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그 안에 담긴 속내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 보수적인 군의 정서상 연기를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절대적일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과는 다른 뉘앙스가 군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 등 권력핵심에서 이 문제를 다뤄온 당국자들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그간 전환 프로세스가 착착 진행돼 65% 수준에 이르렀으며 2012년에 전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군의 설명은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문제는 C4I(전술지휘통제) 체계 구축을 완료해 미군과 연동하는 과제다.

그간 전작권 전환 연기를 주장해온 정치권과 예비역단체들은 “2012년은 한미 대선과 중국의 권력이동, 북한의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 등이 겹쳐 불안한 시기이므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이번 연기 발표에서도 일부 이러한 논리가 거론되긴 했지만, 청와대 안보라인 당국자들이 공식 발표 이전부터 내비친 속내는 사뭇 달랐다. 양국의 대선 같은 정치적 스케줄을 군사적 사안인 전작권 전환 연기의 논거로 삼는 것으로 워싱턴이 설득될 리 없다는 것. 대신 전환 준비 문제, 특히 C4I 능력에 대한 우려야말로 한국과 미국의 수뇌부가 공히 고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이야기였다.

특히 중점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에 대비한 이른바 대화력전(對火力戰)에 사용되는 C4I다. 장사정포의 공격을 감지해 그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다시 어떤 무기체계를 동원해 파괴할 것인지 선정해 타격하는 일련의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것이 이들 C4I체계의 핵심. 이러한 기능을 수행할 ‘두뇌’에 해당하는 대화력전 수행본부는 주한미군 2사단이 맡아오다 2005년 ‘10대 임무 전환’ 프로그램에 따라 한국군 3군사령부로 이관됐다.

당시 제기된 가장 큰 우려는 미군이 무인정찰기 등 정찰수단부터 다연장로켓(MLRS) 같은 타격수단까지 실시간 처리가 가능한 ADOCS(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 등의 C4I 체계를 운용한 반면, 한국군의 대화력전 C4I체계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해 상당히 지연된다는 사실이었다. 대응이 수초만 늦어져도 피해규모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이 대화력전의 특성인 만큼 이러한 격차는 조속히 극복되어야 할 과제로 지목됐고, 특히 한국군 대화력전 수행본부에서 미군이 운용하는 타격자산에 공격지시를 하달하기 위해 꼭 필요한 미군과 한국군의 C4I 연동 문제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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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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