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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문가가 본 통일비용과 통일세 논란

‘바겐세일 환상’ 버리고 ‘덜 비싼 대안’ 도모해야

  •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andreilankov@gmail.com│

외국인 전문가가 본 통일비용과 통일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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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계기로 빚어진 통일비용 논란이 한동안 사회적 논쟁 주제로 떠올랐다. 엇갈리는 찬반양론은 통일 문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이, 특히 정치적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 그렇다면 제3자의 시선은 어떨까. 남북한에서 장기간 체류한 경험이 있는 외국인 전문가가 이를 진단한 글을 소개한다. 구 소련에서 태어나 한국사와 한국어를 전공한 뒤 현재 한반도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필자는 남북한 통일 문제에 대해 오랜 기간 천착해왔다.
외국인 전문가가 본 통일비용과 통일세 논란

1989년 10월17일 옛 동독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 인근에서 벌어진 월요 시위. 9월 시작된 이 시위는 동독 사회를 송두리째 흔들며 결국 11월9일엔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정치에서 ‘통일’만큼 긍정적인 의미가 강한 이슈는 별로 없었다. 서로 대립하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은 모두 통일을 민족의 최고 과제로 여겼다. 물론 현재도 이러한 주장은 반복되고 있지만,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완연히 다른 맥락을 읽을 수 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통일이 실제로 이루어질 경우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에 가깝다. 모두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통일이 늦게 이루어질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적어도 외국인인 필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점차 커져가는 이른바 ‘통일공포증’ 현상의 기저에는 무엇보다 실제로 통일이 됐을 때 들어가야 할 비용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통일 한국이 지금의 남한보다 경제력으로나 국제적 지위로나 훨씬 우월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신화는 1990년대 초 독일 통일 이후의 쓰라린 경험을 지켜보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에 대한 인식도 기름을 부었다. 통일이 국가의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초석이기보다는 오히려 국가 경제의 급격한 쇠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이 본격화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통일이 미뤄지기를 바라는 속내의 뿌리일 것이다.

일부 보수진영 인사들은 엄청난 규모의 통일비용 추정이 일부 좌파진영에 의해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오히려 좋든 싫든 통일비용이 엄청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정면으로 주시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는 게 옳다.

통일비용의 규모에 대해서는 상이한 여러 가지 추산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2005년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랜드연구소는 남북한의 통일비용이 최소 500억달러에서 최대 67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8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연구에 의하면, 통일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경우에는 100억달러, 북한의 급격한 붕괴에 따라 갑자기 이뤄질 경우에는 72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기타 다른 추정을 살펴봐도 통일비용은 대체로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 사이 규모로 수렴된다.

‘통일 공포증’의 뿌리

물론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고 이러한 추정 역시 100% 신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남북한의 엄청난 경제 격차를 고려하면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분단 독일의 경우 동독이 서독보다 15~20년 뒤떨어졌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남북한은 북한이 50년가량 뒤떨어진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 격차는 15~40배로 알려져 있는바, 전세계 어디에도 이렇듯 소득 격차가 심한 나라가 이웃하고 있는 경우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러한 격차를 하루아침에 극복할 방법이 과연 있을까. 통일 이후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가 불가피하다.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을 현대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공업과 농업, 교육 시스템을 기초부터 다시 건설해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결코 적은 비용일 수 없다. 물론 이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그 재원은 분명 어디서든 마련돼야 한다. 일정부분을 외채와 국제사회의 원조로 충당한다고 해도 대부분은 남한의 납세자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물질적인 자본투자는 인적자원의 개발에 비하면 오히려 부차적이다. 폐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북한 사회의 특성상 주민들은 현대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고,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속에서 일한 경험이 거의 없다. 글로벌화한 현대사회와 경제의 다양한 요구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김일성-김정일 부자는 권력 세습 과정에서 일부 특권층의 충성심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 경제 전체의 경쟁력을 낙후하게 만드는 패착을 거듭해왔고, 이 때문에 주민들의 신체적 건강과 복지수준은 극도로 열악해졌다. 특히 어린 나이에 1990년대의 극심한 기근을 겪어야 했던 이들 가운데는 영구적인 손상이나 장애를 입어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통일 이후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통일이 가져올 경제적 충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기대는 근거가 별로 없어 보인다. 당장 남북한이 통일국가가 된다면 북한 출신 노동자들이 언제까지나 값싼 노동력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평양까지의 물리적 거리는 200㎞도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평균 월급이 250만원일 경우, 같은 국가 국민인 북한 출신 노동자의 임금이 25만원에 머무르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100만원 수준이라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장에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해도 2~3년이 지나면 같은 국가 국민으로서 평등한 대우를 집단적으로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독일 통일 이후 우리가 익히 지켜본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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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andreilankov@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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