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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은 잠재적 간첩?’… 분노하는 탈북자 사회

하나원 근무자 줄줄이 실직, ‘김정은 후계’ 특종기자는 석연찮은 휴직

  • 황일도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

‘새터민은 잠재적 간첩?’… 분노하는 탈북자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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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 엘리트 사회가 들끓고 있다. 연이어 발표된 ‘탈북자 간첩 사건’으로 사회적 시선은 물론 정부 당국의 분위기가 급변했다는 것. 정부기관에서 일하던 탈북자들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실직자가 되는가 하면 성공적인 정착사례로 손꼽혔던 한 중견 언론인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회사를 떠나게 된 일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일련의 사건에 대해 이들은 ‘탈북자를 잠재적 간첩으로 보는 것 아니냐’며 분노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다는 것일까.
‘새터민은 잠재적 간첩?’… 분노하는 탈북자 사회

10월13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빈소에 문상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 때 이야기다. 흔히 엘리트라고 불리는, 북에서도 꽤 잘나갔고 남에서도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는 탈북자들이 모였다. 이날의 화두는 단연 ‘민주당 찍었나?’였다. 최근 정부 여당에서 탈북자를 대하는 방식에 불만이 많다 보니 야당에 투표해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선거 직전 ‘휴대전화로 표를 찍어 서로 확인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10월13일 늦은 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빈소 구석에 모여 앉은 탈북 인사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 말이다. 경찰관과 정보기관 요원이 곳곳에 즐비한 자리였지만, 술잔이 한 순배를 돌자 이야기는 더욱 거침없다. ‘기관’의 시선에 민감한 탈북자 사회의 평소 분위기로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수위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 활동의 제약을 받았던 탈북자들이 ‘이제는 할 말은 하고 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게 뭔가. 최근 벌어지는 일을 보면 이건 흡사 ‘탈북자는 잠재적 간첩’이라고 미리 단죄하고 있는 게 뻔히 보인다. 정부가 북한을 싫어하다 보니 탈북자도 덩달아 싫어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2008년 8월 불거진 원정화 사건 이래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 사건’이 줄지어 발표되면서 탈북자 사회는 초상집이 됐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눈여겨볼 것은 이러한 분위기가 정부기관이나 언론 등에서 일하던 ‘탈북자 사회의 성공 모델’들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자리를 잃거나 자리를 떠나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들의 시각이다. 북한 출신 엘리트에 대한 포용과 정착 성공의 상징으로 불리던 이들에게 연이어 비슷한 일이 생기는 것은 결코 우연일 수 없다는 것이다.

10명에서 1명으로

탈북자 정착교육을 담당하는 통일부 산하기관 하나원에서는 올해 들어 의미심장한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60명 남짓의 직원 가운데 7명이던 탈북자 출신 근무자들이 모두 자리를 떠나게 된 것. 이와 함께 외곽경비를 담당했던 용역업체에서 일하던 탈북자 3명도 비슷한 시기에 모두 해고됐다.

하나원에서 해임된 이들 가운데 계약직 6~7급으로 근무하던 세 사람은 정착교육과정상의 교과목을 강의하는 강사였고, 다른 세 사람은 일용직으로 일하며 사감 업무를 맡고 있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콜센터에서 이미 사회에 진출한 탈북자들과의 상담을 담당했던 일용직원. 이들은 지난해 말과 올해 5~7월 사이에 순차적으로 해임을 통보받고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은 북한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와 처음으로 접촉하는 ‘선배 탈북자’였고 이 때문에 탈북자 사회의 마당발로 통했다. 한국에 정착한 이들 대부분이 그들과 안면이나 친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 더욱이 이들은 한국사회가 탈북자들을 정식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서로 믿고 일한다는 사실을 입소자들에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성실하게 정착 교육을 받으면 정부기관에서도 일할 수 있을 만큼 한국사회는 ‘열린 공간’이라는 뜻이었다.

특히 생활을 함께 하며 애로사항 처리와 관리를 담당하는 사감직의 경우 탈북자 출신 직원들에게 상당한 경쟁력이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갓 넘어온 이들이 어떤 문제에 부딪히고 어떤 부분에서 한계를 느끼는지 상대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입소자들로서도 비교적 쉽게 마음을 터놓고 애로사항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편한 상대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연이은 해임에 대해 많은 탈북자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하는 이유다.

지난 3월 하나원은 탈북자 출신의 교육담당 계약직 7급 직원 김모씨를 새로 임용했다. 이로써 2010년 10월 현재 시점에서 하나원과 통일부를 통틀어 탈북자 출신 직원은 김씨 한 사람뿐이다. 계약직과 일용직을 포함해 하나원에만 모두 7명, 용역업체까지 포괄해 10명이 일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공교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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