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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부 컴퓨터 모델로 예측한 한국 원전사고 피해 시뮬레이션

고리 1호기 폭발하면 부산 포함 38㎞까지 피폭…현장사망 3864명 후유증으로 10년 이내 3만9100명 병사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美 국방부 컴퓨터 모델로 예측한 한국 원전사고 피해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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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국방위협감소국(DTRA)의 핵무기·원전사고 피해예측 모델
  • ● 10일간 노심 30~50% 유출된 체르노빌 수준 폭발 가정
  • ● 영광1호기, 최대 피해범위 53㎞ 사망 2118명
  • ● 남쪽서 고정풍 불면 수도권 대부분 피폭, 2200만명 노출
  • ● 수원·과천·의왕 25mSv 이상, 서울시내 15mSv 이상, 허용치 3~5배
  • ● 울산·부산·김해 등 인구밀집지역 인접한 고리 원전의 문제점
  • ● 월성1호기 폭발 시 경주·포항·울산 직접 타격, 총 피폭자 59만명
  • ● 서울과 가까운 울진, 동풍 불 땐 수도권 넘어 서해까지 오염
  • ● 후쿠시마 원전 대폭발해도 허용치 이상 방사능 한반도 못 온다
美 국방부 컴퓨터 모델로 예측한 한국 원전사고 피해 시뮬레이션

2006년 4월26일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20주년 당시 우크라이나 슬라부티치 추모시설 앞에 선 시민들.

안전하다고 말했다. 사고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장담했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 세계가 목도한 것은 그 약속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증명이었다. 예측과 기술검토를 넘어서는 상황 앞에서 사고는 불가항력이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극히 제한돼 있다는 것 역시 분명해졌다.

총 21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5위 수준의 원자력 대국인 한국에서 후쿠시마나 체르노빌에 버금가는 상황이 닥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원전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첨예화된 최근 상황에서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가정이지만, 실제로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나 분석은 찾기가 쉽지 않다. 전문학술지에서도 최근 20년 사이 확인할 수 있는 논문이 2~3편에 불과할 정도. 원자력발전의 장점과 그로 인해 소비자가 누리게 되는 효용에 관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투입된 연구와 홍보가 진행돼왔지만, 그 반대에 해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와 그 결과에 관해서는 관련업계 누구도 공공연히 거론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원전 사고 피해결과를 예측하는 작업은 아예 불가능한 것일까.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이 개발해 안보 당국과 전문 연구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 프로그램 HPAC(Hazard Prediction and Assessment Capability)가 그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제한된 인사들에게만 접근이 허용되는 이 프로그램은 본래 핵폭탄 등 대량살상무기가 실제로 사용됐을 경우의 피해규모를 현장 사령부에서 신속히 산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 국방부와 관련 전문기관들이 냉전기간 수집해온 방대한 양의 관련 실험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HPAC의 시뮬레이션 모델은 전세계 각 지역의 지리와 기상, 인구 정보는 물론 주요 시설의 위치와 도시화 정도 등 세부적인 자료까지 결합할 수 있는 강력한 프로그램이다.

안보 전문기관에서는 HPAC를 이용해 주로 핵무기나 생물학무기, 화학무기 등이 특정지역에서 사용됐을 경우를 시뮬레이션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에는 원자력발전소나 재처리시설 등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피해규모를 계산해내는 시나리오도 포함돼 있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 모든 국가 주요 원전과 핵 시설의 위치와 용량, 종류와 구조 등 관련 데이터가 이미 프로그램 내에 탑재돼 있어서 기상이나 폭발 수준 등의 변수만 설정해주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정교한 모델이다. 최근의 후쿠시마 사고와 관련해서도 그 피해범위를 분석하는 작업에 HPAC를 활용하는 해외 연구기관이 있다.

사고 10일 후 벌어질 일들

‘신동아’는 국내외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과 도움을 받아 한국의 주요 원전에서 체르노빌 수준의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를 가정해 HPAC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대상이 된 원전은 한국의 4개 주요 원자력단지, 즉 전남 영광, 부산 고리, 경북 월성과 울진 발전소 가운데 가장 연식이 오래된 1호기였다. 각 발전소에는 이보다 용량이 큰 원자로도 있지만 가동기간 연장 등과 관련해 안전성 논란이 있는 1호기의 사고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원전사고의 규모는 1986년 4월 구(舊)소련 우크라이나공화국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4호기의 폭발사고 수준으로 설정했다. 후쿠시마의 경우 아직 상황이 진행 중인 까닭에 최종적인 방사성 물질 유출 규모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 체르노빌 원전에서는 폭발 시점부터 화재 진압이 완료된 10일 후까지 노심 속에 들어 있는 주요 방사성 물질의 30~50%가 외부에 유출됐고 그중 상당부분이 폭발로부터 72시간 이내에 새나온 것으로 평가된 바 있는데, 이를 준용해 HPAC에도 비슷한 비율의 유출 규모와 10일 후라는 관찰시간을 설정했다. 이외에 HPAC에 입력한 체르노빌 사고의 세부사항과 관련해서는 관련 전문가들의 도움과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엔방사능영향과학위원회(UNSCEAR),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펴낸 보고서를 참조했다.

피해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상상태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눴다. 우선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 폭발이 주변지역에 미칠 수 있는 피해규모를 산출했고, 또한 각 원전에서 수도권을 향해 초속 3m 수준의 바람이 계속해서 부는 상황을 가정해 어느 수준의 방사성 물질이 어느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적했다. 전자는 원전 주변지역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의 최대규모를 가늠하기 위한 것으로, 동심원 형태로 제시되는 피해반경은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듯 주민 대피를 위한 기준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한반도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해 있는 지역인 수도권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 허용치 이상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는 인원의 최대치를 확인하기 위한 용도다.

시뮬레이션 후 HPAC는 도출된 피해범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크게 6단계로 나누어 제시하는데, 각각의 단계에 대한 정의는 아래와 같다. 참고로 HPAC가 사용하는 방사선 측정단위 ‘rem’은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한 밀리시버트(mSv)의 10배로, 1rem이 10mSv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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