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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국 하원의원이 본 ‘한국 인사청문회 vs 미국 인사청문회’

“핵심 쟁점은 후보자의 도덕성, 인준 거부 사태 생기기 전 지명 철회와 자진 사퇴로 해결”

  • 김창준| 전 미국연방하원의원, 한미워싱턴포럼 이사장 |

전 미국 하원의원이 본 ‘한국 인사청문회 vs 미국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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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대거 낙마했다. 후임 인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만한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 찾기가 난망한 탓이다. 우리보다 앞서 인사청문회를 시행 중인 미국에서는 장관뿐 아니라 차관보를 임명할 때도 국회 청문 절차를 밟는다. 도덕성 검증도 철저히 한다. 그러나 ‘죄송 청문회’가 벌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나라 최초로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지내며 이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김창준 전 공화당 의원이 한국과 미국 인사청문회 운용의 차이점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전 미국 하원의원이 본 ‘한국 인사청문회  vs  미국 인사청문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무총리 및 일부 장관 후보자의 탈법과 부도덕성이 드러나자 야당은 부적격 후보 사퇴 촉구대회를 열었다.

대한민국 국회든 미국 의회든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후보자의 도덕성이다. 나라가 가난했을 때는 고위직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는 웬만한 것은 눈감아주곤 했다. 대통령이 추천한 장관 등 고위직 후보를 감히 반대할 힘도 없었고, 반대해봤자 어차피 대통령이 임명할 것을 구태여 반대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후보자의 화려한 학력과 경력에 초점을 맞춰 미리 준비된 정치철학을 듣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대한민국 국회의 이번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나는 감탄했다. 미국의 청문회와 다를 게 없다. 무척 발전했다. 다시 말하면 ‘공직자의 비리와 거짓말을 끝까지 추적해 캐내는’ 나라로 바뀐 것이다. 한 치의 비리도 받아들이지 않는 국민들의 여론은 더욱 세련됐다. 가난에서 벗어난 대한민국 국민이 이젠 사회 정의를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예전 같으면 별것 아니라며 대충 눈감아주고 넘어갈 것으로 믿었을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들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단단히 침 한 대를 맞았다.

이것은 민주정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선진국이 겪는 변화이기도 하다. 행정 각 부처의 장이 되려면 그에 합당한 자질을 갖춰야 한다. 그 자질에는 법적인 것과 도덕적인 것 둘 다 포함된다. 법적인 문제는 오히려 간단하다. 최소한의 법도 지킬 줄 모르는 전과자가 장관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관건은 도덕적 자질이다. 무엇이 도덕적으로 문제 되는지는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다. 사실 장관 같은 행정수반은 국민 특히 젊은이가 존경하고 본받고 싶어하는 역할 모델이기 때문에 도덕적인 흠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선진국의 문화다. 이에 비춰보면 이젠 대한민국도 선진국이 된 셈이다.

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거짓말을 가장 비난해왔다. 서부영화에서 ‘Liar(거짓말쟁이)’란 말은 가장 굴욕적인 비난이다. 이 말이 나오면 결국 권총싸움으로 끝난다. 검찰 조사에서 거짓말이 드러나면 끝장이다. 국회 증언에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을 때 역시 ‘성스러운 국회에 대한 모욕죄’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정치판은 거짓말투성이였다. ‘아니면 그만’으로 넘어가고,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는 허리를 굽혀 사과하면 인정 많은 한국 국민은 지체 높은 분의 사과를 오히려 칭찬하며 받아들였다. 이젠 다르다. 너무 많이 속아왔고, 이 정도 정치적 쇼에 넘어가기엔 국민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바뀐 한국 사회를 인식 못한 채 도덕적 문제는 사과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이 이번에 화근이 됐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던 테네시 주 출신 앨 고어는 부통령 재직 당시 45세의 대표적인 남부 젠틀맨형이었다. 고어는 그 깨끗한 이미지를 계속 유지해 결국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공천돼 연방 공직 경험이 없는 공화당의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와 대결하게 됐다. 처음에는 고어가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렸고 모두가 그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막판에 악재가 생겼다. 연방정부 건물 안에서 정치자금 모금 활동을 못하게 돼 있는데 이를 깜박 잊고 백악관 집무실에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모금운동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가장 나쁜 잘못은 거짓말

기자회견 때 솔직한 사과를 기대했던 기자들에게 놀랍게도 공무원이 아닌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으니 법적 하자가 없다는 법이론으로 오히려 강의를 했다. 물론 법대 출신인 그의 이 법 해석이 틀린 건 아니지만 이런 말장난은 고어를 참신하다고 생각했던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겼고 결국 그의 인기는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추락해버렸다. 당시 고어가 과오를 인정하는 솔직함을 보였더라면 대통령이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고어의 사례는 미국 국민이 얼마나 도덕성을 중시하고, 거짓말을 싫어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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