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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11·23 연평도 도발 그 후

[심층분석] 미·중 대립구도 이용해 베이징 압박하는 ‘전쟁 비즈니스’

연평도 포격에 담긴 북한의 ‘숨은 뜻’

  • 조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chomin55@hanmail.net

[심층분석] 미·중 대립구도 이용해 베이징 압박하는 ‘전쟁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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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은 왜 연평도를 공격했을까. 이로써 북한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한반도를 벗어나 ‘미국과 중국의 신(新) 냉전구도 형성’이라는 큰 틀에서 들여다보면 해답은 더욱 명확해진다. 한반도 서해를 도화선 삼아 이러한 대립구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힘’을 과시함으로써 중국을 압박하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에서 이러한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사하며 소련의 지원을 얻어낸 바 있는 평양이 이번에는 중국의 보따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심층분석] 미·중 대립구도 이용해 베이징 압박하는 ‘전쟁 비즈니스’

지난 11월29일 서해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서 승조원들이 함재기의 이착륙을 돕고 있다.

11월23일 연평도 포격에 담겨 있는 북한의 전략적 목적은 다층적이다. 세습 후계자의 군권 장악이나 리더십 과시를 위한 도발이라는 분석은 이미 상식이 됐다. 대미(對美) 협상용이라거나 대남(對南) 압박 카드라는 설명, 즉 북방한계선(NLL)의 분쟁수역화와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통해 평화협정 체결 주장을 관철하려는 의도이거나 한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강요하는 협박이라는 지적도 분명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필자가 판단하기에 또 하나의 노림수는 시선이 쉽게 닿지 못하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중국이다. 평양은 이제 한국과 미국을 넘어 중국을 전략적 타깃으로 삼아 치밀하게 계산된 ‘전쟁 비즈니스(war business)’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과 관련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문제는 남북관계 변수로만 접근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한반도 문제는 21세기 세계사적 변화와 함께 동북아 지역의 국제정세 변화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지금 우리 시대 최대의 드라마는 다름 아닌 중국의 부상(浮上)이며, 앞으로 세계사는 중국의 행보를 둘러싼 패권국가 간의 각축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역학 구도도 미국과 중국의 힘 겨루기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거대한 체스판

오바마 정부의 세계 전략이 중동 전략에서 대중(對中)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을 막지 못하면 앞으로 자신들의 전 지구적 헤게모니 구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불안이 워싱턴 정책결정자들의 최대 고민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최근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이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말라카 해협을 중심으로 공세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언뜻 연평도 도발과 무슨 관계가 있으랴 싶지만, 잠시 동아시아 전체 지도를 머릿속에 떠올려놓고 이 거대한 체스게임을 따라가보자.

말라카 해협은 길이 800㎞, 최소 폭 2.8㎞로 세계 해상 물동량의 4분의 1, 세계 원유 수송량의 절반 이상, 동아시아 국가들의 원유 공급량의 90% 이상이 통과하는 지리적 요충이다. 미국은 한반도,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잇는 해상루트를 장악하면서 중국의 해상진출을 억제하는 이른바 ‘헤징(hedging·울타리 치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중국은 경제적·전략적 교두보 확보를 위해 서쪽으로는 미얀마, 동쪽으로는 북한의 나진항과 청진항을 통한 해상루트 확보를 추진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미·중 간의 정치적·경제적 갈등, 중·일 영토분쟁, 중·러 밀착 흐름 등이 복잡하게 뒤엉키면서 역학구도가 크게 흔들리는 것이 오늘날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판도다.

미국은 남중국해 길목을 지키고 서서 중국의 남진(南進), 즉 해상진출을 막고 있다. 남중국해는 동북아와 인도양을 잇는 해역으로 가장 중요한 통상 루트이자 군사전략적 요충지로, 300만㎢에 달하는 방대한 해역에서 나오는 천연가스와 석유,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 중국이 서진 및 남진 정책에 주력하는 것은 단순히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목적만이 아니다. 미국이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는 서태평양 지역과 남중국해 지역이 봉쇄당하면 유사시 에너지와 원료 공급 루트가 차단당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이 수입하는 에너지 자원의 80%가 미국의 제해권 아래 놓인 말라카 해협과 서태평양 통로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유사시 이 해역이 봉쇄되면 매우 심각한 안보위기에 봉착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로 인해 중국은 남중국해 시사군도(西沙群島·파라셀) 및 난사군도(南沙群島·스프래틀리)를 둘러싸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대만, 티베트와 더불어 남중국해를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규정하는 중국의 입장과 공해인 남중국해를 독점하려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은 이 지역에서 중국과 분쟁 중인 나라를 지원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바 있다.

중국 입장에서 보자면 미국의 봉쇄를 뚫고 해상루트를 확보해 중동의 산유국에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때문에 중국은 파키스탄과 이란을 지원하면서 인도양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를 모색하는 한편 이란 가스전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해양봉쇄를 우회해 육로로 중동 산유국에 접근하는 서진(西進)전략 위에서 이란-아프가니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증국 신장으로 이어지는 철도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이란에 최대 경제협력국가로 떠오르며 손을 잡자 미국은 이란의 안보위협을 문제 삼으며 경제제재를 결의하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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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chomin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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